대장항문질환|송도병원

송도병원 이종균 이사장은 '처음'이란 단어와 안성맞춤처럼 잘 어울린다. 29년 전 그는 '그곳'만 진료하는 대장항문외과를 개원했다. 지금이야 대장항문병원이 일반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치질은 외과 영역에서 가장 폼이 안나고, 돈도 안 되는 분야였다. 그는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처음'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현재 치질과 관련된 대부분의 수술법이나 의료 장비는 송도병원이 처음 국내에 들여온 것이다. 송도병원은 개원 2년만인 1983년 일본에서 유행하던 '냉동 수술법(혈관을 얼려 치핵을 제거하는 수술)'을 국내에 처음 들여와 엄청난 히트를 쳤다. 5%가 넘던 치핵수술 재발률을 100분의 1이하인 0.05%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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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균 송도병원 이사장이 치질 수술을 하고 있다. 이 병원은 연간 1만 건 이상의 치질 수술을 시행한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2004년에는 치열수술 환자에게만 쓰던 'GTN'이라는 연고를 변형해 치핵수술 환자에게 세계 최초로 적용해 학계의 관심을 받았고, 최근에도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치루 수술법으로 세계 학계에서 이례적인 호평을 받았다. 변실금 등의 후유증 없이 염증만 제거하는 이 수술법은 20~30%인 복합치루 재발률을 5% 수준으로, 6~8주의 회복기간을 4주로 단축시켰다.

지난해엔 아시아 최초로 골반저질환센터를 오픈했다. 골반저질환이란 출산 후 골반을 받치는 근육이 느슨해져 직장, 자궁, 방광 등 장기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요실금, 치질, 골반통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병으로 중년 여성의 약 30%에서 발병한다. 이 이사장은 "골반저질환으로 산부인과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가 나중에 치질이나 직장류가 생기면 항문외과에서 다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첫번째 수술로 직장 주변 조직이 들러붙어 있기 때문에 수술이 훨씬 어렵다"며 "산부인과·항문외과·비뇨기과·신경과 전문의를 한데 모아 치질·요실금·골반장기탈출증 등의 문제를 동시에 치료하는 것이 골반저질환센터의 개설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송도병원은 암 수술을 가장 먼저 시도한 개인병원 중 한 곳이다. "대학병원도 아닌 개인병원에서 누가 암 수술을 받을까"라는 선입견이 사실상 지금도 존재한다. 그러나 송도병원은 1988년, 개인 병원으로는 최초로 조기대장암클리닉을 개설해 암 수술을 시작했으며, 요즘은 매년 500건이 넘는 조기 대장암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암이 주변 장기로 많이 퍼진 상태면 대학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하지만, 내시경으로 가능한 조기 암은 내시경 실력이 월등한 전문병원에서 받는 것이 더 낫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제 그의 관심은 '처음'에서 '최고'로 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암이 상당히 진행된 대장암 환자도 복강경으로 수술하기 위해 내시경수술실을 개설했다. 내시경실과 수술실을 합쳐 놓은 것인데, 그는 "아마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세포 전이 등이 예상되는 까다로운 환자는 아예 개복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환자조차 복강경 수술을 먼저 시도해 보기 위해 운영 비용이 몇 배가 드는 내시경 수술실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2008년 국제학회에 참가했더니 주최측에서 나를 '세계 최대 대장항문병원' 원장으로 소개하더라"며 "이제 치료 성적도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아낌 없이 투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