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성공률 높인 비결은 전문의들의 치밀한 협진
소아간질 치료도 세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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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질환 중에서는 선천성 심장병과 미숙아 치료 분야가 미국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경쟁력이 높다. 소아 심장병과 미숙아 치료는 전문 의료진의 수, 연구ㆍ시설에 대한 투자 규모가 미국ㆍ일본의 10분의 1이하인데도 수술 성공률은 각각 98%, 85% 이상으로 대등하다. 그밖에 선천성안면기형, 소아간질 등의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 성적을 거두고 있다.

소아심장기형 수술 성공률 100% 육박

대한흉부외과학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선천성 소아심장병 수술 성공률은 1993년 95.4%에서 2008년 98.2%로 상승했다. 이른바 '빅5'라 부르는 대형병원의 성공률만 따지면 거의 100%이다. 경쟁력의 비결은 팀 워크이다. 소아심장병은 자두만한 크기의 심장과 복잡한 구조의 기형을 정확히 진단하고 정교하게 수술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아과와 흉부외과의 소아심장 전문의, 소아심장 초음파사진 등을 전문적으로 판독하는 영상의학 전문의들의 긴밀한 협진이 필수적이다.

세브란스병원은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1만5000여명이 넘는 소아심장병 환자를 진료하면서 쌓은 팀워크와 협진 시스템이 강점이다. 이 병원은 1991년부터 국내 최초로 소아심장 분야를 소아과에서 분리해 독립된 전문분야로 운영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소아청소년진료센터 안에 선천성 심장병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산부인과 교수로 이뤄진 '드림 팀'이 1명의 환자에 달라붙는다. 이들은 진료뿐 아니라 회진 때도 함께 다닐 정도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심장센터에도 수십 년에 걸쳐 소아심장 수술만 4000건 이상 집도한 교수와 소아심장 초음파 사진만 전문적으로 판독하는 교수 등 소아 심장병의 치료에 일생을 바친 대가들이 포진해 있다. 서울대병원은 심장병 중 가장 심한 기형인 반쪽짜리 심장도 살려내는 폰탄수술로 유명하다.

삼성서울병원은 혈관을 통해 관을 심장까지 밀어 넣은 뒤 특수기구를 동맥관에 삽입해 치료하는 '비수술적' 치료인 심도자술에 있어서 성공률 99%로, 세계 최상급 수준이다. 서울아산병원은 복합 심장기형 환자에게 여러 수술법을 동시에 적용하는 '하이브리드 기법'을 도입해 생존율을 크게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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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30주 만에 태어난 미숙아를 치료하고 있다. / 삼성서울병원 제공
체중 440g 미숙아도 건강하게 살려내

우리나라 미숙아 생존율은 미국·일본의 85~90%와 비슷한 수준이다. 2008년에는 체중 1500g 이하 미숙아 생존율이 93%, 1000g 이하 초미숙아 생존율은 90%까지 올라갔다. 2008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생존 한계선으로 정한 '임신 기간 23주, 체중 500g'에 못 미치는 22주 3일 만에 440g으로 태어난 초극소미숙아를 살려내는 데 성공해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은 전문 진료ㆍ간호 인력을 미숙아에게 1대 1일로 배정하고, 36시간 근무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세브란스어린이병원은 여러 진료과에서 온 11명의 전문의와 전문 간호 인력으로 구성된 미숙아 치료팀을 구성해 신생아집중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대당 2억 원의 인큐베이터와 인공호흡기, 각종 첨단 생명유지장치 등이 부착된 신생아집중치료병상 40개를 보유하고 있다.

구개열 수술 성공률 95%, 합병증은 5% 미만

선천성 얼굴기형이나 소아간질이 있는 아동 역시 외국에 데려가 치료시킬 필요가 없다. 얼굴기형 중 구개열은 수술 뒤 아동이 발음을 정상적으로 하는 비율이 95% 이상으로 세계 평균(90% 안팎)보다 높고, 합병증 발생률은 5% 미만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안희창 한양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국내 출산율이 높았을 당시 선천성 안면기형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런 어린이를 수술하면서 노하우가 많이 쌓였고, 이 때문에 국내에 안면기형과 관련된 학회가 많이 열려 관련된 지식을 습득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소아간질 분야에서는 김흥동 세브란스어린이병원 교수가 유명하다. 김 교수는 난치성 소아간질의 치료를 위한 세계적인 기준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