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하던 아이의 눈이 어느날 갑자기 초점을 잃고 헤맬 때 부모는 가슴이 철렁하다. 깜짝 놀라 아이 이름을 부르면 눈이 금세 제자리로 돌아와 안도의 숨을 쉰다. 그러나 이를 무신경하게 넘겨서는 안 된다. 내 아이가 사시일 수 있다. 사시는 미관상 문제를 넘어 아이의 시력발달에서 교우관계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장애를 일으킨다. 아이의 사시에 대해 알아보자.

사시(斜視)란?
속칭‘사팔뜨기’라고 하는 사시는 전체 인구의 약 2%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소아 안과질환이다. 정상적인 두 눈은 뇌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한 쌍으로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초점을 맞춘다. 이때 뇌는 각각의 눈으로 받아들인 영상을 하나의 3차원 입체영상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사시가 있으면 두 눈의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다. 내(內)사시가 있으면 눈동자가 코쪽으로 몰려서, 외(外)사시가 있으면 눈이 바깥쪽으로 돌아가서 두 눈이 각각 다른 물체를 보게 된다. 이 경우 우리 뇌는 하나의 사물을 입체적으로 인식할 수 없게 된다.
사시의 원인과 종류
사시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안구 근육 간 힘의 균형이 깨졌을 때, 눈과 연결된 뇌중추에 장애가 있을 때, 유전적 요소가 있을 때 발생한다. 시력에 이상이 있을 때에도 발생한다. 이때문에 사시 치료는 시력교정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사시는 눈동자가 몰리는 방향에 따라 크게 내사시·외사시·수직사시로 구분한다. 그중‘조절성 내사시’와‘간헐성 외사시’가 가장 흔하다. 조절성 내사시는 아이의 눈에 원시가 있을 때 발생한다. 원시가 있으면 망막에 물체의 상이 또렷이 맺히지 않는데, 이때 정확한 상을 맺으려고 눈이 과도하게 힘을 주면 눈동자가 코쪽으로 몰리는 조절성 내사시가 된다. 간헐성 외사시는 아이가 피곤하거나 멍한 상태에 있을 때 눈동자가 바깥쪽으로 돌아가는 경우다. 양쪽 눈의 시력이 다른 부등시, 즉 짝눈일 때 발생하기 쉬우나 딱히 밝혀진 원인은 없다.
조기발견을 위한 부모의 역할
사시는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처음엔 증상이 가끔 나타나지만 방치하면 눈동자가 돌아간 상태로 고정되기도 하며, 한쪽 눈의 시기능이 떨어지는‘약시’로 이어진다. 어
린이는 사시가 있어도 크게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는다. 부모는 취학을 전후해 만 8세 정도까지 항상 아이의 눈움직임과 행동에 관심을 갖는다.
사시의 치료
사시는 주로 안경처방, 가림치료(차폐법), 수술로 치료한다. 원시로 발생한 내사시는 원시 교정 안경을 착용시켜 차츰 증세를 없앤다. 한쪽 눈의 시력 이상으로 오는 외사시에는 잘 보이는 눈을 가림으로써 나쁜 쪽 눈의 기능을 되살려 주는 가림치료를 한다. 수술은 눈동자가 제 방향을 향하게 안구를 정렬해 주기 위해 안구에 붙은 근육의 길이를 조정하는 수술이다. 앞의 방법들로 치료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시행하며 수술 시기는 아이의 눈상태에 따라 결정한다.
여기서잠깐! 우리 아이, 혹시 사시?
사물을 볼 때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거나 삐딱하게 한다. 사시가 있는 아이는 TV를 보거나 사물을 주시할 때 고개를 특정한 방향으로 돌린다. 경험을 통해 스스로 터득한 각도로 보면 물체가 이중으로 보이는 복시현상이 덜하기 때문이다. 밝은 곳에서 심하게 눈부셔하며 눈을 찡그린다 사시가 있는 아이는 햇빛이 있는 야외처럼 밝은 곳에 가면 자꾸 한쪽 또는 양쪽 눈을 감으려는 경향이 있다.
집에서 사시 여부를 자가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작은 플래시로 팔꿈치 거리를 두고 아이의 미간 한가운데를 비춘다. 이때 아이가 정면의 불빛을 보게 한다. 불빛의 상이 양쪽 눈동자 모두에서 한가운데에 맺혀야 정상이다. 만일 어느 한쪽의 상이라도 눈동자 안쪽에 맺히면 외사시, 반대로 눈동자 바깥쪽에 맺히면 내사시일 가능성이 있다.
도움말 장봉린(누네안과병원사시센터원장), 최태훈(누네안과병원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