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 2주 이상 계속되면 놀이치료 받아야

이준덕 헬스조선 기자

"학교 가기 싫어요…" 초등 신입생 부적응 문제

▲ 매년 3월 초면 학교에 가기싫다고 떼쓰는 초등학교 신입생이 많다. 부모와 떨어지기를 두려워하거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등교 거부가 2주 이상 이어지면 심리 상담 등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주부 김모(37·인천 남동구)씨는 3월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가 걱정이다. 재작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가 등교 사흘만에 학교에 가기를 거부해 애를 먹었던 기억 때문이다. 둘째도 벌써 "엄마가 없으면 무섭다. 학교에 안 가면 안되냐"고 조르고 있다. 지난해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최모(41·서울 노원구) 씨의 딸도 월요일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 선생님이 싫다, 짝궁이 마음에 안든다"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등교를 거부해 심리 치료를 받았다.

유치원과 달리 엄격한 학교 규칙

매년 3월초 초등학교 교실마다 집에 가고 싶다고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나타난다. 경기 부천의 초등학교 교사 강모씨는 "매년 3~4월 사이 등교를 거부하는 신입생이 한 반에 1~2명 이상 나온다. 이런 아이들은 학교에 와도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하다"고 말했다.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는 집에서 받들면서 키운 외동아들이나 외동딸이 많다. 상당수는 엄마와 떨어지기를 거부하는 분리불안장애가 있다. 이런 아동은 엄마가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교실에서 행동이 산만한 공통점이 있다. 습관적으로 눈을 자주 깜박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틱장애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산만한 아이들은 교사에게 지적을 받아서 겁을 먹거나 친구를 사귀지 못해 외톨이가 되면서 등교를 더욱 거부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유아기에 자기가 원하는 것을 부모가 '즉시 대령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참을성이 없다. 유치원은 아이들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규칙도 아이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적용한다. 하지만 학교는 다르다. 참을성이 약한 아동은 수업 시간 40분 동안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하고, 배가 고파도 점심시간까지 참아야 하는 학교의 규칙을 따르는 것이 고통스러워 등교를 거부한다.

친구와의 경쟁도 스트레스 요인이다. 집에서 항상 최고라고 칭찬받던 아이가 받아쓰기나 체육 등에서 자신이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면서 학교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가 수업에 함께 들어가면 도움돼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등교를 거부한다고 화를 내면 학교에 대한 공포심만 커진다. 대부분의 아동은 입학 뒤 2주 안에 학교 생활에 적응하므로 "학교는 재미있는 곳"이라고 이야기해주며 기다리자. 그러나 2주일이 지나도 등교 거부가 계속되면 부모는 학교에 도움을 요청해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아이가 등교를 거부하는 이유를 해결하지 못하고 다그쳐서 학교를 보내거나, 거꾸로 결석하도록 허락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모와 교사가 협력해야 한다. 자녀가 분리불안장애로 등교를 거부하면 부모가 담임에게 양해를 구한 뒤 1주일쯤 아이 교실에 함께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그 뒤 차츰 복도에서 수업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식으로 거리를 둔다. 틱장애가 있는 아동은 지적을 받으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담임이나 친구가 틱장애를 지적하거나 놀리지 않도록 학교에 당부해야 한다.



소아정신과 기록 안남아

가정과 학교의 노력만으로 등교 거부를 해결하지 못하면 소아정신과의 도움을 받자. 많은 학부모는 자녀가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건강보험 기록이 남아 나중에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다. 치료 기록은 건강보험공단에 3~5년간 남지만 다른 사람이 열람할 수 없으며, 이 기간이 지나면 삭제되므로 아이가 커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신의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학교 부적응으로 병원을 찾는 아동 대부분은 심리검사와 면담으로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학교에 적응한다. 치료를 꺼리면 아이의 정서 상태가 계속 악화된다"고 말했다.

소아정신과에서는 놀이치료와 사회성치료(아동이 참여하는 교실 상황극 치료 등) 등을 실시하며, 상태가 아주 심하면 1개월~몇달 정도 항불안제를 처방한다. 낯가림이 심해서 등교를 거부하는 아동에게는 말하는 방법이나 자기주장을 펼치는 스피치 훈련과 게임을, 공격성향이 심해서 친구를 사귀지 못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어린이는 나쁜 행동을 하지 않을 때 원하는 물건을 주는 보상치료를 2~4개월간 1주일에 1~2회씩 받으면 대부분 학교 생활에 적응한다.

1학년 담임의 역할은?
쉬는 시간 엄마와 통화시켜 주세요

등교를 거부하는 아동을 학교에 적응시키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신입생이 울거나 보채면서 집에 가겠다고 해서 무조건 조퇴를 시켜주면 등교 거부는 더 심각해진다. 교사는 학교가 엄마 없이도 재밌는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활동적인 아이를 짝으로 정해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돕고, 교사가 아이의 어깨를 짚거나 머리를 자주 쓰다듬어 주는 등 가벼운 스킨십을 하면 아이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다.

조인희 길병원 정신과 교수는 "분리불안장애가 심한 아동은 일정 기간 부모가 수업에 참관하도록 하거나 아이가 학교에서 적응할 때까지 쉬는 시간에 휴대전화로 엄마와 통화할 수 있도록 해 안심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교사에게 들을 꾸중이 두려워 등교 거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자존심이 강한 아이에게서 이런 사례가 많다. 조 교수는 "수업 중 딴청을 피우거나 장난을 많이 치는 아동을 공개적으로 나무라면 아이가 수치심을 느껴 등교를 거부한다. 조용히 타이르거나 꾸중을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유한익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유일영 연세대 가족건강관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