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는 정 모씨(61)는 각막이식수술을 받았다. 산을 오르다 나뭇가지에 눈이 찔려 각막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각막이식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각막이식 수술 의사를 밝히고도 수개월이나 지나서야 겨우 수술대에 오를 수 있었다. 국내 기증각막은 기증자 수가 적어 수년을 넘게 기다려야 하기 때문. 결국 값비싼 수입 각막을 써서라도 빠른 시일 안에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수술결과는 기대를 벗어났다. 각막을 수입하는 운송과정에서 각막이 손상 돼 수술 결과가 나쁘게 나온 것.

결국 정씨는 긴 기다림 끝에 국내기증각막으로 재수술을 받았다.




이미지
각막 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김수환 추기경의 생전 모습 /서울대교구 제공

■ 대부분 ‘수입각막’에 의존, 국내기증각막은 6년 정도 기다려야

오는 16일은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1주기를 맞는 날이다. 지난해 김수환 추기경은 '마지막 선물'로 자신의 장기와 각막을 남기고 떠나 많은 이들을 감동케 했다.  이후 새로운 장기기증 문화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각막이식만 받으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은 2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난 5년간(2004~2008) 시행된 각막이식 건수는 3597건에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이 가운데 국내에서 기증된 각막으로 이식한 건수는 전체의 53%(1905건)에 불과하며, 나머지 절반가량 이식된 각막은 수입각막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각막기증희망자가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각막을 기증한 사람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기증각막으로 이식을 받을 수 있는 대기시간도 길 수밖에 없다. 복지부 최근 자료에 따르면, 각막 이식환자의 평균 대기 기간은 2338일로, 이식장기 가운데 대기 기간이 가장 길며, 평균 약 6년을 기다려야 한다.

■ 수입각막, 운송기간과 운송과정서 각막 신선도 떨어질 수도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각막이식수술은 대부분 외국의 수입각막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수술 예후 면에서 수입각막은 불안한 점이 몇 가지 있다.

각막은 적출 후 내피세포의 상태에 따라 이식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 안구를 적출한 시점으로부터 각막사용이 가능한 기간이 최대 7일이고, 그 특성상 온도, 습도, 충격 등 모든 면에 있어 특별한 관리를 필요로 해 각막을 수입하려면 항공운송이 필수다. 운송과정에서 비행기내의 흔들림과 진동과 같은 충격으로 보존액 안에 보관되어 있는 각막이 손상을 받을 수도 있다. 각막을 투명하게 유지시켜주는 각막 내피세포의 밀도가 떨어지거나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또 수입각막은 대개 주말에 공항으로 들어온다. 이에 국내 병원들은 각막이 반입되기까지 운송에 이미 소요된 기간을 고려해 보통 휴일이나 주초에 몰아서 수술을 하게 된다.

이식을 서둘러도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사용가능기간 끝 무렵에 수명이 다한 듯한 각막을 이식해야 하는 상황까지도 발생한다. 이처럼 각막이식 수술결과가 각막 상태의 신선도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수입각막과 국내기증각막의 이식수술 예후가 같을 수 없다.

반면, 국내기증각막은 상대적으로 이동거리가 짧아 운송시간이나 보관시간이 따로 필요 없다. 보통 사망 후 6시간 내에 적출해 보통 다음날 이식수술을 하게 된다. 수입각막의 운송에 수일이 걸리는 점에 비하면 국내기증각막의 이식수술은 매우 빨리 진행되는 것이다. 이러하니 수입각막에 비해 국내기증각막 상태가 좋을 수 밖에 없다.

누네안과병원 각막이식센터 최태훈 원장은 "수술 후 이식된 각막의 부종이 빠지는 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각막 상태의 신선도가 떨어지면 그만큼 회복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다"며 "각막은 적출 후 빨리 이식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국내기증각막의 이식수술결과가 더 나은 편이다"고 말했다.

각막 이식 비용도 국산각막 이식수술이 더 저렴하다. 수입각막 이식수술의 경우 환자는 수술 의료행위 비용과는 별도로 운송과 보관에 따른 300만원 가량의 각막비용을 따로 부담해야 한다. 이는 약 20만 원 정도의 각막보관 관리비용만 내면 되는 '국산' 각막이식 수술과 대조된다. 그러므로 수술결과와 비용적인 면에서도 국내의 각막 기증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