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추노'가 쫓기는 노비와 그들을 쫓는 노비 사냥꾼의 이야기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난히 화제가 된 장면은 노비 얼굴에 낙인((烙印)을 찍는 장면이다. 얼굴과 몸에 인두로 글자를 새기는 충격적인 장면인데, 극중에서 최대의 노비 사냥꾼과 패거리가 잡으러 다니는 수많은 노비들의 얼굴과 몸에는 저마다 '노비'임을 표시하는 낙인들이 선명하다.
노비의 몸이나 얼굴에 낙인을 찍는 일은 역사 속에서 실제로 많이 이뤄졌던 이야기라고 전해진다. 노비뿐 아니라 범죄자들에게도 낙인을 찍음으로써 평민이나 양반들과 구분 될 수 있게 했다. 노비 연기를 하는 배우들 얼굴의 낙인은 '도장'으로 매회 같은 자리에 찍고 촬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이 끝나면 지워지는 흔적이지만, 실제 과거 노비들의 얼굴에 선명한 남자 노비 얼굴의 '奴(노)' 여자 노비 얼굴의 '婢(비)' 는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다.

낙인(烙印), 지워지지 않는 흉터는 어떻게 생기나?
낙인이란 '찌른다' 에서 유래 된 말로 '자국, 흉터'를 의미한다. 흉터란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내내 얼굴에 새겨진 글씨를 볼 수 있다.
연기자들은 도장을 찍지만, 실제는 어떻게 남겨진 흉터였을까? 글씨의 선명한 모양으로 볼 때 문신에 의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인두로 찍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인두로 인한 화상 흉터만으로는 극중에서처럼 선명하게 남지 않는다. 화상 흉터의 특성상 피부가 부풀어 오르거나, 붉은 자국, 흰색자국, 약간의 색소침착으로 흉터가 남게 된다. 흔히 다리미나 뜨거운 주전자 등에 살갗을 데었을 데 부풀어 올라 검붉은 흔적으로 남기다가 희색으로 올라온 흉터가 남는 것과 비슷하다.
극중에서처럼 글자가 선명하게 남는 흉터는 먹물로 한 문신일 경우에 가장 가깝다. 실제 먹물을 이용한 문신은 과거에도 많이 이용된 바 있다. 문신은 피부나 피하조직에 상처를 내고 먹물이나 잉크 등으로 색을 들여 글씨 그림 무늬 등을 새기는 일이다. 문신의 역사는 매우 오래 전으로 원시시대부터인데, 국내에서도 문신의 역사가 오래되어서 〈삼국지>위지동이 전에 이미 그 기록이 있다고 전한다. 주로 장식, 주부(呪符), 신분의 표시로 쓰이고, 고려조선 시대에는 도망 노비에게 문신을 한 예가 기록 되어 있다고 알려져 '추노'에서의 낙인이 '문신'에 의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인두가 등장한 한 것은 문신을 지우려고 2차적인 흉터를 남기는 ‘행위’이다. 화상흉터가 그 어떤 흉터보다 심각한 흉터를 남기기 때문에 문신을 지우는 방법으로 이용된 셈인 것.
노비 낙인 지울 수 있을까?
현대에 태어났다면 추노의 노비들은 얼굴 낙인을 지울 수 있을까? 정답은 ‘가능하다’이다. 어쩌면 추노는 과거와 달리, 도망간 노비가 흔적을 지워버려 찾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한때 문신은 어떤 재료를 사용 한 경우이던 깨끗하게 지우기 힘든 때가 있었다. 한번 몸에 새기면 절대 지워지지 않아 '낙인'과도 같이 느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레이저의 발달로 문신의 흔적도 제거해 흔적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문신제거에는 큐스위치 엔디야그 레이저나 알렉스 레이저가 효과적이다. 색소를 지우는 레이저로 진피층 밑에 침착 된 색소까지 깨끗이 제거 할 수 있다. 큐스위치나 알렉스 레이저는 멜라닌 색소 치료에 매우 효과적인 파장인 755nm 파장을 이용해 기존의 방법으로는 색소질환개선에 탁월하다.
색소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주변조직에 거의 영향 없이 색만 제거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 문신의 색소제거와 함께 반흔과 색소침착이 남지 않도록 피부재생도 동시에 이루어져 그 동안 지워지지 않던 문신을 치료가 가능하다. 몸에 새겼다가 후회하는 문신이나, 지나치게 진하고 두꺼운 눈썹 문신, 아이라이너 문신을 지울 때도 효과적이다. 문신은 정도에 따라 2~3 주 간격으로 3~5회 치료가 필요하다.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낙인을 지우려고 2차적으로 몸에 댄 인두 흔적도 지울 수 있을까?
달궈진 인두를 낙인 위에 또다시 대는 순간, 문신의 흔적은 녹아서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심각한 화상흉터가 남게 된다. 이렇게 남은 화상 흉터의 경우도 회복은 가능하다. 열에 직접 닿아 입은 화상은 모든 화상흉터 중에서도 가장 치료가 어려운 흉터에 속한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히 얼굴의 흉터인 경우는 몸보다는 개선 정도가 더 좋다.
핀홀(Pinhole)레이저가 등장하면서 화상흉터 효과가 크게 발전했다. 핀홀법 등장 전에는 화상 흉터 치료는 크게 성형수술과 혈관레이저치료법이 있었는데, 두 가지 모두 만족도가 매우 낮은 편이었다. 성형수술의 경우, 흉터자체를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그 크기를 줄여주거나 눈에 적게 띄는 흉터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또 레이저 치료의 경우에도 흉터크기와 표면을 다듬기만 해 경우에 따라 오히려 흉터면적은 더 넓어질 수 있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핀홀 레이저 치료는 탄산가스레이저를 이용해 진피에 구멍을 뚫어주어 콜라겐이 분해되고 다시 재생돼 흉터의 색깔, 크기, 질감을 동시에 개선시킬 수 있다. 또 화상으로 인해 섬유화 된 부위의 딱딱해진 섬유조직을 풀어주고, 하얗게 변한 피부는 본래의 색깔, 크기, 질감을 개선시켜 원래 피부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또 성형수술과 달리 치료나이의 제한이 없어 어린아이들도 치료가 가능하다.
현대로 오면서 노비제도나 신분제도가 사라졌듯이, 지울 수 없는 낙인 같은 흉터도 지워질 수 있게 된 셈이다. 아기 피부처럼, 피부 본래의 형태로 아주 완전히 되돌리는 것은 어렵지만, 얼굴이나 몸 등에 글자가 새겨진 채 살아야 하는 고통은 벗어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