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무통 분만 때문에 허리 아픈게 아닙니다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0/02/02 23:16
무통 분만 둘러싼 오해
난산유발 등 모두 잘못된 속설 전문의들 "아기·산모 문제없어"
단점은 분만시간 더 걸리는 것… 산모따라 100% 통증완화 안돼
임신부 사이에 무통 분만을 둘러싼 부정적인 속설이 퍼지고 있다. 무통 분만이 난산을 유발하거나 산모 건강에 나쁘다는 주장이다. 무통 분만은 본인부담금이 없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무료로 선택할 수 있지만, 이런 속설 때문에 꺼리는 임신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무통 분만은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류현미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무통 분만 선택 여부는 어디까지나 산모의 자발적인 결정이지만, 산모나 태아에게 무해하므로 잘못된 속설을 믿고 일부러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통증 줄고 산모·태아에겐 악영향 없어
무통 분만을 선택하면 진통이 오고 자궁 입구가 3~4㎝ 열린 뒤 척추 마취를 실시한다. 그러면 분만 직전까지 골반 아래의 감각이 마비된다. 마취액이 들어 있는 조절 장치가 튜브에 달려 척추 밖으로 나와 있어서, 진통이 올 때마다 산모가 스스로 버튼을 누른다. 무통 분만을 하면 거의 대부분 통증이 절반 이하로 준다. 류 교수는 "통증이 아주 심하거나 산모에게 고혈압이 있을 때에는 호흡 곤란, 혈압 상승 등으로 태아에게 가는 산소량이 떨어지므로 무통 분만이 특히 도움된다"고 말했다.
이해진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마취액이 태아에게 넘어갈까봐 무통 분만 자체를 꺼리거나 통증 조절장치를 누르지 않고 참는 산모가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무통 마취는 척추뼈와 척추돌기 사이의 공간에 약을 넣는 것이므로 자궁 안에 있는 태아에게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제일병원 산부인과·마취통증의학과 교수팀이 대한산부인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무통 분만을 한 산모 66명과 하지 않은 산모 66명 사이에 신생아 체중, 건강 상태, 신생아집중치료실 입원 빈도에 차이가 없었다.
◆분만시간 길어지는 것이 단점
무통 분만의 단점은 분만시간 지연이다. 제일병원 조사에 따르면 무통 분만을 한 그룹은 무통 주사를 맞은 뒤 자궁 입구가 완전히 열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4시간42분으로 무통 분만을 하지 않은 그룹보다 1시간6분 길었다. 자궁 입구가 열린 후 태아가 나오기 직전까지 걸리는 시간도 1시간5분으로 11분 길었다. 류현미 교수는 "아기를 낳을 때 통증이 아예 없으면 배에 힘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무통 분만을 하면 분만시간이 상대적으로 지연된다"고 말했다.
'무통 분만을 하면 생기지 않아야 할 요통이 발생한다'는 속설도 오해다. 류현미 교수는 "분만 중에는 5~10시간 이상 누워있어야 하고 아래로 힘을 주면서 허리 주변에 있는 근육과 인대가 손상되기 때문에 무통 분만을 하든 안 하든 출산 후에는 일시적인 요통이 생긴다"고 류 교수는 말했다.
◆진통효과는 임신부마다 달라
무통 분만 효과는 사람마다 다소 다르다. 무통 주사 후 진통이 말끔히 사라졌다는 산모가 있고, 주사를 맞았는데도 진통이 계속됐다는 사람도 있다. 무통 마취 주사가 감각 신경을 마비시키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해진 교수는 "무통 주사에 쓰는 마취액은 개복 수술 후 수술 부위 통증을 완화시킬 때 사용하는 약과 동일하다. 사람마다 효과가 다소 다른 이유는 원액을 4분의 1로 희석해서 주사하는 바람에 감각 신경을 100% 차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액을 사용해서 통증을 아주 없애면 산모가 아기가 나올 만큼 배에 힘을 줄 수 없어 분만시간이 너무 늦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