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눈 늙어가는 과정…“신기해”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0/02/03 07:48
서울 도봉구에 사는 신모(49)씨는 언제부턴가 조금만 밝은 곳에 가도 눈을 찡그리게 된다. 눈이 부시고 시린 느낌도 자주 든다. 조금만 독서를 해도 눈이 침침하고 뻑뻑하다. 저녁때가 되면 세상이 더욱 까맣게 되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맑고 희었던 눈동자는 누렇게 변해 있고, 흰자위 군데군데엔 핏발이 여럿 서 있다. 도대체 내 눈에 어떤 변화가 생긴 걸까?
신씨와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눈도 늙는다. 눈이 늙으면 신씨와 같이 침침해지고, 뻑뻑하고, 핏발도 서고, 색깔도 누래진다. 이런 것을 ‘노인환’이라고 한다.
눈의 노화는 가장 먼저 초롱초롱하던 검은자(각막)가 몽롱해지고 흰자(공막)는 누렇게 변한다. 각막 안쪽의 내피세포는 각막 안으로 눈물을 끊임없이 펌프질 해 눈을 투명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세포가 줄어들면서 눈동자가 혼탁해져 몽롱하게 보인다. 각막 안쪽에 흰 고리 모양의 주름도 생긴다.
노인환은 혈관이 없는 각막에 영양분이 잘 들어가지 못해 생기지만 시력을 저하시키지는 않는다. 흰자가 누렇게 되는 이유는 공막을 싸고 있는 결막에 미세혈관이 많이 생기고, 자외선에 의한 색소 침착이 일어나기 때문. 박세광 밝은눈안과 원장은 “나이가 들면서 눈이 많이 부시는 이유는 눈동자의 투명도가 떨어지고 혼탁해져 빛이 산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화로 인해 눈꺼풀의 피부가 아래로 처지는 상안검이완증도 많이 나타나는데, 이렇게 되면 녹내장이 없는데도 시야가 좁아져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기능적으로는 우선 눈물의 양이 급속도로 줄어들어 눈이 쉽게 피로하고 충혈되게 된다. 눈물의 분비를 관장하는 것은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과 같은 성 호르몬. 나이가 들면서 성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덩달아 눈물 양도 줄어드는데, 특히 폐경기 전후 여성에게 눈물 양이 급격히 줄어든다.
눈물이 줄어들면 눈에 세균이 많아져 끈적끈적한 눈곱도 자주 끼고, 바람이나 먼지 등의 자극에 갑자기 눈물이 흘러나오거나 시리고 가렵게 된다. 또 피곤한 눈에 영양분을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해 혈관이 늘어나 눈이 쉽게 충혈된다.
색감(色感)도 떨어진다. 수정체의 미세혈관이 계속 늘어나 황색으로 변하면서 사물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가시광선 중 단(短)파장인 파란색과 청록색 보라색은 잘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그나마 장(長)파장인 붉은색이나 주황색이 다른 색에 비해 선명하게 보일 뿐이다. 노인들이 붉은색 옷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보는 안과의사들도 있다. 박세광 원장은 “노인들의 누런 수정체를 새로운 비구면인공수정체(ILO)로 교체하면 20대 때처럼 색이 선명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밤눈이 어두워지는 것은 동공의 크기를 조절하는 홍채의 인대에 힘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빛이 약한 곳에서는 동공을 크게 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최대한 늘려야 하는데, 노안이 오면 이것이 잘 안 된다. 또 나이가 들면 동작을 흑백의 이미지로 감지하는 막대세포의 수가 젊은 시절의 30% 이상 줄어든다. 미국 앨러배마대 노화연구센터 리처드 심스 교수는 나이가 들면 어둠 속 동작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져 야간 운전으로 사망하는 빈도가 증가한다고 ‘노령 운전자의 운전 위험요인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발표했다.
한편 노안(老眼)은 수정체의 조절력 때문이다. 가까운 곳을 보려면 수정체가 두꺼워져야 하는데 눈이 늙으면 수정체를 조절하는 힘이 약해져 이를 두껍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노안이 생긴다.
<나이 들수록 생기는 안질환>
-익상편: 눈의 검은자와 코 쪽 흰자의 경계부에 핏줄이 자라 희게 덮이는 증상. 40대 이후부터 생기며 나이가 들수록 심해진다.
-비문증: 유리체의 찌꺼기가 검은 점의 형태로 시야에 보이는 것. 젊은 층에서도 나타나며 나이에 비례해 개수가 증가한다.
-백내장: 눈의 수정체가 흐려져 시력이 저하되는 현상. 40대부터 나타나며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심해진다.
-녹내장: 눈 내부의 압력이 높아져 망막의 시신경을 압박, 시력을 떨어뜨리고 심하면 실명까지 초래한다. 대개 40대부터 나타나 50대 이후 발병률이 0.1%씩 올라간다.
-노인성 황반변성: 황반의 기능이 저하돼 시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실명된다. 보통 50∼60대에 나타나며, 한국 65세 이상 노인의 10% 이상이 이 병을 앓고 있다.
-당뇨망막병증: 망막에 생긴 혈관이 파열되면 유리체에 출혈이 생긴다. 25세 이상에서 나타나고 시력 손상 원인의 23% 이상을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