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한파에서 우리의 ‘홍당무’들은 오늘도 괴롭다. 안면홍조증이 더욱 심해지는 계절! 때로는 사회적 무력감, 자신감 상실, 대인기피증, 우울증까지 부를 수 있는 안면홍조증의 원인부터 해결 방법까지 알아본다.

스트레스, 폐경기 등 다양한 원인

우리 몸 곳곳에 퍼져 있는 혈관은 산소와 영양소를 이동시켜 주기도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빨개지고 화끈거리는 안면홍조증을 불러오기도 한다. 혈관은 온도에 따라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는데, 실내와 바깥의 기온차가 클수록 혈관이 더 늘어난다. 특히 얼굴 피부에는 혈관이 많은데다 피부 가까이에 몰려 있어 붉은 기운이 더 잘 보인다. 요즘과 같이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면 이 증상이 심해지기 쉽다.

온도 이외도 안면홍조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직장인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혈관벽이 늘어나 혈류량이 증가한다. 안면홍조를 겪는 40~50대 여성은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폐경기나 갱년기의 한 증상일 확률이 높다. 남성은 음주, 흡연 그리고 잘못된 목욕 습관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알코올 자체가 혈관을 확장시키는 기능이 있으며 고온의 사우나를 즐기면 혈관 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혹시 ‘주사’는 아닐까?

안면홍조가 있다면 혹 ‘주사(Rosacea)’를 앓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주사는 코를 중심으로 양볼이 붉어지며 사춘기를 전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혈관을 늘어나게 할 수 있는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주사가 되기도 한다. 주사가 있는 사람은 혈관이 잘 늘어나는 성향이 있으며 한번 늘어나면 오랫동안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원상태로 되돌리기 힘들며 심할 경우 오렌지 껍질처럼 코 피부가 빨갛게 된다.

인제대학교 상계 백병원 피부과 박현수 교수는 “자신이 주사를 앓고 있음에도 대부분 모르기 쉽다. 혈관이 쉽게 늘어나는 소인을 가진 사람에게서 내분비 이상, 소화기 질환, 혈관운동의 이상, 감염, 비타민 결핍, 카페인 음료의 과용, 음주, 진드기, 정서적 자극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병한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흔하지는 않지만 내복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해 생기는 안면홍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원인 약물의 투약을 중지하게 되면 증상이 소실된다. 고혈압치료제나 심장질환치료제, 혈액순환제들이 안면홍조 유발할 수 있다. 약물이 의심이 된다면 우선 복용을 중단하고 의사와의 상담 후 다른 약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골칫덩어리 안명홍조, 이렇게 해결하자!

안면홍조증은 시간을 갖고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박 교수는 “혈관을 튼튼하게 만드는 비타민K가 들어간 로션과 크림을 바르거나 IPL이나 레이저 치료를 이용해 늘어난 혈관을 파괴하는 치료를 받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혈관은 자외선에 노출되면 혈관을 지지하는 탄력섬유가 손상되어 모세혈관이 넓어지므로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안면홍조증을 치료하고 싶다면 우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원인, 증상에 따라 혈관을 줄이는 약이나 자율신경조절제를 먹기도 한다. 스트레스처럼 심리적인 것이 원인이라면 상담 치료도 병행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 없이 염증에 효과적인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게 되면 우선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국 피부를 얇게 만들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심할 경우 피부가 푸석거리고 심하면 붓고 화끈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방은 어떻게 할까?

안면홍조증에는 평소 예방생활이 중요하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부인과 이진무 교수는 “후추, 마늘, 생강, 고추 등의 자극적인 음식을 피해야 한다. 따뜻한 실내에 들어왔을 때 얼굴이 잘 빨개지는 사람은 두꺼운 옷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 체온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연꽃의 씨인 연자육은 열을 누그러뜨리는 성질을 지니고 있으므로 차로 만들어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손발이 차지만 얼굴이 붉은 사람은 하반신을 따뜻하게 해주는 뜸과 반신욕을, 속의 열이 많은 사람은 평소 물을 많이 마시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보통 안면홍조증을 불치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면 완치된다. 하지만 늘어난 혈관은 다시 되돌리기 어려우며 이런 증상을 한번 겪었던 사람은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체질적 요인이 있으므로 평소에 주의해야 한다.

도움말 박현수(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피부과 교수), 이진무(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