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크림은 여드름을 비롯한 다양한 피부 트러블로 고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유명한 수입 화장품이다. 현재 5~6개 정도의 외국 제품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수입업체들은 "달팽이 점액질에는 달팽이 피부에 상처가 나거나 껍질이 깨졌을 때 회복시켜주는 성분이 있으며, 이 점액질을 포함한 달팽이 크림은 사람의 트러블 자국이나 여드름 흉터에 효과가 좋다"고 주장한다. 수입업체인 L사 관계자는 "달팽이 크림 속 뮤신이나 콘드로이친 황산 등의 성분이 흉터에 새살이 차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실제 많은 여성은 달팽이 크림을 여드름 흉터 등 피부 재생용 치료제라고 믿는다. 하지만 양성규 초이스피부과 원장은 "여드름 등으로 생긴 흉터에 화장품을 바른다고 치료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경복 건양대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수입업체가 흉터 치료 성분이라고 내세우는 뮤신은 사람의 폐나 위막 등에서도 분비되는 윤활제 성분으로, 뮤신에서는 피부 보습이나 보호제 기능 정도를 기대할 수 있을 뿐. 콘드로이친 황산 역시 염증을 억제하는 기능이 보고된 국내외 논문은 있지만 여드름 흉터를 치료하고, 피부를 재생시킨다고 명확히 연구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달팽이 크림 열풍이 불면서 성분과 제조사를 알 수 없는 제품이 우후죽순 출시되는 것도 문제다. 이런 화장품 중에는 정확한 임상시험 결과와 성분 표시가 없는 제품이 많다. 실제로 수입·판매업체 고객 게시판에는 "달팽이 크림을 바르면 얼굴이 달아오르거고 따끔거린다"는 항의가 있다. 양성규 원장은 "달팽이 크림에 들어 있는 글리콜릭산은 각질 제거 효과가 있지만 자극이 심해 피부과에서 전문의가 쓰는 의약품에는 40% 이상 들어있지만 화장품에는 10% 미만을 사용한다. 그러나 일부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서는 이 성분을 너무 많이 넣어 각질이 벗겨지면서 안면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여드름 등 염증이 있는 피부는 기본적으로 예민해서 이런 화장품을 썼을 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정상 피부보다 훨씬 높다.
일부 소비자는 달팽이 크림을 피부 치료 효과를 가진 기능성 화장품처럼 인식한다. 하지만 신경순 식품의약품안정 화장품정책과 주무관은 "식약청에서 기능성화장품으로 인정하는 경우는 주름 개선, 미백, 자외선 차단의 3가지 뿐"이라며 "이른바 달팽이 크림은 식약청에서 인정하는 기능성화장품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