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내 얼굴에 뭐가 튄 거야?”
헬스조선 홍유미 기자
입력 2010/01/12 13:56
J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2 년차 A씨의 황당한 경험
산부인과 분만실, 말만 들어도 어떤 상황일지 그림이 그려진다. 아이가 나오네 안 나오네 신음하는 산모들, 이들과 씨름하며 땀 흘리는 의사와 간호사, 여기에 실습나온 의대생들까지 더한다면 상황은 ‘아비규환’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한 한레지던트의 고백을 소개한다.
당시 J병원 분만실에는 40명 정도의 산모가 있습니다. 산모한 명만 있어도 정신 없는데 40명이 한 곳에 모여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여보! 나 살려~’산모들의 비명소리, ‘여기 3번 산모 자궁 다 열렸어요!’분만 시작을 알리는 다급한 간호사의 목소리가 한데 뒤섞여 그 야말로 난장판입니다.
당시 인턴인 저로서는 분만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어안이벙벙했죠. 아이를 낳아 본 여성들은 잘 아시겠지만, 산모는 일단 분만실에 들어오면 아래가 뻥 뚫린 하의를 입습니다. 그리고 쇄석위, 그러니까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ㄱ’자로 세운후 양다리를 양쪽으로 쫙 벌리고 있습니다. 물론 의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학생 딱지를 막 뗀 인턴인 저로서는 그런 자세의 여성들을 본다는 것이 민망했습니다. 처음이었으니까요.
산부인과 실습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내진(內診)’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모의 자궁 입구가 점점 벌어지는데, 그 크기가 어느 정도 되는지 손을 넣어서 확인해 보는 것이죠. 자궁 입구가 10cm로 완전히 열려야 산모가 수술방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분만실에서 내진은 빈번히 이루어지는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선배가 한 산모의 자궁을 내진할 때였죠. 어떻게 하는지 옆에 꼭 붙어서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무언가 뜨거운 액체가‘확~’하고 제 얼굴로 날아왔습니다. 산모가 소변을 본 것입니다. 산모는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보통 때보다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방광 근육이 느슨해져 방광이 탱탱하게 팽창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의 머리가 산도를 통과하면서 방광을 압박하면 소변을 조절하는 감각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산모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나오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한번 나오기 시작한 소변은 한동안 좀처럼 멈추지 않았습니다. 옆에 있던 간호사가 놀라서 수건을 가지러 뛰어가고, 모두가 민망한 상황이었습니다.
누가 내 얼굴에 소변을 봤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물론 기분이 불쾌했죠. 그러나 산모의 방광이 꽉 차 있으면 아이가 나오기 힘들어 소변을 미리 봐야 하지만, 소변이 마음대로 안나와서 고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오히려 소변이 나오는 것이 좋은 일입니다. 그러니 화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선배 말로는 산부인과에서는 그런 민망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 일이 있은 후로는 내진할 때 소변이 나오는 요도와 떨어진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센스’를 발휘하죠. 산모들도 진통하다가 소변 나온다고 너무 민망해하지 마세요. 다 그런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