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던 구두가 이제는 발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귀여운 플랫슈즈부터 굽 높이가 10cm를 넘는 아찔한 ‘킬힐(Kill-heel)’까지, 눈을 사로잡는 디자인 속에 숨어 있는 위험요소들을 살펴보자.
예쁜 구두가 건강을 망친다?
발은 우리의 몸을 지탱하고 있는 주춧돌이며 무릎과 허리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신체 부위다. 최근 발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발이 거꾸로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이힐, 로퍼, 플랫슈즈 등 우리가 신는 신발은 원래 발볼이 좁고 길이가 긴 서양인들의 발 모양에 적합하게 개발되었다. 발볼은 넓으면서 길이가 짧은 동양인들은 서양인의 신발에 발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슈어홀릭’ 여성들이 늘면서 기능보다는 디자인에 치중해 신발을 고르고 있다. 아찔한 굽은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발 건강에는 치명적이다.
의학적으로 볼 때 2.5~3cm 굽을 권장하며 그 이상인 구두는 무게 중심이 모두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발뿐만 아니라 척추와 허리에도 좋지 않다. 앞이 뾰족한 구두 역시 ‘무지외반증’이라 불리는 발가락의 변형을 가져온다. 여름에 자주 신는 샌들이나 조리, 뒤가 트인 슬링백은 발가락으로 힘이 모아져 발 전체를 피곤하게 만든다. 뒤꿈치에 있는 아킬레스건이 타이트해지면서 근육의 변형도 가져온다.
흔히 통굽 신발이나 앞굽이 들어간 신발은 발과 땅의 각도가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신체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통굽은 발관절의 움직임이 감소되고 과도한 압력이 쏠려 발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는 ‘무지강직증’을 일으킬 수 있다.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박의현 소장은 “굽 1cm 미만의 바닥이 너무 얇은 플랫슈즈 역시 걸을 때 충격이 바로 발에 흡수되므로 오래 걸을 때는 피해야 한다”며 “겨울철 여성들이 많이 신는 부츠는 발목과 종아리를 조이는 디자인을 피하고 낮은 굽을 선택한다면 발 건강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강한 발, 올바른 신발 선택이 시작
건강한 발을 위한 신발 선택이 중요하다. 가장 먼저 자신의 발볼을 생각하자. 길이는 240사이즈가 맞지만 발볼이 넓다면 한 사이즈 큰 신발을 구입한다. 엄지와 검지발가락을 움직여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지 가늠한다. 두 번째로 가장 긴 발가락을 기준으로 구두의 앞모양을 살핀다. 둘째 발가락이 길다면 뾰족하게 앞으로 모이는 구두는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걸을 때 충격을 흡수할 수 없는 얇은 밑창과 2.5~3cm를 넘는 굽은 가능하면 피하도록 하자.
평소 높은 굽을 즐겨 신거나, 앞쪽 발바닥이 아프거나 발가락이 저린 증상,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 등이 나타나면 정형외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무지외반증, 자간신경증, 연골괴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20~30대 초반까지는 잘 모르다 30대 후반부터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 신발 때문에 발생하는 이런 질환들이 남성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기본 2~3cm, 어떤 것은 5cm 높이의 ‘슈퍼깔창’이 깔려 있는 키높이 구두가 그 원인이다. 만약 하이힐을 꼭 신겠다면 한 번에 3시간, 일주일에 2~3회 정도를 넘지 않도록 하며 계속 하이힐을 신기보다는 가볍고 편안 신발을 준비해 번갈아 가며 신는 것이 발건강에 좋다.
아직도 구두에 발을 맞추시겠습니까?
헬스조선 강수민 기자 | 도움말 박의현(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소장)
입력 2009/12/23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