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부장 김모(47)씨는 얼마 전 직장에서 뇌졸증으로 쓰러졌다. 같이 일하는 이모씨는 "그를 쓰러뜨린 주범은 주가하락과 환율이 아니다. 상사가 김씨를 지나치게 압박했다"며 "평소 김씨는 사소한 일에도 깜짝깜짝 놀랬고, 수시로 의자에 앉은 채 조는 모습을 보이는 등 정신적 탈진 상태를 겪고 있었다"고 말했다. 비단 김모 씨의 모습만이 아니다. 직무(職務) 스트레스가 직장인의 뇌와 심혈관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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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87.8%, 스트레스로 지쳐간다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가 직장인 1127명을 상대로 '직무 스트레스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8%가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39.8%는 직무 스트레스로 회사를 그만 둔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개발연구원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뇌심혈관계 및 정신질환을 앓는 여성 근로자가 지난 3~4년 동안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의료관리원에 따르면 2005년 1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업무상 질병 환자 1만7730명 중 뇌·심혈관 질환자가 19.4%(3441명)를 차지했다. 이들은 대부분 직무 스트레스 연관성을 인정 받아 산재 처리됐다. 1988년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HANES)나 1996년 일본 근로자조사(AOEH), 2005년 연세대 원주의대 직업의학연구소 조사 등에서도 직무 스트레스는 혈압 상승, 나쁜 콜레스테롤(LDL) 증가, 심박동수 감소, 혈전 형성 촉진 등 뇌·심혈관 질환 위험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 스트레스가 어떻게 우리 몸을 무너뜨리나?

직무 스트레스는 업무상 요구를 근로자가 따라가지 못함으로 인해 생기는 신체적·정신적 반응이다. 직무 스트레스를 받으면 먼저 '경고반응(alarm reaction)'이 나타난다. 교감신경계가 흥분하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등의 증상이다. 다음은 '저항단계(stage of reaction)'로 자극에 대해 조금씩 여유를 갖고 적응하려 하거나 저항한다. 이 단계에서 인체는 부신피질호르몬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방어체계를 구축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장기간 반복 또는 지속되면 이런 방어체계가 붕괴되고 적응 에너지도 고갈되고, 몸은 '소진단계(stage of exhaustion)'로 진행된다. 이때 신체 특정 기관이 고장 나거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다.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 등 뇌·심혈관계 질환은 대부분 이 단계서 발생한다. 서울백병원 스트레스클리닉은 "직무 스트레스는 조직에도 생산성 감소, 이미지 저하, 이직률 증가 등의 피해를 끼친다"며 "선진국처럼 국내 기업들도 직무 스트레스를 회사의 위기 관리 요소로 보고 해소를 위한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적으로 일할 수 없는 직원이 가장 위험

연세대 원주의대 예방의학교실 고상백 교수팀이 한강성심병원 산업의학과, 고려의대 산업의학교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동으로 2004~2005년 전국 근로자 8429명을 조사한 결과, 직무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인은 그렇지 않은 직장인보다 뇌·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2.3배 높았다. 연구팀은 스트레스 유형을 보상 부적절(능력에 비해 급여가 적음), 물리적 환경(소음이 심하거나 시설 낙후 등), 관계 갈등(동료와 사이가 나쁨), 직무 불안정(비정규직 등), 직무 요구(과다 업무로 야근 등을 자주 함), 조직 체계(부서간 갈등 등), 직무 자율성, 직장 문화 등 8개 영역으로 나누어 조사했다.

그 결과 특히 직무 자율성과 직장 문화, 두 영역의 스트레스가 뇌·심혈관계 질환 발병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직무 자율성이 결여돼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만 일해야 하는 직장인은 그렇지 않은 직장인보다 뇌·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2.8배, 직장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고 내키지 않는 회식자리에 억지로 참석해야 하는 등 직장문화로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은 그렇지 않은 직장인보다 2.37배 높았다.

보상 부적절(1.96배), 물리적 환경(1.75배), 관계 갈등(1.65배), 직무 불안정(1.23배), 직무 요구(1.17배), 조직체계(1.17배) 영역의 스트레스도 뇌·심혈관계 질환의 발병과 관계가 있었으나 통계적인 의미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상백 교수는 "고용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낮은 임금을 받는 스트레스가 뇌·심혈관계 질환 발병과 연관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그렇지 않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 대상의 80% 이상이 정규직 근로자여서 파견 근로, 일용직, 계약직 등 고용 불안정·저임금 근로자의 상황이 덜 반영됐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직무스트레스 얼마나 받고 있나요?

스트레스 반응 체크 : 0점 전혀 아니다, 1점 가끔 그렇다, 2점 자주 그렇다, 3점 꽤 자주 그렇다, 4점 거의 항상 그렇다
* 자료제공 : 서울백병원 스트레스클리닉

1. 나는 업무에 대해 거의 열정을 느낄 수가 없다 (    )
2. 나는 충분히 잠을 자는 데도 피곤하다 (    )
3. 내 업무에 따르는 책임을 모두 수행하는데 화가 난다 (    )
4. 나는 조금만 불편해도 기분이 가라앉고 짜증이 나며 참을 수가 없다 (    )
5. 내 시간과 에너지를 계속 쏟지 않고 싶다 (    )
6. 내 업무가 하찮고 쓸데없는 것 같아 우울하다 (    )
7. 내 의사결정 능력이 평상시보다 저하된 것 같다 (    )
8. 나는 필요한 만큼 유능하지 못한 것 같다 (    )
9. 내가 하는 업무의 질이 필요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다 (    )
10. 나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모두 지쳐 있다 (    )
11. 나는 질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이다 (    )
12. 나는 성생활에 대한 관심이 적어졌다 (    )
13. 식사량이 달라졌고 커피, 찬 음료, 술을 더 마시고 담배도 더 핀다 (    )
14. 나는 다른 사람들의 문제나 요구에 대해 무감각해져 있다 (    )
15. 나는 직장상사, 동료 친구나 가족들과 말할 때 뒤틀려 있다 (    )
16. 나는 잘 잊어버린다 (    )
17. 나는 집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    )
18. 나는 쉽게 지루해 진다 (    )
19. 나는 불만족하고 어딘가 잘못된 것처럼 느낀다 (    )
20. 왜 일하느냐고 자문하면 월급 받기 위해서라는 답이 나온다 (    )

테스트 결과
점수 0~25점 : 적응을 잘하고 있음. 특별한 조치가 필요 없음
점수 26~40점 : 스트레스가 있음. 더 스트레스 받기 전에 예방적 행위가 필요함
점수 41~55점 : 소진의 위험이 있음. 에너지 소진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
점수 56~80점 : 소진 상태임. 포괄적인 스트레스 관리 계획이 필요함




헬스조선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