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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과 건강의 상관관계
헬스조선 김민정 기자 | 사진 조은선
입력 2009/12/21 14:13
초콜릿과 건강의 상관관계
초콜릿은 카카오콩 가루를 반죽한 카카오매스에 설탕, 카카오버터, 우유 등을 첨가해 만든다. 카카오 함유량에 따라 그 종류가 달라진다. 다크 초콜릿은 설탕이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카카오 함유량이 최소 34% 이상으로, 그 비율이 높을수록 더 좋다. 밀크 초콜릿은 20~40% 이상의 카카오를 함유하고 있지만 설탕이 많이 들어 있다.
화이트 초콜릿은 카카오 반죽에서 분리된 지방 성분인 카카오버터에 설탕, 우유, 향을 첨가한 것이다. 화이트 초콜릿의 카카오버터 함유량은 최소 25% 정도다. 이러한 초콜릿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과연 초콜릿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최신 의학 정보들을 모았다.
초콜릿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초콜릿의 주성분인 카카오에는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하다. 폴리페놀은 동맥경화나 당뇨병, 암 등을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는 성분이다. 활성산소는 체내에 있는 효소들과 결합해 세포의 신진대사를 방해하는 것을 가리킨다. 폴리페놀 성분에 포함돼 있는 플라보노이드는 협심증,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플라보노이드는 면역조절 기능이 있어 감기를 예방하고 알레르기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폴리페놀 성분의 효과는 카카오가 더 많이 함유된 다크 초콜릿일수록 더 크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다수의 연구결과, 하루 100g 정도의 다크 초콜릿을 매일 섭취하면 항산화 작용으로 인해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감소시켜 심장병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매일 530kcal의 열량을 더 섭취하는 것이므로 체중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콜릿의 당분은 피로를 풀어 주고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몸이 피로하다는 것은 간장 내 글리코겐이 없어 혈액에 당분을 공급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피로할 때 초콜릿을 먹으면 당분이 혈당치를 정상화시켜 피로해소를 돕는다. 초콜릿은 뇌에 영양을 공급하고 뇌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한다. 따라서 두뇌활동이 많은 수험생이나 직장인들이 초콜릿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적당량의 초콜릿을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초콜릿에는 포화지방산과 설탕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김경수 교수는 “비만한 사람이나 체중이 증가하면 더욱 악화되는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초콜릿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외에 당뇨환자나 중성지방이 높은 사람, 위식도 질환이나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사람도 초콜릿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초콜릿에 중독됐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초콜릿 중독자’라는 뜻의 ‘초코홀릭(Chocoholic)’이라는 말도 있다. 정말 초콜릿에 중독될 수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김경수 교수는 “초콜릿 섭취를 중단했다고 금단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초콜릿에는 중독성이 없다. ‘초콜릿에 중독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초콜릿의 향과 맛 자체를 탐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초콜릿 중독과 관련한 성분으로 아나다마이드가 있다. 이 성분이 대마초의 주성분인 테트히드로카비놀의 수용체를 활성시킨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콜릿을 섭취해 대마초 효과를 보려면 초콜릿을 하루에 11㎏씩 먹어야 한다. 그렇다면 초콜릿에 중독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콜릿에는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성분이나 사람의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과 비슷한 성분이 들어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성분은 트립토판으로 신경세포 사이에서 전기적 신호를 전달해 감각 정보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뇌의 신경세포는 트립토판을 이용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데, 고농도의 세로토닌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화학 성분도 기분을 좋게 한다. 페닐에틸아민은 ‘초콜릿의 암페타민(중추신경을 자극하는 각성제)’이라고 불린다. 이 성분은 대뇌피질을 각성시켜 사고력과 기억력, 집중력 등을 순식간에 고조시킨다. 초콜릿은 오피오이드라는 물질의 생성도 자극하는데, 이 성분은 아편과 비슷한 물질로 기분을 좋게 한다.
초콜릿에는 테오브로민과 카페인도 함유돼 있다. 테오브로민은 초콜릿의 독특한 쓴맛과 향을 내는 성분으로,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어 심장박동수를 증가시키고 이뇨효과가 있다. 카페인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일종의 흥분제로 이뇨효과가 있다. 이러한 약리효과 때문에 카페인과 테오브로민은 약으로 쓰이기도 한다.
초콜릿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
흔히들 초콜릿을 많이 먹으면 충치가 생긴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초콜릿은 치아에 그리 해롭지 않으며 오히려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초콜릿에 들어 있는 불소가 치아를 튼튼하게 하고, 타닌이 충치균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또한 초콜릿이 고열량 식품으로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고 알고 있다. 일단 맞는 말이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초콜릿에는 카카오버터와 설탕이 많이 들어 있어 100g당 평균적으로 500kcal 정도의 열량을 낸다. 그러나 설탕이 없는 다크 초콜릿은 비교적 열량이 낮기 때문에 살찔 위험도 낮다. 초콜릿을 먹고 살이 찔까봐 염려된다면 밀크 초콜릿보다는 다크 초콜릿, 다크 초콜릿 중에서도 카카오 함량이 높은 것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