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지구와 내 몸을 지키는 보험 - 워크홀릭(Walkholic)
헬스조선 서영란 기자
입력 2009/12/21 11:46
사람의 가장 원초인 이동수단 걷기. 집과 학교, 회사 문턱까지 연결해주는 교통수단의 발달로 걷기를 경험할 기회가 상당히 줄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가까운 곳은 반드시 걷고,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면 일부러라도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걷기의 매력에 빠진 워크홀릭(Walkholic), 당신도 동참할 때가 왔다.
‘걷기의 생활화’가 뜬다!
지난 10월 11일 올림픽공원과 수원의 장안공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한 2008건강걷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보건복지부는 ‘1주일에 5일 이상 30분 이상 걷기만 하면 웬만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라는 세계보건기구의 신체활동 권고를 국민건강생활 캠페인으로 전개하고자 ‘건강혁신 1530’을 슬로건으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원하기만 하면 각 지역의 관공서, 기업 등의 주최로 열리는 ‘걷기대회’에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걷기는 오래 전부터 트렌드였다. 일본에 걷기 운동이 유행하게 된 데는 만보기 회사들의 노력이 한 몫 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당시 국민들의 운동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만보기는 효과적인 도구였다. 만보기 제조 회사들은 ‘하루 만보 걷기 운동’을 내세워 만보기 마케팅에 사용했고 이러한 전략이 적절이 맞아 떨어져 일본에서는 ‘만보 걷기 붐’이 일어났다.
최초의 걷기 운동은 1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이 네덜란드를 행군할 때 국민이 함께 걸으며 격려했던 것이다. 요즘도 매년 7월 3째 주면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국제걷기대회(International 4 day March)에 참여하기 위해 전 세계의 걷기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걷기 운동이 시작된 유럽에서부터 미국을 거쳐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세계는 지금 걷기에 매료되어 있다.
걷기, 우리 몸에 얼마나 좋은가?
걷기의 운동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된바 있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에게 걷기는 가장 쉽고 간편한 운동이다. 하루 30분 이상 빠른 걸음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면 운동 시작 20분 후부터 지방이 연소돼 다이어트에 효과를 볼 수 있다. 평소 몸을 움직이지 않던 사람이 당장 건강을 챙기겠다고 결심한다면 가장 먼저 권하는 운동이 ‘걷기’다. 특별한 기술과 준비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걷기는 각종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이다. 미국 심장병학회는 미국인의 최대 사망원인인 심장질환을 막기 위해 ‘Start! Walking’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학회는 온라인 홈페이지(mystartonline.org)를 통해 자신만의 걷기 지도, 걷기 기록, 식습관 등을 기록할 수 있는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만 빠르게 걸어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50% 이상 낮아진다”고 미국의학협회지에 발표했다.
무릎 충격에 예민해 운동을 멀리하는 관절염 환자들은 뒤로 걷기를 하면 효과적이다. 서울 우리들병원 관절센터 정재훈 원장은 “관절염 환자뿐 아니라 다리 근육이 굳어져 많이 걷기 힘든 고령자나 무릎 수술 환자, 인대에 부상이 있는 사람에게 뒤로 걷기가 좋다”고 말했다. 뒤로 걸으면 발의 앞쪽이 먼저 땅에 닿은 뒤 발바닥 바깥쪽을 거친 뒤 뒤꿈치까지 ‘구르듯이’ 지면과 닿기 때문에 무릎에 전해지는 충격이 줄어든다. 걷기는 골다공증, 우울증, 당뇨 등의 질환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걷기 VS 달리기, 뜨거운 감자
걷기와 달리기 중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이냐는 논란은 최근까지 계속된다. 지난 9월에는 걷기가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한 연구 결과가 화제가 되었다. 영국 엑시터대학과 브루넬대학 연구팀은 의학전문저널 ‘예방 의학(Preventive Medicine)을 통해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며 “걷기와 같은 중강도 운동보다 조깅, 테니스, 배드민턴, 수영 등 강도 높은 운동이 건강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걷기 열풍은 쉽사리 식지 않는다. 운동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할 수 있고,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하더라도 부상을 일으키지 않고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운동을 처음 하는 사람이 목표시간을 정하고 걷기와 달리기 두 가지 종목에 동시에 도전했을 때, 완수할 수 있는 확률은 걷기 쪽이 우세하다. 단 10분을 뛰고 헉헉거리는 것보다, 1시간 지속적으로 걸으면 3배 정도 많은 칼로리가 소비된다. 운동 강도가 낮을수록 탄수화물보다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므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운동을 한다면 달리기보다 걷기가 알맞다.
미국의 운동생리학자 폴락이 달리기를 한 그룹과 걷기를 한 그룹을 비교할 결과, 체중 감소폭은 체중의 1.5%로 같았지만 체지방률 변화폭은 걷기 그룹이 달리기 그룹보다 두 배 이상 컸다. 걷기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무심코 지나친 주변 환경을 탐구해볼 수 있다는 점은 더없이 매력적이다. 걷기냐, 달리기냐 하는 논란보다 우선해야 할 점은 사람마다 체력 조건, 운동을 하는 이유가 다양하므로 적합한 운동을 찾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가지 더 누구나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걷기만한 것이 없다는 점을 덧붙인다.
질환 별 추천 걷기 방법
고혈압 - 짧게 여러 번 걷기
인디애나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 10분간 네 번 걷는 것보다 40분간 한 번 걷는 것이 혈압 강하에 효과적이었다.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짬짬이 자주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심장질환 - 의사와 상담 후 걷기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는 운동 중 혈압 반응에 유의하면서 가벼운 걷기를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50~60대 이상이라면 심장 기능이 원활한지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느끼면 중단하고, 노인 환자는 추운 날 걷지 않는다.
관절염 - 뒤로 걷기
잔디밭이나 흙 길처럼 푹신한 곳에서 깔창이 깔린 푹신한 운동화를 신고 뒤로 걷는다. 운동 전 5~10분 정도 준비 운동을 하고, 뒤로 걷다가 넘어질 수 있으므로 보호자와 함께 걷는 것이 좋다. 우리들병원 관절센터 정재훈 원장은 “뒤로 걸으면 평소에는 잘 쓰지 않던 근육과 인대가 발달하여 무릎 관절을 더 튼튼하게 지지해 줌으로써 관절염 증상을 개선한다.”고 말했다.
허리 통증 - 보폭을 줄여 일정하게 걷기
발을 땅에 디딜 때 보이지 않게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보폭을 작고 일정하게 해서 발 뒤꿈치를 먼저 디딘 다음 발 앞으로 차고 나가는 보행법이 좋다.
전립선 질환 - 매일 30분 이상 걷기
전립선 질환을 예방하려면 매일 30분 이상 바르게 걷는 것이 좋다. 대한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 이유식 학술이사는 “전립선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오래 앉아있는 환경을 피하고 어쩔 수 없다면 짬을 내어 하체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장시간 자전거를 타는 것은 피하고, 매일 30분씩 가볍게 걷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