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속 터지는' 탈장, 통증 없다고 방치하면 큰일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9/12/18 17:56
최근 운동을 시작한 중년 남성 김모(41)씨는 며칠 전부터 역기를 들 때마다 사타구니에 불룩 튀어나온 것이 만져지는 것을 깨달았다. 걱정이 돼 비에비스 나무병원을 찾은 김씨에게 내려진 병명은 탈장.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했다. 김씨는 이 병원에서 복강경 탈장 수술을 받으면 적은 흉터로 탈장을 치료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내원당일 수술에 필요한 검사를 받았다. 다음날 바로 복강경 탈장 수술을 받은 김씨는 수술 다음날 퇴원했다. 수술에서 퇴원까지 걸린 시간은 만 하루. 퇴원 후 약 3일 후부터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100명 중 2~3명은 ‘속터지는’ 탈장 겪는다
탈장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탈장수술은 1999년 약 1만7000건에서 2007년 약 3만4000 건으로, 최근 8~9년 사이에 2배나 증가했다. 2007년 전체 수술건수(약 147만 건) 중 탈장수술이 차지한 비율은 2.3%다. 100명 중 2~3명이 탈장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탈장이란 내장이 복벽 밖으로 밀려나온 상태를 말한다. 내장을 받쳐주는 복벽과 근육층이 터지면서 그 압력에 의해 얇은 복막이 터진 복벽 사이로 풍선처럼 튀어나오고, 그 속으로 장이 밀려나오는 것이다. 탈장이 생기면 기침을 하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 사타구니, 배꼽, 옆구리 등에 계란만한 크기로 불룩하게 튀어나온 덩어리가 만져진다. 서있거나 배에 힘을 줬을 때 볼록한 것이 도드라지지만 누울 경우 뱃속으로 들어가 만져지지 않는다.
탈장이 생기는 원인은 크게 복압의 증가와, 복벽 조직의 약화로 나눌 수 있다. 복압은 주로 무거운 짐을 자주 드는 경우, 만성 변비가 있어 변을 볼 때 지나치게 힘을 주는 경우 등에 높아진다. 복벽 조직을 약화시키는 원인은 흡연이 대표적이다. 또한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해 복벽근막이나 근육이 약해져 탈장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복부 비만은 복압의 증가와 복벽 조직의 약화, 두 가지 원인을 모두 제공한다. 임정택 비에비스 나무병원 외과장은 “복부 비만이 심한 경우 복강 내의 과도한 지방 때문에 복압이 상승하게 되며, 동시에 복벽은 지나치게 늘어나 조직이 약해지면서 탈장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탈장, 치료 늦으면 장기 썩거나 불임 유발할 수 있어
탈장은 통증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보니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탈장이 생기면 서있거나 배에 힘을 줬을 때 장의 일부가 튀어나오지만, 손으로 누르거나 누울 경우 도로 뱃속으로 들어간다. 문제는 한정된 구멍을 통해 빠져나왔던 장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일부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 남아있는 장에 피가 통하지 않아, 탈장을 계속 방치하면 장기가 썩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성인 남성의 경우, 특히 사타구니에 생기는‘서혜부 탈장’이 전체 탈장의 약 75%를 차지한다. 전문의들은 서혜부 탈장을 방치할 경우 불임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탈장이 생기면 뱃속을 이탈한 장이 내려와 정관을 눌러 고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의 높은 온도가 고환의 온도를 높여, 인체 온도보다 낮은 환경에서 정자생성 능력을 발휘하는 고환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복강경 탈장 수술, 수술에서 퇴원까지 하루면 ok
최선의 치료는 바로 수술이다. 탈장은 자연치유를 전혀 기대할 수 없고, 약물로도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에비스 나무병원은 탈장의 치료에 있어 피부 절개를 최소화하는 복강경 수술을 표준 치료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가능하면 직접 절개하는 수술보다 복강경 수술을 시행함으로써 환자의 수술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앞당기는 것이다.
예전에 많이 시행하던 탈장 수술은 재발률이 높았다. 구멍이 생긴 복벽 주변의 근육을 끌어당겨 꿰매는 방식으로, 당겨진 부위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복압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터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했다.
최근에는 복강경을 이용한 ‘무장력 수술’을 통해 탈장을 치료한다. 복벽 안쪽에 인조 그물을 넣어 복벽의 구멍을 튼튼하게 보강하는 방식이다. 복압을 인조그물 전체로 분산시키고 탈장이 생길 수 있는 틈새를 제거한다. 내부의 압력이 높아져도 그에 비례해서 막은 부위가 더 튼튼하게 고정되는 효과가 있어 재발이 거의 없다. 또한 수술 후 상처가 거의 없고, 일상생활의 복귀가 빠르다. 일반적으로 수술 환자의 95% 이상은 24시간 이내에 퇴원이 가능하다.
◆탈장, 생활습관 개선으로 예방
탈장은 주로 일상생활과 연관이 있는 만성적인 복압의 상승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배변시 배에 지나친 힘을 주는 것을 피하고,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규칙적인 배변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복벽을 약화시킬 수 있는 담배는 끊는 것이 좋으며, 무리한 운동 역시 자제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