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여성 청결제, 선택 혹은 필수
헬스조선 강수민 기자
입력 2009/12/10 17:27
여성 청결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큰일 날까?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을까? 소중한 부위인 만큼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이런 고민은 날로 깊어만 간다. 여성 청결제의 기능, 혹시 잘못 알고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1. 질 건강, 보이지 않아 소홀하기 쉽다
여성의 질은 자궁에서 외음부까지 이어진 둥근 관 모양으로 방광과 직장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항상 따뜻하고 어둡고 축축한 상태이기 때문에 각종 세균들이 생겨나기 좋은 장소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질은 질에서 떨어져 나오는 상피세포와 세포 사이의 조직액, 자궁에서 분비되는 점액으로 이루어진 분비물을 내보내 세균으로부터 건강을 지킨다. 뿐만 아니라 질 내 살고 있는 락토바실루스 균은 글리코겐을 젖산으로 분해해 pH 4.5~5.5 상태를 유지시켜 유해 세균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신체 면역력 약화나 외부적인 영향에 의해 질 내 환경을 이루고 있는 균형이 깨질 경우가 있다. 이때 여러 물질들에 의해 자라나지 못했던 유해 세균이 급격히 증식하게 되고 병으로 발전하게 된다. 가장 흔히 걸리는 세균성 질염도 이런 배경에서 일어난다. 세균성 질염에 걸릴 경우 질 안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물론 약간 누렇거나 회색을 띠는 냉?대하증과 함께 생선 비린내가 나 사람들을 피하게 된다. 보통 신경 세포가 적은 질은 통증이나 가려움증을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생식기와 신장, 수뇨관, 방광, 요도 등의 기관 그리고 항문 부위는 불편함을 호소한다.
이처럼 질은 여성에게 있어 임신과 출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기관일 뿐 아니라 상태가 눈으로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소중히 살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금은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 청결제를 사용하지만 원래는 분만 후 질과 항문 사이에 있는 회음 절개 부위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소독 효과가 있는 제품을 뒷물에 풀어 사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필품화되어 액체, 무스, 스프레이, 티슈 등 다양한 종류의 여성 청결제가 시중에서 판매중이다.
소독보다는 청결에 초점이 맞춰진 제품들이다. 여성 청결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질 건강의 유지’여야 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너무 자주 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생식기는 얇은 방수성 막에 둘러쌓여 있는데 자주 씻으면 이 막을 손상시켜 색이 변하고 막이 벗겨지게 된다. 특히 다양한 여성 청결제 중 질 세정제는 몸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만큼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2. 여성 청결제는 ‘양날의 검’이다
여성 청결제 사용을 둘러싸고 여전히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질에는 자정 능력이 있으므로 여성 청결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과 청결 유지는 물론 폐경기나 질 건조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여성 청결제를 사용하는 이들 중 질에서 풍기는 시큼한 냄새가 싫어 자주 씻는 여성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질에서 분비되는 질액의 본래 냄새다. 인체는 스스로 작정작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생상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물로만 씻어도 된다.
하지만 질액 분비가 많아지거나 냄새가 난다면 식초를 한두 방울 떨어뜨린 물로 외음부를 살짝 씻는 것도 좋다. 이에 관해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황정혜 교수는 “식초를 너무 많이 넣을 경우 접촉성 피부염이 생기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이는 알칼리로 변한 질 내의 pH를 다시 산성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너무 잦은 질 세정제의 사용은 유익한 세균까지 모두 죽이기 때문에 오히려 세균성 질염에 감염되기 쉽다”고 무분별한 질세정제의 사용을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질이나 외음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여성 청결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증세가 호전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위험하다. 먼저 병원을 방문해 어떤 상태인지부터 체크해야 한다.
또한 겉만 씻는 외음부 세정제와 달리 질 안까지 집어 넣는 질 세정제는 손톱 때문에 질 내에 상처가 나거나 부어오르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손인숙 교수는 “잘못하면 질 내의 건강을 지키는 세균들까지 씻어낼 위험이 있다”고 말하며 특별한 질병이 생기지 않는 한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여성 청결제가 필요한 이들도 있다. 임신, 폐경 등의 여성 호르몬의 변화나 당뇨 등과 같이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의 경우 질 내 산도 유지가 힘들어 중성이나 알칼리으로 변하게 된다. 이럴 때는 젖산이 함유된 보조치료제를 사용하면 좋다. 병원진료와 함께 한다면 회복 속도도 빠르다. 뿐만 아니라 체질적으로 질 내에 젖산이 덜 살거나 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때도 역시 젖산이 함유된 보조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아직 여성 청결제 사용에 관한 논란이 많고 그 효과에 대해 밝혀지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어느 선까지는 효과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벨라쥬 여성의원 조수현 원장은 “잘 선택해서 사용한다면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며 “일주일에 3~4번 정도, 산성 성분이나 유산균 성분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고 제품을 선택해 사용한다면 괜찮다”라고 말했다. 결국 여성 청결제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를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하다면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혹시 심리적인 강박관념 때문에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