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폐렴, 젊은 환자 급증… 30代가 가장 많아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 도움말=김재열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입력 2009/12/08 16:26
지난 6년간 40% 증가
젊은 폐렴 환자가 늘고 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폐렴으로 진료받은 성인 환자 수는 40만5000명에서 55만6000명으로 40% 가까이 늘었다(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특이한 점은 연령대 별로 분류할 때, 30대 환자 수가 6년 내내 가장 많았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30대 폐렴 환자는 10만503명으로 40대(9만5885명)보다도 많았다.
일반인들은 폐렴이 다른 질병으로 인한 합병증이 아니라면 천연두처럼 사실상 사라진 질병이라고 오해하지만, 폐렴균 자체는 없어지지 않고 더욱 강해지면서 번식하고 있다. 여기에 도시화에 따라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특히 젊은 계층은 직장 생활 등으로 얼굴을 맞대고 지내면서 서로 감염시키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사람의 10% 정도는 평상시 발병하지 않을 뿐 목(상기도)에 폐렴구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국민 10% 폐렴균 있어
30대는 건강을 과신해 감기와 비슷한 폐렴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에 제때 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 폐렴은 가벼운 경우 저절로 낫기도 하지만, 1~2주일 이상 방치하면 젊고 건강한 사람도 다른 합병증이 나타나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는다. 특히 신종플루에 걸려서 폐렴이 합병증으로 나타날 경우 치사율은 더욱 높아진다.
폐렴의 일반적 증상은 기침·고열·두통·누런색 가래 등이다. 증세가 심해지면 현기증·구토·전신피로감이 이어진다. 젊은 환자의 경우 초기에 병원에 가면 상대적으로 가볍게 치료받고 완치될 수 있다. 60대 이상 노인이 대부분 7~10일 정도 여러가지 항생제를 복합 투약받아야 하는 반면, 젊은 사람은 초기인 경우 2~3일 정도 치료하면 좋아진다.
◆항생제 남용하면 발병시 치료 어려워
폐렴 치료의 관건은 항생제 내성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항생제를 남용하면서 폐렴구균이 내성을 가져, 일단 폐렴이 발병하면 다량의 항생제를 투여해도 쉽게 낫지 않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의 '병원체의 분포실태 및 항생제 내성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에 대한 페니실린 내성률은 2005년 12월~2006년 9월 조사에서 91.2%이었다가 2006년 10월~2007년 6월 조사에서는 92.1%, 2007년 8월~12월 조사에서는 92.7%로 높아졌다. 페니실린은 내성률이 워낙 높다보니 폐렴 치료에 단독으로는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른 항생제인 에리스로마이신과 세포탁심도 내성률이 계속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폐렴구균을 가지고 있는지는 목(상기도) 세포배양검사로 알 수 있지만, 검사에서 균이 나와도 폐렴 증상이 없으면 항생제로 균을 없애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이 굳이 검사할 필요는 없다. 균은 제거해도 나중에 얼마든지 다시 체내에 들어올 수 있지만, 항생제를 쓰기 시작하면 내성이 생겨 진짜로 발병했을 때 대응이 어렵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폐의 '끄르륵' 소리로 감기와 구별
따라서 젊은 사람은 감기와 폐렴을 구분해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기 증상으로 병원에서 갔을 때 의사가 청진기로 진찰하다가 폐에서 폐렴 특유의 끄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엑스레이 촬영과 객담 검사 등으로 확진한다. 예방법은 폐렴백신과 독감백신 접종이다. 폐렴 백신은 폐렴구균에 대한 항체 생성률이 90% 정도이다. 독감백신만 맞으면 폐렴 예방률이 5% 정도지만 폐렴백신과 독감백신을 같이 맞으면 90% 이상의 효과가 있다.
※ 폐렴 왜 무섭나… 폐세포 파괴해 호흡부전으로 급사
사람의 상기도에 있던 폐렴구균은 면역력이 약화돼 코와 기도 점막의 세균 방어력이 저하되면 폐로 내려와 폐세포를 파괴한다. 다른 세포는 파괴돼도 사람이 어지간해서 즉사하지는 않지만, 폐세포가 파괴되면 산소교환이 되지 않아 호흡부전으로 급사할 수 있다. 호흡부전이 일어나지 않아도 세균에 오염된 혈액이 전신을 돌면서 온몸의 장기를 망가뜨려 패혈증으로 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