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예쁜이 수술' 잘못하면 성생활에 지장?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9/11/11 16:00
“선생님 좀 도와주세요. 1㎜도 늘어나지 않는다니까요” 모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얼마전 폐경 후 성생활의 불편을 호소하는 한 중년 여성을 진료했다. 남편과 이혼한 후 그녀는 속칭 ‘예쁜이 수술’을 받았고 최근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하지만 수년 전 예쁜이 수술을 할 때 질 입구를 너무 좁힌 나머지 막상 폐경이 되어 호르몬 변화로 질이 늘어나지 않자, 도저히 성생활이 불가능해서 고민 끝에 산부인과를 찾은 것. 이 중년여성은 다시 질 입구를 넓히는 수술을 통해 비로소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하게 됐다.
◆폐경, 질과 요로 계통에 가장 큰 영향
폐경은 흔히 안면홍조나 발한, 우울감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만이 알려져 있지만, 특히 자궁 주변부인 질과 요로 계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임순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폐경이 되어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면 질벽이 탄력을 잃고 주름도 적어지면서 질세포는 얇아지는 등 비뇨생식기 계통에 전반적인 위축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부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중년여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년여성들 스스로 비뇨생식기계통의 불편감에 대해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못했던 탓에 그동안 폐경 후 증상이 다소 축소되어 알려진 측면이 있었다. 폐경 여성 중에서는 대략 25~50% 정도가 질건조감을 호소한다. 특히 ▲정상 분만의 경험이 없는 여성 ▲‘예쁜이 수술’을 받은 여성 ▲체구가 작은 여성 ▲폐경 후 오랫동안 성관계를 하지 않은 여성 등에서 흔히 발생한다.
강정배 한림대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에스트로겐은 부신(副腎)이나 피부 주위조직에서도 분비되기 때문에, 덩치가 큰 여성이 작은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되어 폐경기 때 찾아오는 생식기 계통 증상을 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폐경=성욕 감퇴’ 아니다?
폐경은 중년 부부의 성생활에 영향을 준다. 강정배 교수는 “여성 노인들의 경우, 배우자가 노후까지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이 가장 참기 힘들다고 고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흔히 ‘폐경=성욕 감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성교통과 같은 불편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성호르몬의 감소는 질의 위축, 건조감, 질염 등을 가져오며, 질점막의 위축성 변화는 성교통을 일으켜서 여성이 성교에 대해 기피하도록 만든다. 또한 성관계시 윤활액 분비가 감소되는 것도 성교통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런 상태에서 무리하게 성관계를 맺으면 상피세포의 손상으로 인한 이차 감염증으로 박테리아성 요도염이 발생하거나, 피가 나기도 한다.
◆윤활제는 전용 제품 사용해야
일반적으로 원활한 성생활을 위해서는 통증으로 인한 거부감이 있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성적 충동을 유도하고 성교 횟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 성행위 전에 따뜻한 물로 목욕하거나 충분한 전희를 통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방법으로는 여성호르몬을 복용하거나 질정, 질크림과 같은 국소적 여성호르몬 윤활제를 사용하면 질의 위축감을 줄일 수 있다.
윤활제는 질 윤활제로 나온 전용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가끔 얼굴이나 손에 사용하는 로션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제품에는 알코올 성분이나 향이 나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서 질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 바셀린이나 베이비오일과 같은 유성 윤활제들도 질에 자극감을 주고 감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질을 포함한 신체의 수분 균형에 중요하다. 알레르기 때문에 항히스타민제제를 복용하는 경우 점막을 마르게 하여 질 건조감이 악화될 수 있다. 뒷물을 할 땐 자극성이 강한 비누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비누는 질의 산도를 높여 질염을 유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