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커피 먹고 엉덩이가 간질간질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9/10/13 09:22
주부 K씨는 종종 엉덩이에 손을 대고 긁는 버릇이 있다.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갈 때, 버스를 탈때 가끔씩 가려우면 도저히 ‘그 부분’을 긁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다. ‘거기’에 손을 대고 긁는다는 것이 자존심도 상하고 민망하지만 긁고 났을 때의 시원함을 생각하면 조금 부끄러워도 참는다고 했다.
K씨를 괴롭힌 병명은 항문소양증. 항문소양증은 대장염, 치질, 피부염 등의 질환 때문에 생기는 속발성 소양증과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소양증이 있다.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는 병을 고치면 자연스럽게 가려움증도 없어진다. 하지만 특발성 소양증은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물질이나 음식을 피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그녀를 괴롭힌 가려움증의 원인은 커피와 지나친 청결습관이었다. K씨는 하루 평균 7잔의 커피를 마실 정도로 커피광이었다. 커피 속의 카페인 성분이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항문 주변 피부를 예민하게 만들 수 있다. 커피 외에도 홍차, 콜라, 초콜릿, 우유, 맥주, 포도주, 오렌지주스, 비타민C 등도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가려움증을 줄이려고 K씨는 매일 2번 이상 항문을 비누로 씻고 대소변을 볼 때마다 비데를 사용했다. K씨처럼 여성들 중에서는 대변을 보고 나면 꼭 물로 닦아야 직성이 풀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항문질환 전문의들은 이와 같은 지나친 청결 습관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동근 한솔병원 원장은 “항문을 비누로 씻거나 비데를 자주 사용하면 항문을 보호하는 기름막이 벗겨진다. 기름막이 손상되면 세균이나 곰팡이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돼 가려움증이 생긴다. 따라서 하루 한두 번만 배변 후 물로 씻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는 정도가 좋다”고 말했다.
가려움증이 심하면 1차적으로 연고를 이용한 약물치료를 한다. 증상이 있는 경우에만 연고를 사용하고 증상이 좋아지면 중단한다. 1개월 이상 약물치료를 받아도 호전되지 않으면 알코올 주사요법이나 피부박리술을 통해 항문 주변 신경을 차단하는 방법을 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항문가려움증은 수술을 받기 전에 식이조절과 생활습관 개선 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