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조두순 사건’, 음주 후 성폭행은 어쩔 수 없는 일?
입력 2009/10/07 11:10
조두순 사건을 접한 많은 국민들이 분노에 치를 떨고 있다. 더욱이 ‘만취’상태에서 범한 행동이라는 이유로 감형됐으며, 최종 판결이 나기 전 형이 가혹하다며 항소까지 제기했다는 사실은 전국의 딸 가진 부모들과 딸들을 공포에 몰아 넣기 충분했다.
지난해 12월 소리 소문 없이 자행된 ‘조두순 사건’은 지난 9월말 모 방송국의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전 국민에게 알려졌다. 그 후 1주일이 넘은 지금, ‘은지 사건’ 등으로 이야기 거리가 확대되며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에 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사건에 더욱 무거운 형벌을 매길 수 있도록 법안을 바꾸자는 서명운동과 나영이 가족을 돕기 위한 성금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범 국민적인 뜨거운 반응이 있는 데에는 그만큼 해당 사건에 대한 처벌 규정이 미흡했음을 뜻하기도 한다. 물론 이번 사건의 이면에는 ‘음주 상태에서의 범죄’라는, 쉽게 넘길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음주 후 ‘사고’에 유독 관대한 대한민국
술은 정상적인 뇌의 기능을 억제시키는 작용을 한다. 뇌의 기능 중, 대뇌 신피질은 이성적이고 판단을 담당하며, 구피질은 감정과 본능을 다스린다. 알코올이 몸안으로 들어가 뇌에 작용을 하게 되면 구피질보다 신피질에 먼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술을 마셔 신피질이 알코올에 의해 정상적인 기능이 억제되면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된다. 대신 구피질의 기능대로 감정적이고 본능적인 행동양상을 띄기 쉽다. 따라서 평소에 억눌려져 있던 본능이나 금기적 행동 등을 분출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경우에 따라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될 확률이 높다.
이번 ‘조두순 사건’도 따지고 보면 만취상태여서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되었기 때문에 더욱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잔인하고 변태적인 범행수법과 증거 인멸을 위한 끈질긴 노력 등으로 볼 때, ‘과연 만취한 사람이 우발적으로 범한 사건이므로 감형되어 마땅하냐’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했다.
‘심신미약’은 법률적 용어로서 시비를 변별하고 그 변별에 의해 행동하는 능력이 상당히 감퇴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번 용의자 역시 만취상태이기 때문에 한정책임능력자로서 그 형이 경감된 것으로 보인다.
항소의 주된 이유는 바로 ‘심신미약’인데 만취상태였기 때문에 감형을 받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만취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는 어느 정도 용서받을 수 있다’ 은연중의 사고방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부인하기 힘들다. 술 먹고 일어난 사고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대한민국 음주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술 마시고 죄를 감해주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한 네티즌은 “죄를 저지르고 술 핑계 대면 뭐든 용서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술 마신 사람에게 관대한 법률적 해석으로 인해 이 사회가 심신미약 상태에 빠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 된다”며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음주 운전은 중대한 범죄로 해석되는 반면, 음주 후 성폭행은 그 죄가 경감되었다”면서 법률적인 해석 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음주 상태 범죄자의 재발 방지 대책 절실
실제로 음주 상태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비율은 사회적으로 높은 편이며, 특히 우발적인 살인, 절도, 강간 등에서 높은 비율을 보여왔다. 성범죄의 경우 가해자의 60%이상이 음주상태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가정폭력 역시 60% 이상이 음주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각종 신체 상해 및 강도·절도 사건도 40% 이상은 ‘술김’에 일어난 일이라고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의 자살, 상습적인 폭행 등의 사고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최고 100배 이상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아동 성폭행 전과자는 재범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지 오래다.
감형을 통해 문제 음주 상태의 범죄자를 보호하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비슷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음주 후에 발생하는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건전한 음주교육 또는 단주 교육도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