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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사각지대 다문화가정 몽골인 아내 "병 고치면 다른 외국인 돕는 통역사될래요"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헬스조선·인하대병원 '지구촌 한가족' 캠페인

현재 우리나라 남성과 결혼해서 국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 여성 이민자는 12만5000명이 넘는다. 이들 중 다수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의 남편이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농어민이나 영세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라 몸이 아파도 치료비를 댈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신부의 친정 식구들 역시 마찬가지다.

헬스조선과 인하대병원(병원장 박승림)은 이런 다문화가정 구성원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Global Korea, 우리는 지구촌 한가족'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의 첫 수혜자로 선정된 몽골인 푸렙수렌(34)씨와 중국동포 박춘희(46)씨가 지난 24일 인하대병원에서 진료받았다.

디스크 참으며 통역 아르바이트

몽골에서 대학을 마친 푸렙수렌씨는 지난 2000년 몽골에서 근로자로 일하던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경기도 안산으로 건너왔다. 한국에 온 뒤부터 이유없이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엔 경미했던 통증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다리와 팔까지 신경이 눌려 사지가 끊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몇 년 전부터 관공서에서 몽골인 통역을 할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아픈 몸을 이끌고 통역 아르바이트를 다니고 있지만 월 80만원 정도의 수입만으로는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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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간판탈출증으로 고통받던 몽골 출신 푸렙수렌(왼쪽 두번째)씨와 양성재발성현훈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던 중국동포 박춘희(왼쪽 세번째)씨가 28일 인하대병원 입원실에서 윤승환 신경외과 교수(왼쪽 첫번째), 김규성 이비인후과 교수에게 앞으로 진행될 치료 과정에 대해 설명들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to@chosun.com

그러던 그는 이번 캠페인을 알게된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이 헬스조선닷컴에 추천해 인하대병원을 찾게 됐다. 윤승환 신경외과 교수의 진찰 결과, 추간판탈출증(척추 디스크)이었다. 척추의 디스크 일부가 신경다발을 살짝 눌러 허리에 통증이 생기고 다리와 팔까지 통증이 퍼진 것이다.

윤 교수는 "신경을 누르고 있는 정도가 심하지 않아 당장 수술은 필요하지 않다. 주사로 통증을 줄이면서 물리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는 치료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척추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시작한 푸렌수렙씨는 "병이 나으면 국내 대학에서 전문적인 통역을 공부해 힘들게 사는 다문화가정 여성을 돕겠다"고 말했다.

"병 고치면 남편과 여행 다니고 싶어"

박춘희씨는 지난 2007년 중국 지린성에서 친구 소개로 남편을 처음 만났고, 2008년 5월 대전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신혼은 달콤했고, 식당 등에 온돌 장판을 깔아주는 남편의 작은 가게 일을 도우며 사는 재미에 눈을 떴다.그러나 어릴 때부터 박씨를 괴롭히던 어지럼증이 지난해부터 급격히 심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지럼증으로 쓰러질 정도였다. 차를 탈 수도, 엘레베이터를 탈 수도 없게 됐다. 침대에서 잘 때에도 뒤척거리는 남편의 움직임에 어지러움을 느껴 따로 자야 했다.

그러나 가정 형편상 병원에 갈 여윳돈이 없었다. 그러던 중 헬스조선닷컴에서 이번 캠페인 소식을 본 남편이 박씨를 위해 진료를 신청했다.

박씨를 진찰한 김규성 이비인후과 교수는 뇌혈관 수축 기전에 이상이 생겨서 나타나는 어지럼증의 일종인 '양성재발성현훈'으로 진단했다. 김 교수는 "양성재발성현훈은 비교적 흔한 질병이며, 박씨는 오래 방치해 상태가 심각해진 사례"라며 먹는 약을 6개월 복용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완치되면 남편과 아름다운 한국 풍경을 마음껏 보러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대상자 어떻게 선정하나

'Global Korea, 우리는 지구촌 한가족' 캠페인은 조선일보, 대한항공, 법무부, 인하대학교가 후원한다. 치료받기 원하는 다문화가정 구성원은 헬스조선닷컴 '우리는 지구촌 한가족' 캠페인 코너(www.healthchosun.com)에 신청하면 된다. 딱한 사연을 알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나 사회복지기관 등의 대리 신청도 가능하다. 질병의 종류 및 상태, 신청자의 경제적 형편 등을 고려해 치료 대상자를 선정한다. 문의 (02)724-7600

>> 추간판탈출증·양성재발성현훈은…

푸렙수렌씨와 박춘희씨가 진단받은 추간판탈출증과 양성재발성현훈은 어떤 질병이며 어떻게 치료하는지 두 사람의 주치의에게 설명을 들었다.

추간판탈출증

추간판탈출증(척추 디스크)은 제자리에서 벗어난 디스크를 잘라내는 수술 치료와 물리치료를 위주로 하는 보존적 치료법이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물치료, 물리치료, 보조기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푸렙수렌씨처럼 초기 추간판탈출증일 때에는 다음과 같은 보조요법을 시행한다. 처음 2~7일간은 단단한 침상에 누워 무릎 밑에 베개를 받쳐 관절을 적당히 굽힌 자세로 안정을 취한다. 이후에는 염증을 없애주는 진통소염제를 먹거나 스테로이드제재를 1주일에 3회 정도 주사한다. 전기자극이나 초음파, 열치료 등 물리치료나 무릎을 세우고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엉덩이를 천천히 들고 1부터 10까지 세는 등의 간단한 운동치료도 도움이 된다.

양성재발성현훈

양성재발성현훈은 난청이나 다른 신경계질환이 없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어지럼증이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으나, 편두통과 마찬가지로 뇌혈관이 수축되고 확장되는 작용이 귀의 전정기관 및 평형기능에 영향을 미쳐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두통, 구역질, 시각 혼란 등이 같이 온다. 이런 어지럼증은 빙빙 도는 느낌의 회전성에서부터 붕 뜨거나 흔들리는 느낌, 띵한 느낌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어지럼증을 느끼는 빈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먹는 약을 처방한다.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잦아 약을 먹으며 조절하는 질병으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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