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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도다! 조선의 왕이 사랑한 건강음식
취재 김민정 월간헬스조선 기자 | 사진 조은선 기자
입력 2009/09/25 15:50
우리도 한번 왕처럼 먹어 볼까?
탐나는 도다! 조선의 왕이 사랑한 건강 음식
우리의 음식문화가 가장 발달했던 곳은 두말할 것 없이 궁중이다. 왕권 중심의 체제에서 정치, 경제, 문화적 권력이 궁중에 집중됐고 더불어 최고 권력의 밥상도 발달하게 된 것이다. 궁중음식은 조리기술이 뛰어난 주방 상궁과 대령숙수(待令熟手)들이 각 고을에서 들어오는 제철 진상품으로 정성껏 만들어 맛과 영양 면에서 ‘최고’로 손꼽힌다. 온갖 식재료가 풍성한 가을, 조선왕조가 사랑한 건강 음식으로 우리 가족 밥상을 차려 보자.
Part 1. 한국 음식의 정수(精秀), 조선시대 궁중 음식
조선시대의 궁중음식은 왕과 왕비의 수라상이 대표적이다. 당시 왕과 왕비는 이른 아침에 보약이나 미음 등을 먹고, 아침 수라와 저녁 수라를 먹었다. 수라상은 수라(밥), 탕, 조치(찌개), 찜, 전골, 침채, 장류, 쟁첩이 올라가는 12첩 반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수라와 탕은 2가지씩 올라갔다. 수라는 흰 밥인 백반(白飯)과 팥 삶은 물로 지은 찹쌀밥인 홍반(紅斑)이다. 탕은 미역국과 곰탕을 준비해 왕과 왕비가 그날그날 좋아하는 것을 골라서 먹을 수 있게 했다. 조치는 토장조치와 젖국조치 2가지를 차렸다. 쟁첩에는 다양한 식재료로 조리법을 달리해 만든 12가지 반찬이 담겼다. 육류ㆍ어류의 구이나 적으로 이루어진 더운 구이, 김, 더덕ㆍ채소의 구이나 적으로 이루어진 찬 구이, 육류ㆍ어류ㆍ채소류로 만든 전인 전유화, 육류를 삶은 편육, 채소류를 익혀 만든 숙채, 채소류를 날로 조리한 생채, 육류ㆍ어패류ㆍ채소류의 조림, 채소의 장아찌인 장과, 어패류의 젓갈, 포ㆍ자반ㆍ튀각 등의 마른 찬, 육류ㆍ어패류ㆍ채소류의 생회나 숙회 등이다.
조선시대 궁중음식은 수확 시기에 맞춘 각 지방의 특산물인 곡식, 채소, 육류, 해물 등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신선함이 뛰어났다. 당시에는 계절마다 처음 나온 식품을 종묘에 천신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 식품으로 만든 음식을 왕에게 올렸으므로 궁중음식은 계절 음식 중심이었다. 밥을 주식으로 하고 곡물 위주인 주식에 부족하기 쉬운 영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식이 만들어졌다. 부식은 채소류, 육류, 어류 등의 재료와 다양한 맛의 조미료로 조리법을 달리했다. 반찬으로는 고기 음식을 제일로 여겼고, 쇠고기가 가장 많이 쓰였다. 그 외 육류요리를 할 때는 돼지고기, 꿩고기 등과 전복, 해삼 같은 해산물을 같이 썼다. 또한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을 균형 있게 섞었다. 육류가 주재료인 찜과 탕에 채소를 같이 넣는 식이다. 식재료뿐 아니라 양념도 적당히 넣어 영양의 균형을 맞췄다. 조리하는 과정에서도 주로 찌거나 끓이는 등의 일차적인 조리법을 사용해 영양 손실을 최소화했다. 궁중 음식은 대개 짜거나 맵지 않고 담백한 편이다. 강한 향신료나 모양이 바르지 않은 생선이나 채소는 사용하지 않았다.
조선시대 궁중음식에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정신이 배어 있다. ‘먹는 음식이 곧 약이 된다’는 사상을 담고 있다. 《동의보감》에도 ‘음식이 약이다. 병이 나면 음식으로 먼저 다스리고 그 다음에 약을 쓴다’고 기록돼 있다. 이런 정신은 민중의 식생활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조선시대 백성들은 죽이나 떡에 율무, 마, 복령 같은 약재를 넣어 보양음식, 병후 회복식으로 먹었다. 한여름 삼복더위에는 인삼, 찹쌀, 마늘, 밤, 대추 같은 약재를 닭과 함께 푹 고아 즐겼다. 또한 인삼, 생강, 대추, 계피, 오미자, 구기자 같은 한약재를 탕차로 만들어 수시로 마신 것도 그 한 예다.
Part 2. 조선 왕들이 즐겨 먹은 음식은 바로 이것!
숙종의 ‘생선숙편’
숙종 45년(1719년)의 기록인 《진연의궤》에는 ‘생선숙편(生鮮熟片)’이라는 음식이 나와 있다. 생선숙편은 생선 으깬 것에 녹말가루, 참기름, 간장을 넣고 차지게 섞어 틀에 넣어 쪄낸 다음 납작하게 썰어서 간장에 찍어 먹은 어묵이다. 생선을 요리에 적극적으로 이용해 단백질을 섭취했음을 알 수 있다. 숙종은 오골계 삼계탕도 즐겨 먹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검은색 음식을 보양식으로 여겼다. 검은색은 우리 몸의 오장 가운데 주로 신장에 작용한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을 생장과 발육의 기본으로 보며, 신장이 허약하면 기력이 쇠퇴하고 정력이 떨어지며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고 여긴다.
재료(4인분) 대구살 300g, 소금 약간, 녹말 1+1/2컵, 간장 2+1/2큰술, 참기름 1+1/2큰술, 간장ㆍ식초ㆍ물 1큰술씩
만들기
1 대구살은 으깨 면보에 넣고 짠 뒤 소금으로 간한다.
2 소금 간한 대구살에 녹말가루, 간장, 참기름을 넣고 잘 섞는다.
3 ②의 대구살을 원형 틀에 넣고 찐다.
4 쪄낸 대구살을 0.5cm 두께의 반달 모양으로 썰어 간장, 식초, 물을 섞어 만든 초간장과 함께 낸다.
영조의 ‘탕평채’
조선의 선조 때 시작된 당파 싸움은 숙종 때부터 그 도가 지나쳐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 이에 영조는 왕권 신장을 위해 탕평책을 실시했고, 영조가 대신들과 탕평책을 논하는 자리의 상에 처음 올랐던 음식이 청포묵무침이었다. 청포묵무침이 ‘탕평채’라 불리게 된 이유다. 탕평채는 잘게 썬 묵에 쇠고기, 미나리, 숙주 등을 넣고 달걀지단과 김을 얹은 뒤 간장을 뿌려 무친 음식이다. 청포묵의 탄수화물, 고기와 달걀의 단백질, 미나리와 숙주, 김의 비타민과 무기질을 고르게 섭취할 수 있어 현대인도 즐겨 먹는다.
재료(4인분) 청포묵 1모, 쇠고기 100g, 미나리 70g, 숙주 100g, 소금 약간, 달걀 1개, 김 1장
고기 양념 진간장 1큰술, 설탕 1/2큰술, 다진 파ㆍ참기름 2작은술씩, 다진 마늘ㆍ깨소금 1작은술씩
양념장 간장ㆍ식초 1+1/2큰술씩, 설탕 1작은술, 실고추 약간
만들기
1 청포묵은 길이 5cm, 두께 0.5cm의 막대 모양으로 썬다.
2 쇠고기는 가늘게 채썬 뒤 분량의 양념장을 잘 섞어 넣은 다음 팬에 볶아 식힌다.
3 미나리는 잎을 떼고 숙주는 머리와 꼬리를 떼 소금 넣은 끓는 물에 데친다. 그런 다음 미나리는 4cm 길이로 자른다.
4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를 나눠 풀어 지단을 부친 뒤 채썬다.
5 김은 구워 잘게 부순다.
6 청포묵, 쇠고기, 미나리, 숙주, 달걀, 김을 잘 섞는다.
7 그릇에 ⑥을 담고 분량의 양념을 잘 섞어 만든 초간장을 곁들인다.
순종의 ‘차돌조리개’
순종은 치아와 위장이 약해 식성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에 주방 상궁과 대령숙수는 순종만을 위한 특별한 음식을 선보였다. 씹기 쉽고 위에 자극적이지 않은 심심한 음식이다. 순종은 차돌박이를 푹 고아 경단처럼 뭉쳐서 조린 차돌조리개를 즐겨 먹었다. 차돌박이에 갖은 몇 가지 양념만 했을 뿐인데 맛이 뛰어나다. 순종은 쇠고기를 썰어 볶아 끓여 만든 국인 황볶기탕도 즐겨 먹었다. 두 가지 음식 모두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을 섭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재료(1인분) 차돌박이 200g, 녹말가루 1큰술, 참기름ㆍ잣가루 약간씩
양념장 다진 마늘 1/2작은술, 다진 파 1작은술, 설탕 2작은술, 진간장 1큰술, 소금ㆍ후춧가루 1/2큰술씩, 참기름 약간
조림장 : 진간장 1+1/2큰술, 물 2큰술, 설탕ㆍ청주 1큰술씩, 참기름 약간
만들기
1 차돌박이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기름기를 뺀 뒤 칼로 다진다.
2 분량의 양념을 잘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3 다진 차돌박이에 녹말가루와 양념장을 넣고 치댄다.
4 치댄 차돌박이를 지름 1.5cm 크기의 완자로 빚는다.
5 팬에 조림장 재료를 넣고 센 불에서 한 번 끓인 뒤 빚어놓은 완자를 넣고 약한 불에 조린다. 조림장에 끈기가 생기면 불을 끄고 참기름을 넣어 윤기를 낸다.
6 그릇에 차돌조리개를 담고 잣가루를 뿌린다.
인조의 ‘전복만두’
조선시대의 규모가 큰 궁중연회에는 다양한 종류의 만두가 나왔다. 만두는 처음에는 중국에서 온 사신을 대접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 음식이었는데 서서히 궁중의 잔치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 가운데 전복만두와 표고버섯만두가 눈에 띈다. 특히 전복만두는 인조가 좋아했다는 기록이 있다. 전복은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을 위해 먹었던 식품으로도 유명하다.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해 남성의 스태미나, 여성의 피부미용에 좋다. 표고버섯 역시 간 건강을 좋게 하고 식욕을 돋우는 데 효과가 있다.
재료(4인분) 밀가루 2컵, 소금 1/4작은술, 물 2/3컵, 큰 전복 2개, 두부 1/2모, 숙주 150g, 다진 죽순 1/4컵, 진간장ㆍ식초ㆍ물 1큰술씩
양념 : 간장ㆍ참기름 1작은술씩, 다진 마늘ㆍ파ㆍ생강 1작은술씩, 설탕ㆍ소금 1/2작은술씩, 흰 후춧가루 1/4작은술
만들기
1 밀가루는 소금을 넣고 물을 조금씩 부으면서 잘 섞어 반죽한 뒤 부드러워지도록 치댄다.
2 밀가루 반죽을 한 덩어리로 만들어 비닐봉지에 넣고 30분 이상 냉장고에 넣어 숙성시킨다.
3 전복은 깨끗이 손질해 다지고, 두부는 물기를 제거해 으깬다.
4 숙주는 머리와 꼬리를 떼고 데쳐 물기를 뺀 뒤 송송 썰고, 죽순은 다진다.
5 전복, 두부, 숙주, 죽순에 분량의 양념을 넣고 잘 섞어 만두소를 만든다.
6 밀가루 반죽은 밀대를 이용해 얇게 민 뒤 지름 10cm의 원형틀로 찍어 만두피를 만든다.
7 만두피에 만두소를 넣고 반으로 접어 만두를 만든다.
8 한 김 오른 찜통에 젖은 면보를 깔고 만두를 넣고 15분 동안 찐다.
9 그릇에 만두를 담고 진간장, 식초, 물을 섞은 초간장을 함께 낸다.
철종의 ‘순무김치’
메밀칼국수를 즐겨 먹은 철종이 좋아한 또 다른 음식은 순무김치다. 순무는 조선시대 궁중에 진상되던 강화도 특산물로, 현재 강화와 김포 지역에서 많이 난다. 당시 김장철이 되면 순무, 쪽파, 고춧가루, 젓갈을 넣고 버무려 김치를 담가 저장해 놓고 이듬해 6월까지 꺼내 먹었다고 한다. 《동의보감》을 보면 순무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음식의 소화를 돕는다고 나와 있다. 또한 수척한 사람이 늘 먹으면 살이 찌고 건강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순무는 궁중 여성이 피부미용을 위해 먹은 음식이기도 하다.
재료(20회 먹을 분량) 순무 5개(2kg), 순무청 200g, 소금 3큰술, 쪽파 100g, 고운 고춧가루 2큰술, 물 1/2컵
양념 굵은 고춧가루 1/3컵, 액젓 1/3컵, 다진 마늘 2큰술, 다진 생강 1큰술, 설탕 1큰술,
만들기
1 순무는 껍질째 깨끗이 씻어 뿌리와 무청을 자르고 큼직하게 썬다.
2 무청은 소금에 절여 숨을 죽인 뒤 4~5cm 길이로 썬다.
3 쪽파는 다듬어 깨끗이 씻어 순무와 비슷한 길이로 썬다.
4 썰어 놓은 순무에 고운 고춧가루를 뿌리고 살짝 버무려 붉게 색을 낸다.
5 분량의 양념을 잘 섞어 순무에 넣고 버무린다.
6 김치통에 양념에 버무린 순무를 나누어 넣는다.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차곡차곡 담아 하루 숙성시킨 뒤 먹는다.
세종은 닭이나 꿩, 양 같은 고기를 즐겨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현대를 사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닭고기는 《동의보감》에 몸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타며 식은땀을 자주 흘리는 허약체질인 사람에게 좋다고 적혀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의 정신을 맑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삼계탕은 뜨거운 성질의 음식이므로 평소 열이 많거나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료(1인분) 영계 1마리(600g), 찹쌀 1/2컵, 수삼 1뿌리, 대추 4개, 마늘 3쪽, 밤 3개, 물1.8L, 소금ㆍ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영계는 꽁지 쪽을 조금 갈라 내장을 꺼내고 뼈에 붙은 피까지 말끔히 씻은 뒤 물기를 뺀다.
2 찹쌀은 물에 담가 2시간 동안 불린다.
3 수삼, 대추, 마늘은 깨끗이 씻고, 밤은 껍질을 벗겨 씻는다.
4 닭의 뱃속에 찹쌀, 수삼, 대추, 마늘, 밤을 채우고 갈라진 부위는 실로 묶거나 이쑤시개로 고정시킨다.
5 냄비에 닭과 물을 넣고 끓이다 펄펄 끓으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국물이 뽀얗게 우러날 때까지 끓인다.
6 닭의 실이나 이쑤시개를 없애 그릇에 담고 소금과 후춧가루를 함께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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