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김모(37)씨는 얼마 전 7살 난 딸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고 기침을 해 혹시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이 아닌가 싶어 급히 동네 소아과로 달려갔다. 하지만 해당 소아과 의사는 아이를 면밀히 진찰해 보더니 약을 줄 수 없다는 말을 했다.
김씨는 얼마 전 수정, 발표된 정부 대응 방침에서 신종플루와 유사한 증세만 나타내도 무조건 타미플루를 먼저 처방할 수 있도록 바뀐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며 의사에게 따졌다.

하지만 의사는 끝내 의견을 바꾸지 않았다. 화가 난 김씨는 신종플루 확인 검사를 하기를 원했지만 검사 가격에 또 한 번 놀랐다. 언론에 보도된 6만~12만원 대가 아닌, 20만원이 훌쩍 뛰어 넘는 가격대였기 때문이었다. 또 검사 일수도 5~8일로, 기존에 알고 있었던 1~3일보다 훨씬 길었다. 화가 난 김씨는 항의했지만, 의사는 빠르고 싼 검사를 받으려면 거점병원으로 가보라는 말만 했다.

신종플루 유행 이후 김씨와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이 많다. 환자들은 “동네병원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한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이고 ‘뜨뜻미지근한’ 태도는 동네병원 입장에서 보면 환자의 안전을 고려해 취해야 하는 정상적인 대응이다.  왜 그럴까?

동네병원은는 신종플루를 진단(확진)할 수 있는 검사 기구를 갖추고 있는 곳이 전혀 없다. 보통 신종플루 검사 기구는 ‘실시간 종합효소 연쇄 반응법(Real Time RT-PCR)’, ‘역전사 종합효소연쇄반응법(Conventional RT-PCR), ’다중 역전사 종합효소연쇄반응법(Multiplex RT-PCR) 등 3가지로 나뉘는데, 종합병원 중에서도 일부(전국 35개 병원)만 이 기구 중 1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동네병원은 검사를 하려면 환자를 거점 병원 또는 종합병원으로 보내거나, 아니면 환자의 호흡기관의 점액을 채취해 수탁기관(검사만 해 주는 사설 기관)으로 보내야 한다. 양성 확진 전까지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또 중간에 수탁 기관이 개입돼 있기 때문에 일반 거점, 또는 종합병원에서 검사받는 것보다 약 7만~10만원 정도가 더 비싸다. 시간도 5~7일 더 걸린다. 따라서 신종플루 의심환자를 직접 검사하지 않고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는 것은 신속하고 저렴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또, 김씨의 아이와 같이 타미플루를 쉽게 처방받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손용규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공보이사는 “내 의원만 해도 하루 약 200~250명의 어린이 환자가 온다. 매년 초가을에는 소아환자 중 열에 아홉은 고열, 호흡기장애, 근육통 등을 호소한다”며 “모두 신종플루와 거의 유사한 증세인데, 부모들은 모두 타미플루 처방을 요구하지만, 타미플루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 원하는대로 처방을 해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서초구 거점 약국의 한 곳당 하루 보유량은 60여개 정도이다. 유사증상 환자마다 타미플루를 처방하면 타미플루는 한 나절도 못 가서 동이 난다. 그렇게 되면 정작 타미플루를 처방받아야 할 확진 환자가 처방을 못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제도적, 시스템적인 이유들 때문에 동네병원에서는 신종플루에 대한 약을 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신종플루가 의심되면 바로 거점 병원으로 가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거점 병원에서는 약국을 거치지 않고 바로 타미플루를 공급해 줄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동네병원보다 약을 받기가 조금 더 쉽다. 또한 검사도 비교적 빨리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이틀 정도 후면 신종플루 양성 여부를 확진할 수 있다.




[특집] 신종플루 오해와 진실, 제대로 알고 대처하자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 이예진 헬스조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