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처방 30%가 엉뚱한 피부병에 쓰이니…"

'엉뚱한 피부병에 무좀약을 바르니 나을 턱이 있나….'

발가락이나 발바닥에 무좀 같은 증상이 생기면 다른 병인데도 무작정 항진균제 무좀약을 써서 병을 키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안규중 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항진균제 사용 내역을 보면 피부과가 아닌 내과, 가정의학과, 비뇨기과 등에서 처방하는 항진균제 중 30% 정도는 '무좀 유사 질환'에 잘못 처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심평원에는 무좀약 오용 현황에 대한 공식 자료가 아직 없다.

사람들이 흔히 무좀으로 착각하는 질환은 접촉성 피부염, 땀띠, 농포성 건선 등 10여 가지에 이른다. 모두 환부가 가렵고 붉어지며, 무좀처럼 하얀 각질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노영석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최근 피부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무좀 증상'의 약 50%는 다른 질환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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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이런 유사 질환은 원인이 무좀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무좀약을 발라봤자 효과가 없다. 무좀약은 곰팡이균을 죽이는 항진균제인데 이들은 곰팡이균이 아니라 유해 물질 접촉, 땀, 피부와 연결된 말초 신경 손상 등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무좀약을 발라도 좋아지지 않으면 피부과를 찾아 곰팡이균 검사(KOH검사)를 받아 다른 질환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무좀이지만 기존 무좀약을 쓰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전체 무좀 중 5% 정도는 최근에 새로 보고된 곰팡이균 때문에 생긴 것인데, 이들은 기존 무좀약과 조금 다른 성분의 전문의약품을 써야 낫는다.

무좀약은 바르는 것, 먹는 것 등이 있으며 무좀 종류에 따라 3주~6개월간 투약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무좀 증상이 사라져도 1~3주 약을 계속 발라야 발톱 안쪽이나 피부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원인균이 모두 없어져 재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