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목을 한번 쓸어내려 주는 10초 남짓의 짧은 만남을 가지려면 적어도 서너달을 애타게 기다려야 하는 의사가 있다.

20년간 1만 건 이상의 어마어마한 양의 수술을 시행했으며 1백 여편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낸 갑상선암 분야의 명의, 강남세브란스병원 박정수 교수의 이야기다. 그가 집도하는 수술을 받으려면 최소 3달은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최근 그의 수술 대기시간이 한 달 이상 단축됐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 2월 서울 신촌에 있는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은 그에게 “강 건너 강남으로 가라”는 인사발령을 내렸다. 박 교수를 통해, 영동세브란스라는 낡은 이미지를 버리고 강남에서 제2의 도약을 꿈꾸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을 키워보려는 전략적인 배치였다.

대개 내로라하는 스타 의사가 병원을 옮기면 그의 환자 중 80~90%는 그를 따라 병원을 옮긴다. 실제로 130~150명에 달하는 박 교수의 환자들은 그를 따라 우르르 강남세브란스로 병원을 옮겼다. 병원을 옮기면 돈이나 시간 등 손해보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심장 수술이나 암 수술과 같은 큰 수술의 경우 주치의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런 비용을 감수하고 의사를 따라 병원을 옮긴다.

하지만 병원을 옮기면서 환자들이 받는 혜택도 있다. 바로 대기시간의 단축. 스타의사가 병원을 옮기면 진료대기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수 있도록 병원측에서 최적의 진료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박정수 교수를 영입하면서 강남세브란스는 시설비만 6억원 이상 들었다. 하나 만드는데 1억원이 넘게 드는 갑상선암 동위원소치료실을 6개나 새로 마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갑상선암센터 의료진 수도 두 배로 늘렸다.

박 교수는 “아무리 갑상선암이 암이 천천히 자라는 ‘거북이암’이라고 하지만, 환자를 생각하면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새 병원에서 새로운 시스템으로 대기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 최혜민 헬스조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