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철 가족 지키는 심폐소생술
휴가철에는 응급처치가 필요한 비상 상황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발생한다. 요즘 TV에 방송되는 보건복지가족부 금연광고도 그런 비상상황을 소재로 했다. 그런데 이 광고가 엉터리다. 수영장에서 물에 빠져 의식을 잃은 여성에게 한 남성이 인공호흡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남성은 숨을 불어 넣을 때 흉부가 부풀어 오르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히지 않아 기도(氣道)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그런데 구조자가 숨을 불어 넣기 시작하자 이상하게도 여성의 흉부는 팽팽하게 부푼다.실제로 응급 상황에서 이 광고의 남성처럼 인공호흡을 하면 어떻게 될까? 고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신중호 교수는 "광고의 남성처럼 심폐소생술을 하면 폐 속으로 산소가 들어가지 않고 시간만 지체돼 목숨이 더 위험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해당 광고 담당자는 "금연을 목적으로 찍은 광고라서 이미지를 먼저 고려했다"며 "정확한 심폐소생술 방법을 담지 못한 점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단순한 광고 에피소드라고 웃어 넘기기엔 파급 효과가 너무 크다. 물놀이가 잦고 그 만큼 익사 사고도 빈번한 여름철에는 올바른 심폐소생술 요령을 익혀 두어야 만약의 상황에서 소중한 가족이나 친지의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 중인 김익환(27)씨는 "올해 초 서울의 한 지하철역 근처에서 심폐소생술 장면을 목격했는데 구조자로 나선 사람이 부상자의 고개도 젖히지 않고 입에 숨만 불고 있더라"며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119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배워 사람을 살려낸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광주에서 초등학생 이유종(13)군이 심장마비로 쓰러진 아버지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내 화제가 됐다. 이 군은 평소 편찮은 아버지를 보고 틈날 때마다 심폐소생술을 연습했다고 한다. 이 군 어머니는 "유종이가 평소에 인터넷에서 심폐소생술 동영상을 찾아 공부했고 베개를 사람처럼 눕혀서 연습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서길준 교수는 "인공호흡 시 가장 먼저 할 일은 부상자를 똑바로 눕힌 뒤 턱 끝이 하늘을 향하게끔 올려줘 기도가 일자로 되도록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를 막은 뒤 입을 대고 숨을 불어 넣는 것은 그 다음이라는 설명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질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물놀이 등 사고 후 심장마비로 숨지는 사람이 매년 약 8000명에 이른다.
대한적십자사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맡고 있는 이계선 간사는 "이들 중 상당수는 사고 직후 적절한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도 체계적인 심폐소생술 교육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일선 소방서마다 일반인과 학생,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무료 교육을 해주는데, 2004년 9월부터 올 4월까지 1670만 명이 이수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교육을 받고 싶은 개인이나 단체는 가까운 소방서 구급계로 전화해 신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군대를 다녀온 성인 남성은 예비군 훈련 때 심폐소생술을 의무적으로 배우게 된다. 신중호 교수는 "구강 대 구강(mouth to mouth) 인공호흡이 자신없으면 흉부 압박만 해도 된다"며 "최근 미국, 일본에서는 흉부 압박만 하는 심폐소생술이 생존율을 더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최근에 이런 흉부 압박술을 재현한 교육용 동영상('컴프레션 온리 CPR'·검색어: New CPR Video)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와 있으니, 일반인은 이것을 검색해서 연습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①즉시 119에 신고한다. 심장이 멎은 지 4~5분이 지나면 뇌에 혈류 공급이 중단돼 뇌손상이 시작되므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면서 119신고는 다른 사람이 한다.
②부상자를 평평한 바닥에 눕힌다. 한 손으로 턱 끝이 하늘을 보게 뒤로 젖혀 기도를 일(一)자로 만든다. 유아는 성인보다 고개를 약간 덜 젖히면 된다. 만약 음식물 등이 입안에 있으면 제거해 준다.
③구조자는 부상자의 코에 고개를 가까이 붙여서 숨을 쉬는지 확인한다. 숨을 안 쉬면 부상자의 코를 잡아서 막은 후 가볍게 2회(1회당 1~2초 정도) 숨을 불어 넣어준다. 인공호흡을 위해 따로 깊이 숨을 들이마실 필요는 없다.
④부상자의 흉부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가슴이 올라가는지 관찰해야 한다. 흉부가 상승하지 않으면 공기가 복부 등 다른 곳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⑥119 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③, ④, ⑤ 번을 계속 반복한다.
⑦숨을 다시 쉬기 시작하면 부상자가 음식물을 내뱉으려 할 수 있다. 이때 부상자의 두 팔을 위로 올리고 얼굴과 몸을 옆으로 뉘여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도움말: 서길준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신중호 고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