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키에 관한 6가지 궁금한 것들
"아이가 흥미 갖는 운동 30분씩 주 3회 꾸준히…
키성장에 가장 도움돼"

여름방학을 앞둔 이맘때면 성장 클리닉이 '특수'를 누린다. D대 환경조경학과 김모(40) 교수도 요즘 '키 명의'를 물색하느라 정신이 없다. 5학년 아들 진우의 키(130㎝)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키가 작아 '키 크는 약'을 꾸준히 먹였고, 요즘은 키 크는 데 좋다는 줄넘기를 매일 200개 이상씩 시킨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농구 반에 등록시켜 하루 8시간씩 농구도 시킨다. 그런데도 키는 여전히 반에서 꼴찌 수준. 이러다 성장판이 닫혀 버릴까 걱정이다. 병원에서는 성장 호르몬 분비가 정상이므로 호르몬 주사는 맞을 필요 없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키가 클 수 있을까? 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키에 관한 6가지 궁금점을 풀어본다.

◆성장판이 닫히면 더 이상 안 자라나?

성장판이 닫혀도 키가 더 자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장판이 닫혔다"고 말할 때 '성장판'은 하체의 성장판이다. 하체 성장판이 닫혀도 척추 쪽 성장판은 열려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어른이 될 때까지 4~5㎝ 정도 더 자랄 수 있다.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 교수는 "일찍부터 키가 큰 아이는 하체가 많이 자라므로 '롱다리'가 많고, 상대적으로 늦게 키가 큰 아이는 상체만 자라기 때문에 '숏다리'가 되기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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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교수가 성장클리닉에 성장검사를 받으러 온 아이의 키를 측정하고 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너무 일찍 생리하면 어떻게 하나?

사춘기가 지나면 성장에 관계되는 성장판이 대부분 닫히고, 성장호르몬 대신 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성인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따라서 사춘기가 지나치게 일찍 찾아오고 2차 성징이 나타난다면 성장호르몬 분비 기간이 짧아지므로 최종 키도 작아지게 된다. 박미정 교수는 "2차 성징이 너무 빨리 나타나는 것을 '성조숙증'이라 하는데, 이때 성 호르몬 지연제를 맞혀 성장호르몬이 계속 분비되게 하면 키를 조금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줄넘기는 좋고 근력운동은 나쁜가?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덕희 교수는 "운동으로 인한 자극은 대뇌에서 성장 호르몬을 많이 분비시키도록 지시하므로 모든 운동은 성장에 도움이 된다"며 "심지어 키 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고 알려진 근력운동도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운동 종류보다 운동의 강도와 시간. 김 교수는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운동 종목을 최대 산소 소비량의 70% 정도(심박수가 증가할 정도) 강도로 30분씩 주 3회 꾸준히 하는 것이 키 성장에 가장 도움이 된다"며 "너무 과한 운동은 오히려 성장호르몬 분비를 저하시키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일찍 자는 것이 좋은가?

생체 리듬상 성장 호르몬 분비는 밤 9시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10시쯤 최대치가 되고, 11시 이후에 급격히 감소한다. 때문에 키 성장만 놓고 본다면 이론적으로 밤 9시 이전에 자야 한다. 하지만 요즘엔 초등학생도 밤 12시 이후까지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고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이기형 교수는 "늦게 자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잠의 질을 높여야 한다"며 "일찍 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적어지고, 늦게 자도 깊이 자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상대적으로 많아진다"고 말했다. 한편 숙면을 방해하는 코골이나 입호흡 등을 치료해 주면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

키 크는 약, 얼마만큼 효과 있나?

현재 정식으로 허가받은 '키 크는 약'은 없다. 흔히 접하는 '키 크는 약'은 인체 시험을 거쳐 효과가 입증된 '약제'가 아니라 대부분 보조적으로 성장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이다. 전문의들은 '키 크는 약' 효과를 맹신하다 성장 치료를 받아야 할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미정 교수는 "특히 외국에서 직수입된 일부 성장 보조제 중에는 호르몬 성분이 첨가돼 있어 당장은 키가 빨리 자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성장판을 빨리 닫히게 해서 키 성장을 억제하는 것들도 있다"며 "성장 보조제는 전문의와 상담 후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성장호르몬 주사, 안전한가?

1년 이상 매일 맞아야 하는 성장호르몬 주사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부모가 많지만 전문의들은 20~30년간의 임상 결과가 축적돼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덕희 교수는 "주사가 혈당을 높이므로 당뇨병이 생길까 걱정을 많이 하는데, 주기적으로 혈당 검사를 해서 혈당이 지나치게 높을 때 주사를 중단하면 정상으로 돌아오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백혈병 위험을 높인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여러 연구결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뇌종양 치료 후 성장호르몬 결핍이 초래돼 주사를 맞는 경우에는 뇌종양이 재발할 수 있으므로 재발 여부를 관찰하면서 투여량을 조절해야 한다. 이기형 교수는 "키가 정상이고 성장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는데도 무리한 욕심으로 키를 더 크게 하기 위해 주사를 맞히는 부모가 많은데, 그렇게 한다고 키가 더 크는 것은 아니므로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