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박모(27)씨는 저녁에 소개팅이 있어 아침에 유난히 메이크업에 신경을 쓰고 출근했다. 평소엔 비비크림 정도만 가볍게 바르지만 오늘따라 파운데이션에 파우더까지 풀 메이크업을 했다. 박 씨는 “화장을 한 탓이었는지 평소보다 더 덥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며 “한번 후끈 달아오른 얼굴의 열기도 잘 식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많은 여성들이 여름철에 화장하기를 싫어한다. 파운데이션, 파우더 등의 메이크업 제품을 생략할 때가 많고 때론 기초화장도 하기 싫어한다. 스킨 하나만 달랑 바른다는 여성들도 많다. 화장을 하면 얼굴이 더 덥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화장을 하면 왜 덥게 느껴질까?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연구소 고승용 팀장은 “메이크업 제품이 얼마나 피부 온도를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지 않다”며 “첫번째론 기초화장을 할 때 바르는 보습 성분이 수분을 가둬두기 때문에 더 덥게 느껴지질 수 있다. 두번째로는 여름철에는 피지 분비가 더 왕성해지는데 피지들이 보습막을 형성하여 수분 증발을 막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우더 등의 입자가 모공을 막는 것과는 관련이 없을까? 이에 대해 모델로 피부과 서구일 원장은 “화장을 두껍게 하면 모공을 막아서 피지샘의 분비에는 영향을 주지만 땀분비에는 많은 영향은 없다. 왜냐하면 모공을 통해 분비되는 피지와는 달리, 땀은 모공이 아니라 피부로 직접 분비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장품이 피부 온도를 높이는 이유에 관한 또 다른 해석도 있다. 명지병원 피부과 강원형 교수는 “일종의 온실효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맨살에 부딪힌 빛의 50%는 다시 반사된다. 하지만 화장을 할 경우 미세한 입자 성분들이 태양광을 ‘캡쳐(capture,붙잡다)'하기 때문에 다소 더워진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