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사랑병원·21세기병원 등 톱5 전문병원들 강북점 개원 줄이어
"강남은 이미 포화상태 환자 가까이 찾아갈 것"

개인 병원이나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의 최대 전장(戰場)은 서울 강남지역이다. 네트워크 의원이나 전문 병원들은 이곳에서 사활을 걸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제 서울 강북 지역으로까지 전장이 확대되고 있다. 강북지역 '전문병원 전쟁'을 주도하는 곳은 척추와 관절 병원들. 지난해 수술 실적 상위 5위 이내에 드는 척추·관절 전문병원들이 강북지역에 잇따라 병·의원을 내고 있다.

연세사랑병원은 이달 초 서울 노원구 공릉동 지하철 7호선 태릉입구역 부근에 58 병상을 갖춘 강북점을 냈다. 경기도 부천에서 처음 개원한 이 병원은 지난해 서울 방배동에 두 번째 병원을 연 지 1년이 채 안돼 세 번째 병원을 강북지역에 개원했다. 병원 건물은 도로에서 3m 이상 떨어져야 하는데 강북 병원 건물은 도로에서 1.5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법률적으로는 '의원 급'으로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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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고용곤 원장은 "수술하는 의사들 실력이나 의료장비는 강남 병원에 못지 않지만 법률적으로 '의원'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진료비가 병원보다 10~20% 저렴하다. 임대료 등도 상대적으로 싸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강남과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불황으로 새 병원을 개원하는데 부담이 많았지만 강북에서 1시간 이상 차를 타고 오는 인공관절 수술 환자들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힘찬병원도 오는 11월 서울 도봉구 창동에 200병상 규모의 새 병원을 개원할 예정으로 건물 공사를 하고 있다. 부평, 인천, 목동에 이어 이 곳은 네 번째 병원이다. 이수찬 원장은 "현재 운영 중인 세 병원의 환자를 분석했더니 서울 강북지역 환자가 많았다. 고심 끝에 강북 지역에 병원을 새로 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척추 전문병원들의 '강북 전쟁'은 이보다 한발 앞서 벌어지고 있다. 서울척병원이 2006년 성북구 정릉동에 척추 전문병원을 개원했으며, 2007년에는 중랑구 묵동에 21세기병원이 개원해 진료를 하고 있다. 21세기병원은 서초구 서초동 병원에 이어 두 번째 병원이다.

이렇게 강북지역으로 전장을 옮긴 인공관절·척추 병원들은 그 동안 진료와 수술은 물론 마케팅과 병원 확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이 때문에 척추·관절병원들의 강북대전을 다른 진료과 전문병원들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그렇다면 강북지역에 관절·척추 전문병원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경쟁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척병원 김동윤 원장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지난 2000년 이후 척추·관절 수술 건수와 전문병원 개수가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서울 강남권은 이미 척추·관절 전문병원들이 포화 상태다. 이에 따라 병원들이 노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강북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울시 인구 분포를 보면 강북 지역 노인 인구 비율은 강남이나 강서지역보다 높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0명 당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강남구(6.5명), 서초구(7.1명), 송파구(6.6명), 강북구(10명), 성북구(9.3명), 노원구(8.2명)이다. 인공관절·척추 수술 환자는 노인 인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 결과 인공관절수술 환자의 평균 연령이 67.5세. 결국 '환자 풀'이 큰 곳으로 병원들이 이동하는 셈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지명도가 높은 전문병원들은 가까운 동네뿐 아니라 서울시내 전 지역과 수도권에서까지 환자들이 찾았다. 뿐만 아니라 수술 잘 하는 병원으로 소문나면 전국에서 환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현상들이 점점 줄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을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하는 병원은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전남 여수에 있는 애양병원이다. 지방의 척추·관절, 안과, 치과, 대장·항문 전문병원들도 급성장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대학병원을 제외한 전문 병원들은 점점 지역 병원화되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도 강북 환자들이 강남까지 오는 사례가 점점 줄고 있다. 과거에는 환자들이 멀어도 이름난 병원을 찾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병원이 환자를 찾아가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