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보리 혼식이 혈당 낮추고 체중 줄여준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9/03/31 22:01
혈중 지방치도 떨어뜨려
식후 혈당 많이 높인 건 자장면>햄버거>쌀밥 순(順)
똑같은 칼로리를 섭취해도 음식의 종류에 따라 식후 혈당, 혈중 지질 변화에 확연하게 차이가 있고, 2개월쯤 지나면 체중까지 달라진다는 연구결과를 안다면 고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조경환 교수팀은 고려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고시 준비생 8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첫날 오전 8시, 학생 8명에게 흰쌀밥(600㎉)을 먹인 뒤 30분, 60분, 90분, 120분, 180분, 240분, 300분의 시점에 혈액을 채취했다. 밥 먹기 전 채혈까지 포함하면 모두 8회다.
그 다음날 아침에는 쌀과 보리쌀이 50%씩 섞인 밥을 먹인 뒤 똑같이 채혈했다. 사흘째는 자장면, 나흘째는 햄버거를 먹인 뒤 똑같은 절차를 밟았다. 쌀밥·보리밥·자장면·햄버거의 열량은 모두 같았다.
식후 혈당 변화를 비교해본 결과 자장면을 먹은 뒤 혈당이 가장 높게 올라갔다. 하지만 자장면을 먹은 뒤 4시간이 지나면 혈당 수치가 식전 공복혈당(평균 83.6㎎/dL)보다 낮은 71.8㎎/dL까지 내려가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배가 빨리 고프다"는 속설을 입증해주었다.
자장면에 이어 혈당을 많이 올리는 음식은 햄버거→쌀밥→쌀+보리밥 순이었다. 쌀과 보리쌀을 섞은 밥은 혈당이 가장 적게 올랐을 뿐 아니라, 혈당 변화도 크지 않고 오랫동안 일정하게 유지되는 형태를 나타냈다.
조경환 교수는 "자장면·햄버거 등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단순 당으로 구성돼 있는 탓에 식후 혈당이 급상승했으며, 이에 따라 혈당을 낮추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인슐린이 분비됐다. 이 때문에 식후 4시간이 지나면 혈당이 뚝 떨어지는 패턴을 보였다"고 말했다.
중성지방은 햄버거를 먹은 뒤 식전의 2배 수준으로 높아졌을 뿐 아니라, 이처럼 오른 수치가 3시간 이상 지속되는 것이 확인됐다. 자장면도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쌀+보리밥을 먹은 뒤에는 중성지방이 오르지 않았으며, 오히려 내려간 경우도 있었다.
한강성심병원 내분비내과 유형준 교수는 "쌀과 보리는 햄버거나 자장면보다 지방의 양이 적다. 특히 보리는 섬유질이 많아 장내 지방을 흡착해서 배설하기 때문에 혈중 지질 수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끼가 아니라, 2개월 이상 특정 음식으로 식사를 하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조경환 교수팀은 이번에는 고시생 40명을 20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8주 동안 한 그룹(보리식이군)에는 하루 세 끼를 '쌀+보리밥'을 먹였고, 다른 그룹(밀가루식이군)에는 이틀 여섯 끼 중에서 세 끼는 흰쌀밥, 나머지 세 끼는 샌드위치나 자장면, 피자, 국수류 등 밀가루 음식을 먹이는 실험을 했다.
두 그룹의 체중과 혈당,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는 3주 뒤부터 뚜렷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평균 체중은 보리식이군은 64.9㎏에서 63.7㎏로 1.2㎏ 감소했다. 밀가루식이군에서도 체중은 줄었으나(67.1㎏→66.7㎏) 감소폭이 0.4㎏에 불과했다. 조경환 교수는 "밀가루식이군에서도 체중이 감소한 이유는 실험 동안 술을 끊고 규칙적으로 식사를 한 효과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혈당과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 모두 보리식이군은 적게 올랐다.
인제대 식품생명공학부 김정인 교수는 "보리의 식이 섬유인 '베타글루칸'은 대장에서 담즙과 결합한 뒤 몸 밖으로 배설되면서 혈중 지질 수치를 낮추며, 혈당 조절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리밥만 먹기는 어려우므로 밥을 할 때 보리쌀을 30%만 섞어도 영양학적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조경환 교수는 "라면·햄버거·피자·빵 같은 패스트푸드 섭취가 급증해 비만·당뇨병·고지혈증 등이 증가하고 있다"며 "전통 식사법인 여러 가지 곡물을 섞은 밥 중심의 식사가 생활습관병 예방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