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환자 싫어요!
개인사 거창하게 늘어놓고 인터넷 맹신하며 '시큰둥'
이런 환자 좋아요!
아픈 증상 자세히 말하고 의사 지시 잘 듣고 실천

의사와 환자는 '의사(意思) 소통'이 쉽지 않다. 환자들이 의사에 대해 갖는 불만을 상징하는 표현이 '3분 진료'라는 말이다. 그래서 "의사가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 "환자를 무시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거꾸로 의사들도 할 말이 많다. "환자를 쉽게 이해시키기 어렵다" "시간이 없다"고 항변한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넘기 힘든 벽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만든 의사들의 모임이 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회장 임인석·중앙대용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다. 이 학회는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의사가 진료하기 가장 어려운 환자'와 '예뻐 보이는 환자'를 각각 선정했다.

의사가 꼽은 진료하기 어려운 환자 베스트5는 ▲인터넷 정보를 맹신하며 의사를 테스트하는 환자 ▲'검사 필요 없고 약만 달라'는 환자 ▲유명 대학병원에서 받은 처방전대로 해달라는 환자 ▲의사 말을 가로막고, 진료와 무관한 개인사를 거창하게 늘어 놓는 환자 ▲의사가 지시한 약 복용, 운동, 식사법은 따르지 않으면서 병 안 낫는다고 불평하는 환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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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기 전 가장 불편한 증상, 직업이나 가족력, 술담배와 약 복용 등을 미리 메 모했다가 의사에게 말하면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진료 받을 수 있다.

의사들이 만나기 싫은 '꼴불견' 환자도 있다.

처음부터 암 아니냐고 묻거나, 질문해도 입 닫고 말 안 하는 환자, 술 마시고 횡설수설하는 환자, 청진기 갖다 대면 성추행 거론하는 여성 환자 등이다. 그밖에 병 안 낫는다고 환불 요구하는 환자, 꼭 낫는다는 각서를 요구하는 억지 환자도 꼴불견 환자로 꼽혔다.

의사 입장에서 '예뻐 보이는 환자' 베스트3는 ▲증상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환자 ▲궁금한 점만 묻고 의사 도움을 요청하는 환자 ▲금연, 금주 등 의사 지시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환자 등이다.

의사들도 국내 의료 현실에서 환자 진료에 충분히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학회는 '진료 잘 받는 5계명'을 내놓았다.

첫째, 가장 불편한 증상을 자세히 이야기한다. 그러려면 언제부터, 어디가 불편하고, 어떨 때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나아지는지를 진료 전에 머릿 속에 정리하거나 메모해두었다가 말하는 것이 좋다.

둘째, 직업이나 여행 여부, 가족 병력을 의사가 묻기 전에 말한다. 간혹 직장 환경과 관련된 병도 있고, 해외 여행, 산이나 들에서 얻는 병도 있다. 의사가 성 생활과 같이 민감한 질문을 하더라도 솔직하게 답하는 것이 좋다.

셋째, 술이나 담배, 운동 습관, 약 복용 여부를 공개한다. 질병 치료에 악영향을 미치는 습관, 의사의 지시에 꾸준히 따랐는지를 의사에게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이런 습관을 의사에게 얘기할 생각을 하다 보면 술 한잔, 담배 한 개비가 줄어든다.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나 한약, 건강기능식품 복용 여부도 빼먹지 말고 공개한다.

넷째, 진료 1시간 전부터 커피와 흡연을 자제한다. 커피와 담배는 혈압이나 맥박을 올려 실제 혈압의 이상 여부를 정확히 진단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 진료 전날 음주도 금물이다. 진료예약 시간도 '최소 10분 전 도착' 공식을 꼭 지켜야 한다.

다섯째, 명의(名醫)보다는 꼼꼼히 진료해 줄 의사를 찾는다. 유명한 의사를 만나려고 몇 달씩 기다려 1~2분 잠깐 만나는 것보다 자신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숨어있는 병을 찾아내 평생 관리해 줄 '주치의'를 만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그밖에 진료실에서 풀리지 않은 궁금증은 전문 간호사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노용균 기획이사(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의무기록이나 검사가 전산화되면서 의사는 환자 얼굴이 아닌 모니터를 보면서 대화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사들도 환자와 잘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