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새로 문을 여는 서울성모병원<사진>이 바로 세계 최대의 가톨릭병원이다. 가톨릭의 종교적 전통이 오래된 유럽이나 미국의 유명 가톨릭 병원들도 대개 500~600병상 규모다.
국내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이렇게 큰 병원을 지어야 하는 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다는 후문. 성모(聖母)병원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가난한 환자를 보살피기 위해' 건립된다. 이 때문에 가톨릭 병원들은 대부분 의료가 취약한 지역에 들어선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 강남의 번화한 곳에 첨단빌딩으로 된 대형 병원을 건립하는 것은 성모병원의 취지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반대 측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가난한 환자도 좋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아울러 큰 병원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아프고 가난한 이들에게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주는 것도 가톨릭 교회의 이념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의견에 따라 새 병원 건립이 결정됐다.
이런 배경 때문에 서울성모병원은 시작부터 고민을 떠안게 됐다. 새 병원 건립에 든 50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충당하려면 수익을 많이 내야 하는 것과 성모병원의 건립 취지인 가난한 환자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두 가지 상반된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서울성모병원 안에 잘 반영돼 있다.
우선 최고급 시설이다. 서울성모병원은 기존 대학병원 이상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287.1㎡(87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VIP병실, 1박2일 병원에 입원해 '숙박 건강검진'을 받는 건강검진센터 등이 그 예다.
반면 기존에 29.7㎡(9평)이었던 5인용 병실의 면적을 49.5㎡(15평)으로 늘렸다. 면적이 커졌지만 병실료는 그대로다.
강남성모병원에서 서울성모병원으로 이름을 바꾼 데도 사연이 있었다. 강남성모병원의 '강남'을 '서울'로 바꾼 이유는 '강남'이라는 지역적 의미에서 탈피해 전국적 이미지, 나아가 국제 도시인 서울의 이미지로 가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새 병원 이름을 공모하면서 병원 측에서는 홈페이지는 물론, 전국 가톨릭 교회 인쇄물과 일간 신문에 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 덕분에 새 병원 이름 공모에는 5000여 명이 참가하는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강남성모병원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과 더불어 '빅5'로 불리기도 했지만, 경우에 따라 '빅4'로 줄일 때는 빠지곤 했다. 가장 큰 이유가 병원의 규모와 시설이었다. 하지만 새 병원은 이런 핸디캡이 없어져,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서울성모병원의 각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우수 인력 확보다. 우선 암병원 소장을 맡은 전후근(64) 교수의 영입. 전 교수는 미국 암연구소 항암 치료분야 수석연구원과 뉴욕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거친 암 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또 서울성모병원은 이미 지난 3년 전부터 새 병원 건립에 대비해 젊은 교수, 간호사, 연구원 등 전문 인력 190명을 미국 하버드대, 예일대 등 유명 의료기관에 보내 교육을 시켜왔다. 이들이 새 병원 개원에 맞춰 곳곳에 전면 배치된다.
황태곤 서울성모병원장은 "세계 최대 가톨릭 병원으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는 만큼 병원 전 구성원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첨단 병원으로 수익을 내면서도 가톨릭교회의 사랑을 실천하는 이상적인 성모병원의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