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고교 교과서, 잘못된 건강·의학 정보 많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9/03/10 22:17
아이 열나면 디프테리아? 경기(驚氣) 일으키는건 뇌막염?
아기 이유식으로 달걀·빵? 오류 정보나 비약 심해
이 문장은 그럴 듯해보이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허점투성이다. 물론 폐렴이나 홍역이 있으면 열이 나지만 열이 날 때 의심되는 질환의 범위는 독감 등 바이러스성 감염이나 세균성 요로 감염 등 무척 많다. 폴리오와 디프테리아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20년 간 발생한 적이 없다.
이런 내용은 최근 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손문 교수가 2009년 발행된 고등학교 '기술가정'과 '가정과학' 교과서 10종을 분석한 결과 드러난 것이다.
이들 교과서는 출판사가 연구 개발한 뒤 국가가 심사해 합격한 검정 교과서들로 고교생들이 건강, 보건, 임신과 출산 등에 대한 지식을 얻는 바탕이다. 교과서에 나온 오류의 유형은
▲최신 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았거나 ▲의학 정보 자체가 잘못된 경우 ▲부연 설명이 부족한 경우 등이었다.
◆질환 정보 비약 심해
'발작적으로 기침을 할 때 의심해봐야 할 질환은? 답 백일해.'
'경기를 일으킬 때 의심해봐야 할 질환은? 답 뇌막염.'
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원인 질환을 이처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 백일해가 있을 때 발작적 기침을 일으킬 수 있지만, 실제로 발작적 기침을 일으키는 질환은 많다. 영아들에게 흔한 경기의 원인은 뇌막염보다는 고열에 의한 열성경련이 가장 많고 간질에 의한 경련도 흔하다.
질환 대처법도 적절치 않은 경우가 있었다. 일부 교과서는 '아이가 경기를 할 때는 편안히 누인 후 15분 이상 깨어나지 않을 때 뇌파 검사를 받아본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를 할 때 중요한 응급처치법은 엎드리거나 옆으로 누이는 것이다. 또 의식이 없으므로 물이나 약을 먹여서는 절대 안된다. 뇌파 검사는 병원으로 옮긴 뒤 응급치료를 한 뒤에 의료진의 판단하에 실시한다.
용어에 대한 잘못된 정의, 요즘 쓰이지 않는 지난 정보가 실린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일부 교과서에는 신생아기를 '생후 2주까지'라고 하고 있지만, 실제는 생후 4주까지다.
소아 성장의 기준이 되는 '소아 신체발육표준치'도 보건복지가족부에서 2007년에 개정했으나, 1999년에 나온 그래프를 그대로 싣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육아에 관련된 내용도 오류가 적지 않았다. 일부 교과서는 이유식으로 달걀, 빵 등을 먹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달걀 흰자, 밀가루 등은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돌 이전에 먹일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기의 목욕 후 기저귀 부위에 '가루분을 뿌려준다'라는 의학적으로 권장되지 않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기저귀를 찬 부위에 가루분을 뿌리면 오히려 가루분이 뭉치면서 피부를 자극할 수 있다. 특히 기저귀 발진이 생겼을 때는 가루분을 이용하기보다 물로 씻어주고 피부 보호 연고를 바른 뒤 가능하면 기저귀를 채우지 말고 그냥 놔두는 것이 좋다.
'신생아는 분비물이 많으므로 매일 목욕시켜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으나, 신생아는 일주일에 2~3회의 목욕으로 충분하다. 또 이물을 삼킨 경우 손가락을 입에 넣어 구토를 하게 하라고 돼 있으나 이는 잘못이다. 갓난 아기는 머리를 낮추고 엎드린 자세에서 등을 쳐주고, 1세 이상은 등 뒤에서 배를 잡고 압박하는 응급처치를 한 뒤 응급실에 가야 한다.
신손문 교수는 "2007년 교과서 47종과 2009년 교과서 10종을 비교 분석해본 결과 잘못된 부분이 일부는 수정됐으나 틀린 내용이 그대로 남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잘못된 지식을 공부하면 실생활에 적용할 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의사 등 관련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보다 정확한 정보가 학생들에게 제공되도록 교과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