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질환
산후풍이요? '산후 갑상선염'입니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9/03/03 16:13
몸 전체 붓고 팔다리 저려 출산 3개월 후 증상 나타나
불임·유산의 원인 되기도 약물치료, 수유에 지장 없어
김모(31)씨는 작년 7월에 아기를 낳고 석달쯤 지난 이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땀이 많이 나며 몸이 으슬으슬하게 춥고 나른한 증상을 겪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극심한 피로감에 몸이 붓고 관절통까지 심하게 나타났다.
처음에는 아기를 낳고 산후조리를 잘못 해서 그런가 싶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지냈다. '산후풍'이 오면 그럴 수 있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듣고 한약을 지어 먹기도 했으나 좋아지지 않아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의사는 "산후 갑상선염에 걸렸다"고 했다.
출산 뒤 몸이 붓고 피곤하며 팔다리가 저리고 추위를 느끼는 증상 등이 나타나면 흔히 산후조리를 잘못했거나 아기를 돌보느라 피곤한 탓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일부에서는 산후 조리를 잘못해 생기는 '산후풍'이라며 민간 요법에 의존하기도 한다.
제일병원 내분비내과 임창훈 교수가 산모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출산 여성의 약 8%에서 산후 갑상선염이 발생했다. 하지만 초기에 산후 갑상선염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약 3% 정도에 그쳤다.
같은 병원 내분비내과 박소영 교수는 "흔히 출산 후 관절통, 피로감 등이 나타나도 '출산 후 후유증'으로 잘 쉬면 낫는다고 생각하고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산후 갑상선염은 출산하고 3개월 정도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시기에는 주로 아이를 돌보느라 힘든 시기여서 본인의 증상에 대해서는 소홀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모유 수유를 하는 경우에는 병원 진료를 꺼린다.
박 교수는 "이런 이유로 갑상선 기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산후 갑상선염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은 ▲갑상선 질환 병력 ▲가족력 ▲흡연 ▲제1형 당뇨병 ▲자가면역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등이다.
산후 갑상선염에 걸리면 처음에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나타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리며, 땀이 잘 나고, 신경이 예민해져 신경질을 잘 내고, 잠이 잘 오지 않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대개 증상이 심하지 않아 그냥 넘어간다.
이후 출산 후 6개월쯤에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나타나 피로감, 근육통, 관절통, 팔 다리가 저린 느낌, 몸이 붓고, 추위를 느끼는 증상이 다소 심하게 나타난다. 이때 산모들은 흔히 산후 조리를 잘못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산후 갑상선염은 일반적인 갑상선 질환과 달리 지나치기 쉽다. 산후 갑상선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갑상선 기능이 회복되지 않으면 월경 불순 및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후에 임신이 돼도 유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고지혈증, 고혈압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동맥경화증의 발병 빈도도 일반인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박정수 교수는 "출산 후에는 갑상선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갑상선 질환 병력이 있는 등 고위험군은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후 갑상선염을 앓은 사람의 70%가 재발되기 때문에 둘째 아이 임신 계획 전에도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산후 갑상선염은 대개 1~6개월 가량 지속되다가 1년쯤 지나면서 서서히 좋아진다. 대부분 특별한 약물치료가 필요 없으나 일부(약 20~30%)에서는 영구적인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증상이 심하면 베타차단제, 호르몬 등을 투여한다. 박소영 교수는 "젖을 먹이는 엄마들은 약물치료에 지나치게 걱정을 많이 하는데, 산후 갑상선염 약이나 갑상선 호르몬을 복용하더라도 수유에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