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인공관절 수술, 오차범위 0㎜에 도전한다
일본 제치고 로봇 인공관절 수술 건수 세계 1위 수술 후 5시간이면 보행기 잡고 걸을 수 있어
인공관절 수술을 결심한 환자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병원 중 한 곳은 엉뚱하게도 수원에 있다. 그것도 개인병원. 서울의 유수한 대학병원 다 제쳐놓고 환자들은 왜 그곳을 찾을까? 수원 구 시가지에 있는 8층 병원은 호텔 같은 요즘 병원과 비교하면 허름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수원 이춘택 병원은 로봇 인공관절 수술 건수가 세계 1위다. 2002년 10월 독일·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성공했으며, 2005년 1000건, 2007년 2000건, 2008년 3000건을 돌파했다. 2009년 2월 현재 3900여건으로 4000건 돌파가 눈 앞이다. 일본의 2위 병원과는 수술 건수가 1500건 이상 차이가 난다.
이춘택 원장은 "건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작게 째는 '로봇 최소침습수술'이나 관절 일부만 갈아 끼우는 '로봇 최소침습 반(半) 치환술'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뼈를 자르고 가공하는 등의 '공정'을 사람 대신 로봇이 하는 것. 최근 유행하는 '다빈치 수술'이 의사가 로봇을 조종해 수술하는 것이라면,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수술에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미리 입력해 100% 로봇이 수술하는 것.
예를 들어 만화 영화 '로봇 태권V' 머리 속 조종석에 사람이 타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이 '다빈치 수술'이라면, 인공관절로봇은 계산된 데이터대로 스스로 움직인다. 때문에 의사는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비상상황이 발생하는지, 팔짱 끼고 관찰만 하면 된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정밀성. 사람 손은 ㎜ 단위까지 정밀하게 깎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로봇의 오차 범위는 0.3~0.4㎜ 이내다. 수술환자는 대부분 골다공증이 심한데, 수술 부위 안쪽이 보이지 않아 의사가 1㎜만 많이 깎아도 뼈가 깨지거나 부서져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로봇이 '해답'인 셈이다.
처음 하는 수술이라 안전을 최우선시 하다 보니 손으로 할 때보다 더 많이 째야 했으며, 수술 시간도 손 수술보다 30~40분 더 걸렸다. 이미 손 수술에 숙달된 의사들은 "더 많이 째고, 더 오래 걸리는 로봇 수술은 초보자한테나 어울린다"며 평가절하했다.
낙담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매달렸다. 그는 "인공관절수술처럼 위험하고 정밀한 수술은 의사 숙련도가 생명인데 숙련되려면 최소 10년은 걸린다. 그렇다면 숙련되기 이전의 의사에게 받은 환자는 '희생양'이 돼도 좋은가? 내 수술 경험을 모두 쏟아 부어 초보 의사도 완벽하게 수술할 수 있는 '수술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5년 로봇관절연구소를 세운 그는 더 작게 째서, 더 빠른 시간에, 더 완벽하게 수술하는 로봇수술 소프트웨어 개발에 본격적으로 매달렸다. 어린 시절부터 공학에 관심이 많던 그는 좁은 공간 안에서의 '정밀 공정'을 위해 뼈를 깎고 다듬는 순서와 방식을 통째로 바꾸었으며, 뼈를 깎는 커터 직경을 7.8㎜에서 2.3㎜로 줄였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끝에 절개 범위를 15~20㎝에서 10㎝ 정도로 줄었고, 수술시간은 45분~50분으로 단축시켰다. 자연히 환자의 회복 속도도 빨라져 최근엔 수술 후 5시간 만에 보행기를 잡고 걸을 정도다. 2008년 말엔 4㎝~6㎝만 째서 손상된 무릎 관절의 일부만 갈아 끼우는 '로봇 최소침습 반(半) 치환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국제학회를 통해 이 같은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닥터 LCT'는 국제적 '대가(大家)'가 됐고, 수 많은 외국인 의사가 로봇수술을 보러 수원을 찾고 있다.
이원장은 "여러 건의 수술용 소프트웨어에 대해 국제 특허를 신청해 놓은 상태여서 국부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공적에 힘 입어 로봇관절연구소는 작년 10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으로부터 4억5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 받기도 했다.
이 원장은 "'손 수술'에 안주했더라면 지금쯤 손이 떨려 메스를 놓았을 텐데 로봇수술은 머리만 있으면 된다"며 "팔십 구십까지도 수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