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Travel] 자연 속에서의 비움과 해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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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기간 사찰에 머무르는 템플 스테이(Temple Stay)가 현대인들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 1백여 개가 넘는 사찰이 템플 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으며, 종교적 신념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개방된 프로그램으로 좋은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템플 스테이는 주로 휴식, 명상, 참선, 산책, 잠언 읽기 등으로 구성되어 지친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을 쉬게 해준다. 이처럼 정신건강과 심리적 효과가 두드러지지만 신체적 변화 또한 무시할 수 없다. 9시에 잠들어 새벽 3시에 일어나는 바른 생활을 체험하고 108배를 하며 신체적 고통도 경험한다.

맑은 공기 속에서 산길을 걷고 채식과 다도를 하기 때문에 피톤치드와 독소해소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세 명의 기자가 세 곳의 탬플 스테이를 체험하고 왔다. 그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는 1박2일은 짧다는 것. 적어도 2박3일은 경험해야 몸도 마음도 확실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조언한다. 그녀들의 탬플 스테이, 어땠을까?


Temple Stay 1. 김민정 기자의 ‘경남 합천 해인사’ 1박2일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어요”

한 해가 저물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 달씩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나를 위로하고 희망찬 한 해를 맞고 싶었다.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고즈넉한 산사에서의 하룻밤이면 충분했다.

#1. 한국 불교의 상징 ‘해인사’
템플 스테이의 기본 취지는 불교문화 체험에 있다. 요즘에는 산사에서의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휴식형 템플 스테이’를 마련해놓은 사찰도 많다. 기자는 템플 스테이의 기본 취지를 살려 ‘휴식형’이 아닌 ‘정석 그대로의’ 템플 스테이를 체험하기로 마음먹었다. ‘정석 그대로의’의 템플 스테이는 새벽 3시에 일어나고 108배를 하는 등 쉽지 않은 일정으로 이뤄지지만 한 번쯤은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

1월 첫째주 토요일, 경남 합천 해인사를 찾았다. 한국 3대 사찰 중 하나인 해인사는 한국 불교의 상징으로 일컬어진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팔만대장경을 봉안하고 있는 사찰이기도 하다. 해인사에서는 매주 토요일 1박2일 일정으로 템플 스테이가 진행된다. 해인사 템플 스테이의 테마는 ‘수처작주(隧處作主)’다. ‘그대가 있는 어느 곳이라도 그대가 주인이 된다면, 그대가 있는 그곳은 모두 진실한 깨달음의 경지가 된다’는 의미다.

템플 스테이는 오후 3시 반에 시작됐다. 입제식을 마치고 사찰 예절을 배웠다. 입제식을 마친 이후부터 집에 돌아갈 때까지는 묵언(?言, 개인적인 말 않기)이 원칙이며, 도량을 다닐 때 스님이나 수련생끼리 만나면 합장하고 반배를 하는 게 기본이다. 또한 도량을 다닐 때는 두 줄로 다니며, 항상 차수(叉手)를 해야 한다. 차수란 단전에 왼쪽 손바닥을 얹고 그 위에 오른쪽 손바닥을 포개는 자세를 말한다. 법당에 들어가면 부처님께 삼배를 하고, 법당에서 나올 때는 합장을 하고 반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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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주 특별한 경험 ‘발우공양’
템플 스테이의 본격적인 시작은 발우공양이었다. 발우공양은 모든 사람이 같은 음식을 똑같이 나누어 먹는 평등의 의미와 조금의 낭비도 없는 마음을 배우는 시간이다. 발우(拔羽)는 스님이 걸식할 때 사용했던 식기로, 네 개의 서로 다른 크기의 플라스틱 그릇이 보자기에 싸여 있었다. 발우공양은 해인사 포교국의 포교국장인 여해스님의 설명과 지도로 이뤄졌다. 각자 앉은 자리 앞에 보자기를 펴고 그릇 네 개를 순서대로 놓는다.

밥그릇과 국그릇, 반찬그릇과 청수그릇(물을 담는 그릇)이다. 먼저 청수그릇에 물을 받아 각 그릇을 물로 헹군다. 그 뒤 그릇에 밥과 국, 반찬을 던다. 쌀밥에 된장국, 반찬은 나물, 김치, 단무지 등이다. 밥과 국, 반찬은 자신이 먹을 만큼만 덜며, 밥을 먹을 때는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먹는다.

발우공양의 마지막 순서는 발우 닦기다. 밥과 국, 반찬 그릇에 물을 붓고 한 조각 남겨두었던 단무지(혹은 김치)를 이용해 싹싹 닦은 뒤 그 물을 다 마신다. 우리 어르신들이 밥그릇에 숭늉을 부어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설명을 들을 때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그 물을 마시려니 약간 망설여졌다. 때마침 여해 스님은 머뭇거리는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먹은 그릇에 물을 부은 건데 그게 왜 더러운가요?”라고 물었다. 스님의 말씀은 오랫동안 귀를 맴돌았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나온 시각, 사찰 내는 짙은 어둠이 내려져 있었다. 저녁 예불을 드리러 대적광전으로 가는 발걸음이 더욱 조심스러웠다.

저녁 예불을 마치고 나온 뒤 바라본 해인사의 밤하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푸른 하늘에서 유난히 반짝거리는 달과 별을 가슴 깊이 간직했다. 일상으로 돌아가 해인사가 그리워질 때마다 꺼내보자 생각했다. 

오후 7시가 다 된 시각, 참가자들은 여해 스님과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평소 불교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까지, 대화 내용은 다채로웠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과거에 집착하지 말라’는 스님의 말씀이다.

“과거를 추억하지 마세요.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면 무엇하겠어요. 이미 지나간 일인 걸요. 과거에 집착하지도 마세요. 달리 보면 그만이랍니다. 가수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이란 곡에 보면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이란 구절이 나와요. 과거의 어떤 일 때문에 괴롭다고요? 빨리 잊으세요. 안 그러면 나만 손해예요. 계속 괴로우니까요.”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마음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어제의 일, 1년 전의 일, 10년 전의 일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과거를 곱씹으며 후회하며 살고 있던가. 스님과의 대화는 예정된 시간을 넘겨 늦은 시각까지 계속 됐다. 그렇게 해인사의 겨울밤은 깊어갔다.

#3. 나를 만나는 시간 ‘참선’
해인사에서의 이튿날은 새벽 3시에 시작됐다. 절의 하루를 알리는 북소리와 종소리는 조용한 절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대부분의 절에서는 동이 트기 전 새벽 예불을 드린다. 보통 3시 반에서 4시 반 사이다. 해인사는 새벽 3시 반에 새벽 예불을 드린다.

새벽 예불을 마친 뒤 보경당으로 건너갔다. 여해 스님의 지도 아래 108배를 하는 시간이었다. 목탁소리에 맞춰 108배가 시작됐다. 스님은 참가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참가자들의 절하는 자세를 바로잡아 주었다.

108배는 참회의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는 먼저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의 모습을 보며 닮아가기 위한 수행법이라 할 수 있다. 절을 할 때마다 이런저런 소원을 빌다 보니 어느새 108배를 마치게 됐다. 108배를 하는 데 25분 정도가 걸렸지만 소원을 비는 게 재밌어서 그랬는지 크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108배를 마친 뒤 자리에 앉아 다리를 풀었다. 참선을 할 차례였다.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인 참선은 자아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스스로 구원을 찾으라는 게 부처님의 가르침임을 떠올릴 때 참선은 당연한 수행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해 스님은 “나는 누구이며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라”는 말을 남긴 채 자취를 감췄다. 밤잠을 설친 터라 쏟아지는 졸음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참선을 시작한 뒤 시간이 흐를수록 정신이 또렷해졌다.

스님의 말씀대로 나는 누구인지, 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으나 그에 대한 답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다만, 지금의 내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지쳤으며 얼마나 게으른지, 내가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또 그동안 애써 외면하려 했던 나의 문제들을 하나씩 꺼내 보았다.

나에게 참선이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로잡고 미래로 나아가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참선을 마치는 순간 사람들이 템플 스테이에 참가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4. 템플 스테이의 마지막 코스 ‘해인사 안내’
템플 스테이의 마지막 일정은 해인사 안내였다.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해인사 구석구석을 돌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스님의 말을 들으면서 보는 해인사는 어제 본 해인사와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눈만 내놓은 채 목도리로 얼굴을 싸매고 있어야 할 정도로 쌀쌀한 날씨였지만, 스님의 말씀을 놓치지 않으려는 참가자들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스님은 일정에 쫓겨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했다. 발우공양과 108배, 참선으로 이어졌던 해인사의 템플 스테이. 비록 1박2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정한 나를 만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해인사를 나오는 길, 어느덧 차수와 합장, 반배에 익숙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기획: 최영미 월간 헬스조선 기자 | 취재: 김민정 월간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