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한 곳뿐인 경희대 특이증상클리닉에는 '특이한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아프거나 몸에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는데도 병원에서도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한 사람들이다. 오랫동안 고통에 시달리면서 온갖 병원을 전전한 경험을 대부분 갖고 있다.
"왼쪽 턱 쪽 피부가 움푹하게 패여요." "소변 볼 때마다 가슴이 조이는 듯해요." "혀가 끊어질 듯이 아파요."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특정 진료과에서는 정확한 병명을 알기 힘들다. 동네 의원에서는 비교적 가벼운 질환들만 보는 반면, 큰 병원에서는 너무 전문 분야만 진료하기 때문에 증상이 다양한 진료과에 걸쳐 나타나거나 복잡하면 진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특이증상클리닉은 이런 점을 보완해 환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클리닉의 남다른 노하우는 '특이증상파인더'라는 진단 프로그램. 여기에는 지금까지 국내외 각종 학회에서 보고된 특이한 증상들이 체계적으로 분류돼 목록으로 올라 있다. 잘 알려진 질환과 증상들은 목록에서 빠진 점이 특징. 또 의학교과서 안에 있는 내용들 중에서도 놓치기 쉬운 증상들도 수록돼 있다. 클리닉을 찾는 환자들과 각종 학회에 보고되는 특이 증상 케이스들은 계속 업데이트된다. 현재 이 클리닉에 등록된 특이 증상 사례는 600여 종에 이른다.
만약 어떤 환자가 "혀가 아프고, 위장 질환이 있으며, 열도 있다"고 말한다고 하자. 사실 일반 병원 진료과에서는 증상들이 서로 상관이 없다고 해서 진단을 내리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 클리닉에서는 3가지 검색어를 입력하면 '지도모양혀'라는 질병을 찾을 수 있다. 지난 2002년 유럽 성병학회에서 보고된 사례로 치료법은 항히스타민제와 비타민D의 복용이라고 나와 있다. 이처럼 한번 만에 병명을 찾지 못하고 2~3가지 질환으로 나오면 추가 검사와 문진(問診)을 거치면 대부분 정확한 진단이 나온다고 한다.
원장원(가정의학과) 교수는 "컴퓨터 검색 프로그램으로 특이 증상과 질환을 빨리,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클리닉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원인을 몰랐던 질환도 정작 원인만 찾으면 약 복용 한번 만으로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원 교수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