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 기고
이처럼 독감 환자가 예년보다 2~3배 많은 것과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올겨울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의 예측을 잘못 하는 바람에 작년 가을 이후 1200만 명이나 접종한 독감 백신이 효과를 못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물론 백신의 예방효과는 일반적으로 70~90%지만 올겨울 백신을 '엉터리'라고 할 수 없다. WHO는 매 절기에 유행을 일으키는 H1, H3, B형의 세 종류 바이러스 각각 혹은 이들 조합 유행에 대비하여 H1, H3, B 형이 모두 포함된 3가 백신을 권고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백신 제조에 들어가는 세 종류의 바이러스 중 A형의 H1 한 종류만 실제로 유행하고 있고, 나머지 두 종류는 유행하지 않아 백신의 효과가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WHO 인플루엔자 백신 조성 권고의 배경을 잘못 파악한 결과이다. 또한 이 두 바이러스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봉우리에 해당하는 2~4월 시기에 크게 유행할 수 있으므로 '백신이 엉터리니 접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 역시 잘못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두 번째 봉우리의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노약자들에게 지금이라도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감에 걸릴 경우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생명이 위독해 질 수 있는 노약자나 만성질환자 중심으로 독감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겨울철 감기 한 번 정도 앓는 것은 견딜만한 청·장년에게 접종을 권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1918~1919년 수천만 명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과 같은 '범세계적 유행(Pandemic Influenza)'이 다시 일어날 것에 대비해 접종 대상자를 다소 폭넓게 권장하는 추세다.
범세계적 유행에 대처하려면 우선 관련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생산시설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예방접종을 할 수 있는 숙련된 인적 자원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평상시 예방접종도 전파 차단 효과가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대두되면서 일부 나라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평상시에도 예방접종 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추세를 감안하여 과거 유행에 대해서 면밀히 분석하고 미래의 발생을 예측하여 새로운 예방접종 정책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