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소총 사격한 뒤 귓속이 윙윙거려요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음향 외상환자'年1000여명
이명·난청·불면증 등 호소 귀마개 꼭 쓰고 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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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DB
신모(27·회사원)씨는 얼마 전 예비군 훈련 때 소총 사격을 한 뒤부터 귓속이 윙윙대는 '이명(耳鳴)'이 생겼다. 신경을 쓰거나 피곤하면 증상이 더 심해지고, 주위 사람의 말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을 때도 있다.

의사는 "이명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니 앞으로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만 했다. 그는 딱히 보상받을 길도 없어 평생 짐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소총 사격음과 같이 120dB 이상의 큰 소리에 1초만 노출돼도 영구적으로 이명, 감각신경성 난청 등 음향 외상을 초래할 수 있다. 큰 소리가 청각 신경의 가장 중요한 부위인 달팽이관의 유모세포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소총 사격을 할 때는 보통 140dB에 이르는 소음이 발생, 청력을 위협한다. 현재 '군 이명 피해자 연대'라는 인터넷 온라인 카페에는 36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이원상 교수팀이 대한이비인후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K2소총 사격 후 청각에 이상 증상이 생긴 165명을 분석한 결과, 이명이 155명으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는 난청, 귀 안에 무엇인가 차 있는 듯한 이(耳) 충만감 등이었다. 그 밖에 청각 증상 외에 두통, 어지러움, 불면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귀마개 등의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K2 소총으로 20발을 사격했다.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문인석 교수는 "사격을 포함, 음향 외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국내에서 연간 1000여명에 이른다. 이 중 일부는 괜찮아지지만 상당수는 평생 동안 청력이 손상된 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작업장의 소음이 평균 85dB, 하루 8시간 이상 지속되면 청력 손상을 우려해 각 주파수별 청력손실검사, 어음 명료도 검사 등 '특수 건강진단'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군대에서는 이런 진단이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이명 등은 주관적인 증상이어서 진단도 쉽지 않다.

문인석 교수는 "지금 군대에서 하는 청력검사는 들을 수 있는지 없는지 판정하는 가청(可聽)검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음향 외상으로 인한 이명, 난청 등은 반드시 청각검사실이 있는 이비인후과 병원 또는 뇌간유발 검사 등의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군대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 교수의 설명이다.

음향 외상은 예방이 최선이다. 일단 발생하면 조기 치료를 해도 완치될 확률은 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원상 교수는 "귀마개만 해도 음향 외상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군 부대에서 사격할 때 귀마개를 지급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착용하지 않는 등 안전 교육과 관리에 소홀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 음향 외상은 양쪽 귀 모두에서 나타난 경우가 많았다. 사격장의 사로(射路)와 사로 사이가 충분히 넓지 않아 옆 사격자의 총기 소음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 사격장 6곳의 사로 사이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 거리는 평균 3m였다.

한강성심병원 산업의학과 오상용 교수는 "군 사격장의 환경이 열악하기도 하지만, 군인들이 안전 규정을 등한시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안전수칙 등이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은 예비군 훈련장에서 음향 외상 위험성도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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