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어린이 편도, 함부로 잘라내면 면역 저하돼"
글·사진=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9/01/06 16:10
겨울방학, 편도절제수술 할까 말까?
편도선 면역기능 3~4세 가장 활발 중고생 이상 수술해도 문제없어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가 1996부터 2008년까지 시행한 5만2360건의 수술을 분석한 결과 편도절제수술이 1만26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계절별로는 겨울(12~2월) 40%, 여름(6~8월) 27%로 방학 때에 집중됐다.
편도절제수술 예약 환자의 70% 이상은 편도선이 자주 붓는 초등학교 어린이들. 이 때문에 편도절제수술과 포경수술은 대표적인 '어린이 방학수술'로 꼽히곤 한다.
편도선(구개편도)은 혀 양측에 있는 것으로 입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 등을 방어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몸을 지키는 '최전방 초소'의 하나인 셈이다. 이 때문에 세균 접촉이 잦은 편도선은 잘 붓거나 염증을 일으킨다.
편도선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무조건 절제 수술을 하지는 않는다. 편도선이 세균에 감염돼 붓고 열이 나면 초기에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항생제를 투여한다. 문제는 편도선이 습관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다. 그러면 편도가 비대해져 잦은 목 감기,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성장장애, 축농증, 중이염에 의한 난청, 비염, 주걱턱 등을 불러올 수 있다. 또 어른들도 목감기를 자주 앓고, 코골이나 입냄새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편도선이 1년에 4~5회 이상 붓는 사람은 수술해야 할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이정권 교수는 "꼭 그렇지는 않다. 어른과 달리 어린이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편도를 제거하면 면역기능 저하라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도선은 어린이들에게는 중요한 면역기능을 담당한다. 이는 3~4세 어린이에게 가장 활발하다가 8~9세 이후에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어른들의 경우 편도선의 면역기능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중고생 이상의 청소년들이나 어른들은 반복되는 편도선 염증으로 인한 편도 비대를 수술해도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3~4세 이전에는 편도절제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유아 때 감기에 자주 걸린다고 편도선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명확한 의학적 근거가 없다.
초등학생들의 경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만 수술하는 것이 원칙이다. 편도절제수술을 하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항생제 과다 투여에 의한 부작용이나 성장장애 같은 문제점과 편도절제수술로 생길 수 있는 면역기능의 저하를 비교해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판단될 때는 수술을 고려한다. 이 때문에 '어느 병원에선 수술하자고 하고, 또 다른 병원에선 하지 말자고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비인후과학회는 이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정해 놓고 있다.
▲1년에 4회 이상 항생제를 먹어야 할 정도로 고열을 동반한 편도염이 자주 발생될 때 ▲소아 축농증이 동반돼 치료해도 좋아지지 않을 때 ▲중이염이 반복해서 생기거나 난청이 심할 때 ▲심하게 코를 골거나 수면무호흡증, 부정교합이 발생할 때 ▲호흡곤란이나 침을 삼키기 어려운 때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정하고 있다.
편도선염에 자주 걸리는 어린이들의 경우 편도절제수술을 받으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재발성 편도선염으로 수술 받은 92명(평균 연령 10.6세)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수술 6개월 후부터 아이들의 호흡을 편하게 하고, 더 잘 먹고, 잘 삼키고, 행동이 편해졌다. 또 감염 등 다른 질환에 걸리는 사례도 줄어든 반면, 학습 능력은 높아졌다.
편도절제수술은 보통 전신 마취를 한 뒤 입 안으로 기구를 넣거나 레이저를 이용한다. 하루 입원 후 다음 날 퇴원한다. 축농증이 심하거나 중이염이 있으면 편도 절제와 아울러 이들 질환에 대한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 후에는 죽 등 부드러운 유동식을 5~7일쯤 먹어야 하며, 수술 부위의 상처가 다 아물기까지는 약 2주쯤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