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구멍 이용하는 수술

주부 김모(45)씨는 이달 초 한 대학병원에서 맹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배에는 맹장수술을 받은 흔적인 흉터를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전통적인 맹장수술(충수돌기 절제술)은 오른쪽 배 아래 피부를 3~4㎝쯤 절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요즘 보편화된 복강경으로 하더라도 배에 직경 1㎝ 크기의 구멍을 3~4개 뚫어 수술하므로 흉터는 남는다.

하지만 김씨의 맹장수술은 여성 생식기 질(膣)을 통해 이뤄졌다. 의료진은 질 안쪽에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을 넣어 맹장을 잘라 밖으로 빼냈다. 배꼽 주름을 0.5㎝쯤 절개한 자리로 복강경 카메라를 집어 넣어 수술이 잘 되는지 확인했을 뿐이다. 그러니 겉으로는 맹장수술 흉터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마술' 같은 수술이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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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집도한 삼성서울병원 외과 이우용 교수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이런 방식의 흉터 없는 맹장수술이 세계 최초로 이뤄져 큰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국내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생식기를 통해 맹장수술을 마친 케이스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 '노 스카(no scar)', 즉 '무(無) 흉터' 수술 바람이 불고 있다. 수술 방법을 혁신해 흉터를 남기지 않으려는 시도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자궁근종으로 어른 주먹 2개 크기의 자궁을 떼어낸 김모(44)씨도 배에 흉터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산부인과 수술에도 '노 스카' 기법이 도입된 덕이다. 아직도 질환 등으로 자궁을 떼어내야 할 때는 배에 구멍을 3~4개 뚫는 복강경 수술이 주로 이뤄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배꼽 주름에 1.5㎝ 크기 구멍 하나만 뚫고 이를 통해 각종 수술 기구를 집어 넣어 자궁을 떼어내는 방법이 주목 받고 있다. 기존 수술이 '복합공법'이라면 이제는 '단일공법'인 셈이다. 이렇게 할 경우 배 곳곳에 남던 수술 흉터가 배꼽 주름 안으로 사라진다.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김용욱 교수팀은 최근 이 같은 방식의 '노 스카 자궁 적출술'을 국내 처음으로 시행했다.

현재 '배꼽 단일공법' 방식의 복강경 수술은 몇몇 대학병원에서 난소 수술, 자궁 외(外) 임신 수술 등에도 이뤄지고 있다. 담석증으로 인한 담낭 제거 수술에도 이 방식이 적용돼 흉터가 남지 않는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한덕현·정병창 교수팀도 최근 콩팥 물 혹을 이 같은 방법으로 제거하는 성공했다. 비뇨기과 수술 영역으로도 '노 스카' 기법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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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강경 수술은 배에 구멍 3개를 뚫어서 한다. 구멍을 뚫지 않고 입, 항문, 질(膣) 등으로 내시경을 넣는 수술이 늘어날 전망. / 삼성서울병원 제공

갑상선암(癌)에 걸린 회사원 박모(27)씨. 얼마 전 갑상선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목에 흉터가 전혀 없다. 기존 방식으로 갑상선 수술을 받으면 목젖 아래 부위에 5~8㎝ 흉터가 옆으로 길게 남았다. 이 때문에 흉터에 민감한 사람들은 여름에도 목을 다 가리는 옷을 입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내시경 수술의 발달로 이제 갑상선 제거 수술도 양쪽 겨드랑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목 흉터'가 겨드랑이 주름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부천 순천향대병원 이비인후과 고윤우 교수팀은 160여 건의 '노 스카 갑상선 수술'을 했다. 고 교수는 "미용 목적뿐만 아니라 수술에서 회복되는 시간이 짧아진다. 여성 환자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도 겨드랑이를 통한 '노 스카 갑상선 수술'을 시행해 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어린이 '맹장수술'을 배꼽에만 구멍을 내 '노 스카'로 한 부천 순천향대병원 외과 신응진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위내시경을 통해 위(胃)를 뚫고 나가서 맹장과 담낭을 뗀 후 이를 입으로 빼내는 수술법 개발이 한창이다. 앞으로 1~2년 안에 입을 통한 '노 스카' 수술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외과학계 일부에서는 '노 스카' 수술이 모든 경우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적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흉터 없는 수술법이 적용되는 분야

①여성 생식기 질을 통한 맹장 또는 담낭 수술.

②겨드랑이 주름을 통한 갑상선 수술.

③젖 꼭지 가장자리를 통한 유방 수술.

④위·대장 내시경을 통한 맹장 또는 담낭 수술.

⑤배꼽 주름 통한 외과·산부인과·비뇨기과 복강경 수술.





김철중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