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위한 올바른 '약 사용법'
피임약, 시험 당일 생리 피하려면 예정일 5~8일 전 먹어야
고혈압약, 과도한 심장 두근거림을 일시 완화 시킬 수 있어
우황청심원, 떨린다고 먹었다가 시험 내내 졸음 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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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험생인 이모(18)양은 며칠 전 어머니와 함께 약국에 가서 피임약을 샀다. 이양은 생리가 있을 때마다 겪는 고통이 엄청나다. 생리통 때문에 사나흘은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으며, 심할 때는 아예 학교에도 못 갔다. 문제는 올해 수능시험일(11월13일)이 이양의 생리주기와 겹치는 것. 지난달 생리기간에 치른 수능 모의고사를 망친 이양은 수능시험을 또 망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어머니를 졸라 동네 산부인과에 갔더니 생리 시작 5~8일 전부터 피임약을 복용하면 생리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재수생 김모(20)씨는 작년 수능시험 날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내신1등급에 모의고사 성적도 늘 상위권이었는데, 수능 당일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손이 떨려 시험을 망쳤다. 원하던 대학에 떨어졌고, 재수를 택했다. 올해 수능도 걱정이다.

동네 가정의학과 의원을 찾은 김씨는 "수능시험 당일 안 떨리고 시험 칠 수 있는 약 좀 처방 해달라"고 의사에게 하소연했다. 의사는 마인드 컨트롤을 해보라고 권하면서 그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심장 두근거림을 완화시켜주는 혈압 약을 복용해보라며 하루 분 약을 처방해줬다.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 있는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수능을 앞두고 시험 잘 치게 해달라며 병원에 찾아오는 수험생이 가끔 있다. 그런 약이나 방법은 없다고 해도 울며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오면 1점이라도 더 받고 싶은 마음에 병·의원과 약국, 한의원을 찾는 수험생과 부모의 발길이 이어진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약. 한의원에선 '수험생 보약' '두뇌보약'이란 이름의 한약이 등장했다. '총명탕'을 비롯해 복용하면 책 1만 권을 기억하게 해준다는 '장원환(壯元丸)', 공자가 즐겨 먹었다는 '공자대성침중방(孔子大聖枕中方)'도 잘 알려진 수험생 한약이다. 그밖에 뇌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혈 자리를 골라 침을 놓는 이침(耳鍼)도 인기다.

건강기능식품도 한몫을 한다. 머리를 좋게 한다는 입소문에 수험생들에게 인기 있는 오메가3(EPA/DHA), 종합 비타민제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기억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효능을 인정받은 건강기능 식품인 '피브로인 BF-7'도 주목받고 있다.

약국에선 시험 날 떨리는 것을 줄여준다는 우황청심원과 피로회복을 돕는 자양강장제와 비타민제가 수능 특수를 누린다. 긴장하면 설사가 나는 과민성 장증후군을 가진 수험생들은 유산균 정장제나 지사제를 찾기도 한다.

병·의원을 찾는 수험생들도 적지 않다. 특별히 아프거나 몸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다. 상담 내용도 다양하다. 학부모는 자녀의 과도한 스트레스와 체력 저하를 걱정하고, 수험생은 시험 날만 되면 제 컨디션을 못 찾고, 식사를 제대로 못 한다고 하소연한다. 심지어 시험 잘 치는 약을 처방해 달라는 학부모까지 있다.

서울의 한 내과 원장은 "학부모와 수험생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시험 잘 보게 하는 약을 요구할 때는 난감하다. 정 딱할 때는 영양수액제를 놔주거나, 비타민을 복용하라고 설득해 돌려보낸다"고 했다.

흔치는 않으나 시험 날 지나치게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눈 앞이 막막해져 시험을 망친 경험이 있는 수험생에게는 고혈압 치료제 중 베타차단제 성분의 약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 시험 당일 아침에 복용하면 혈압을 조절해 과도한 심장 두근거림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험생들이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약도 있다. 평소 만성질환 치료제를 장기 복용하는 수험생이나 당일 컨디션 조절을 위해 복용하는 약 중에는 시험에 필요한 집중력을 해치는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황청심원은 정신 불안 현상을 완화하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졸림을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눈꺼풀이 무겁거나, 손이 굳어지고, 혈압이 오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광민 약사는 "우황청심원은 수능 2~3일 전 잠자기 1시간 전쯤 복용하면 숙면에 도움이 되지만, 시험 1시간 전에 복용하면 졸림 현상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체력 보강을 위해 즐겨 마시는 자양강장제엔 카페인이 30㎎(박카스, 자황 등)가량 든 경우가 있으므로 너무 많이 복용해선 안 된다. 자양강장제를 마시면서 커피, 녹차, 초콜릿 등을 함께 먹으면 카페인 섭취량이 너무 많아 잠을 설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장 조심해야 할 약이 감기약이다. 감기약, 기침약엔 졸림을 유발하는 히스타민 성분이 함유돼 있는 경우가 많아 이런 약을 시험 직전에 복용하면 시험 중 손떨림이나 머리가 몽롱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해열진통제, 항경련제, 항우울제도 대부분 졸림을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 있으므로, 시험 2~3일 전부터는 복용을 삼가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수험생이라고 무조건 약을 거부하는 것은 잘못이다. 잠을 잘 못 이루면 수면제, 감기 증세가 있으면 감기약을 복용해 빨리 치료하는 것이 현명하다. 단, 병원에서 의사와 상담한 뒤에 약을 복용하라"고 말했다.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