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만에 딸아이와 즐거운 휴일을 보내고 있던 워킹 맘 김희애(37세)씨. 문득,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는 아이를 보다가 이상함을 느꼈다. 아이가 오른손의 엄지손가락을 쫙 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올해 5살인 정은이는 엄지손가락을 힘겹게 펴기를 반복했다. 손가락을 잡아주니 간신히 손가락을 펼 수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방아쇠 수지’ 라는 증상과 비슷해 정확한 검진을 위해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출산 후 산모뿐 아니라, 출생 후 아기도 관절질환에 걸릴 수 있어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다. 갓 태어난 영ㆍ소아에게 나타나는 관절병 중 하나는 엄지손가락이 펴지지 않는 ‘손가락 방아쇠 수지’다. 방아쇠수지란 손가락을 잡아주는 활차라는 조직이 두꺼워져서 손가락 구부리는 인대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잡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다. 방아쇠수지라는 병명은 힘줄 기능장애로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펼 때 마치 방아쇠를 당길 때처럼 힘들어지는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어른과 달리 영ㆍ소아 방아쇠수지의 특징은 손가락이 구부러진 채 펴지지 않는 것, 즉 손가락 관절굴곡 구축이 주된 증상이다. 또 강제로 펴지 않는 이상 통증을 호소하지 않는 것도 차이점이다. 때문에 부모는 출산 후 아이의 엄지손가락이 펴지지 않고 구부러진 상태로 계속 되거나, 구부러진 엄지손가락을 펴려고 하면 딸깍 거리면서 부드럽게 펴지지 않을 때 방아쇠수지를 의심해 봐야 한다.
방아쇠수지는 수술하지 않아도 큰 문제없이 살 수는 있지만, 관절인대가 그대로 굳어버릴 경우 계속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본인에겐 콤플렉스가 될 수 있다. 또 양쪽이 같이 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한쪽에 증상이 나타나면 나머지 한쪽도 함께 검진 받는 것이 좋다.
방아쇠수지는 자연적으로 좋아지기도 하므로 만 2세 전까지는 관찰을 하다가 이후에도 증상이 계속되면 수술치료를 한다. 수술은 활차를 잘라주는 간단한 수술로, 영아의 경우 수술 중 움직일 가능성을 고려해 전신마취를 하게 된다.
영ㆍ소아에게 방아쇠수지 증상이 나타나면 부모가 당황하고 죄의식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방아쇠수지는 유전적 요인이나 외부적 요인과 관련이 없고 자연적으로 낫는 경우도 많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 만 2살이 지난 후에도 증상이 계속되면, 손가락 관절인대가 그대로 굳어 장애를 부를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의 상담 후 수술처치를 고려해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재활의학과 이용택 교수는 “방아쇠 수지는 비교적 쉽게 진단이 가능하고 치료 결과도 좋다”며 “그러나 오랫동안 방치하면 치료 기간도 길어지고, 수술까지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되는 만큼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도움말=강북삼성병원 재활의학과 이용택 교수, 관절전문 강서제일병원 박성진 부원장, 미소드림치과 황성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