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안지말고 업으라고?
김우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8/10/08 09:43
3년 째 손자를 돌보고 있는 박모씨(58)는 울면서 잠투정하는 손자를 안아주다가 허리가 삐끗하는 것 같더니 그 뒤로 허리가 아파서 옴짝달싹 못하게 됐다. 작년부터 조금씩 아파오던 허리가 급기야 말썽을 부린 것. 박씨는 나이 탓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았는데, 장기간 손자를 돌보면서 허리에 무리를 준 것이 허리의 퇴행을 앞당겼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퇴행성 디스크 수술을 받은 후 박씨는 다시는 손자를 안아볼 수가 없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남에 따라 박씨와 같이 손자,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가 늘어나고 있다. 어린 손자를 돌보다 보면 아이를 안거나 업고 있는 시간이 많은데, 이와 같이 아이를 안는 자세는 노인의 허리에 매우 치명적이다.
더욱이 이러한 충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퇴행성 척추 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아이를 안는 자세가 노인의 허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아이를 안으면 100kg이 허리를 짓누르는 셈
척추는 우리 몸에서 위에서 밑으로 가해지는 체중을 모두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몸의 자세에 따라 척추에 실리는 무게가 달라지는데, 똑바로 서 있을 때 척추에 실리는 무게를 1로 보았을 때 허리를 굽힐 때는 1.5배, 허리를 숙여 물건을 들 때는 2배 이상의 하중이 실려 척추에 가장 부담을 주게 된다.
이와 더불어 드는 물건의 15~20배의 무게가 척추에 추가로 실리게 되는데, 5kg의 아기를 안아 올리면 약 75~100kg이라는 엄청난 무게가 척추를 짓누르는 셈. 아이를 안는 것은 건강한 척추에도 매우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아이를 앞으로 안으면 무게가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허리가 활처럼 휘어져 하중이 척추 전체에 분산되지 못하고 요추에 집중적으로 몰리려 충격이 커지게 된다.
40대 중반부터 척추 퇴행
척추는 대부분 40대 중반이 넘으면 퇴행이 시작되는데 척추에 지속적으로 충격이 가해지면 퇴행이 가속화되어 척추의 건강 수명을 단축시키는 원인이 될 수가 있다.
특히 여성의 척추 노화가 남성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충격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척추관절 속에 있는 여성 호르몬 수용체가 척추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해주는데 이것이 폐경과 함께 사라져서 여성의 척추관절 노화가 촉진되는 것. 한 조사에 따르면 폐경기 여성인 50대 이상의 여성 23%, 60대 46.9%가 골다공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03. 대한골다공증학회)
아이 안다가 허리 삐끗, 추간판탈출증
퇴행이 진행되고 있는 50대 이상 노인이 아이를 안다가 순간적으로 허리가 삐끗하면 추간판탈출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추간판(디스크)가 얇아지고 탄력성이 떨어져 충격에 손상되기 쉬운 상태에서 허리에 큰 충격이 가해지면 디스크가 변형되어 제자리에서 밀려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밀려나온 디스크는 주위 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퇴행성 질환의 대표적인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 주변의 인대가 커지거나 퇴행화로 인해 척추관이 좁아져 그 사이를 지나가는 중추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아이를 업는 것과 같이 허리에 지속적인 충격이 가해지면 주변 인대가 비대해 지거나 노화로 인한 척추 뼈의 퇴행이 촉진된다. 척추관이 좁아지면 신경이 압박을 받아 통증이 발생하게 되며 허리가 끊어지는 통증을 느껴 장시간 보행이 어렵다.
아이는 안는 것보다 업는 것이 좋아
허리가 아무리 아파도 귀여운 손자가 울며 떼를 쓸 때 안아주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은 정말 괴롭기 마련. 그러나 아이는 가능한 앞으로 안지 말고 등에 업는 것이 허리에 좋다. 그리고, 아이를 안을 때는 허리를 숙이지 말고 무릎을 구부려 안고 몸에 바짝 붙인 채 일어나는 것이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외출할 때 자주 이용하는 아기띠도 장시간 착용하면 배를 내밀고 허리를 뒤로 젖히는 자세가 되어 척추에 좋지 않다.
도움말: 광혜병원 신경외과 김영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