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질환 아니다… 'B형 간염' 재조명③

이미지
B형 간염은 예방이 최선이다. 요즘은 신생아 때 B형 간염 바이러스 백신 예방접종을 받기 때문에 새로 B형 간염에 수직 감염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미 몸 안에 B형 간염 바이러스가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 만성 B형 간염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즉 B형 간염 치료는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 증식을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이다. 이런 치료법을 항(抗) 바이러스 치료라고 한다.



항바이러스 치료제 선택에는 내성이 중요

현재 만성 B형 간염 치료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먹는 항바이러스제이다.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억제할 뿐 아니라 간경변이나 간암 등 만성 간질환으로의 진행도 막아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간질환 진행은 약 38%, 간암(간세포암) 발생은 47% 적었다.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장기간 치료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B형 간염 환자에게 치료제에 대한 내성(耐性)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내성이란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약물이 더 이상 듣지 않는 것을 말한다. 약물 치료 과정에서 내성이 발생하면 같은 약으로는 더 이상 치료가 되지 않으므로 장기 치료가 필수적인 만성 B형 간염에서 내성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정 약물에 내성을 보인 환자가 같은 약물을 계속 사용할 경우 간염의 진행 속도는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하지 않은 사람의 자연적인 진행 속도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에 소개돼 있는 항바이러스제는 라미부딘, 아데포비어, 엔테카비어 등이 있는데, 가장 많이 사용돼온 라미부딘의 경우 오랫동안 쓰이면서 안전성이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내성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모든 항바이러스제가 내성을 갖고 있으나, 일부 약물은 내성 발생률이 최대 70%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내성 발생률이 1.2% 수준으로 현재까지 발표된 장기 내성 임상실험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 바라크루드(성분명:엔테카비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환자들 "보험 적용 확대해달라"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에게 절실한 또다른 문제가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의 제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 가지 약물을 제외한 B형 간염 항바이러스제는 보험적용 기간이 2~3년으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은 "보험 적용을 확대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간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간사랑동우회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열린 '간염정책 간담회'에 낸 자료에서 만성B형 간염 치료제가 ▲만성 질환 중에서 유일하게 복용기간을 제한하고 있으며 ▲내성을 막기 위한 병용 요법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간염 치료제의 복용기한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보험 적용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간 수치' 기준이라고 환자들은 말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만으로 보험적용을 해주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간 수치(AST, ALT)가 정상(40IU/L)의 2배 이상으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즉 간 수치가 정상의 2배 이상 돼야 치료에 보험을 적용해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질병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간 수치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소화기내과 김홍수 교수는 "간경변이나 간암 등의 합병증이 나타난 만성B형 간염 환자들이 간 수치가 낮다는 이유로 항바이러스제 치료에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