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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사위 덕분에 35년간 박혀 있던 파편 꺼냈어요"

글·사진=심재훈 헬스조선 기자

지구촌 한가족 캠페인: 헬스조선·인하대병원·대한항공, 다문화 가정 수술·치료

"병실에서 편안하게 잠드신 아버지를 보면서 눈물이 많이 났어요. 총상 파편에 몸에 박힌 채 35년을 살아오신 아버지가 이제 더 이상 고통을 받지 않고 살 수 있게 돼 얼마나 감사한지…."

지난 10일 인하대병원 정형외과 병동. 지난 2006년 11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판티투장(24)씨는 수술 뒤 회복 중인 아버지 판반덕(63)씨의 손을 가만히 잡고 있었다. 판반덕씨는 베트남 전쟁 때 총상을 입은 뒤 파편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해 오른쪽 어깨와 팔꿈치, 왼쪽 손목 근육에 각각 5~10㎜ 크기의 금속 덩어리가 박힌 채 35년을 살았다고 한다.

수술을 집도한 인하대병원 정형외과 이동주 교수는 "수술 경과가 좋다. 근육을 움직여도 통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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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줄 왼쪽 네번째와 다섯번째 환자복 입은 사람이 수술을 받은 판반덕씨와 노미네덴 아디야슈렌양.

판씨는 헬스조선과 인하대병원, 대한항공이 펼치는 '지구촌 한가족 캠페인'의 첫 열매이다. 지구촌 한가족 캠페인은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고국 가족들의 사연을 응모 받아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 수술이나 치료를 해주는 행사이다. 판씨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 엑스레이 사진을 들고 베트남의 여러 병원을 찾아 다녔지만 수술 성공률이 낮고 비용도 비싸 포기하고 살았는데, 인하대병원에서 수술 받은 뒤 편하게 잘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딸 판티투장씨는 "한국에 살면서도 친정 아버지가 늘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 안심할 수 있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판티투장씨의 남편 정형락(42·부산시 금정구)씨는 "아내에게 최고의 추석 선물이 됐다. 행복해하는 아내와 장인을 보니까 남편, 사위 구실을 제대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구촌 한가족 캠페인의 두 번째 결실은 몽골 어린이 노미네덴 아디야슈렌(4)이다. 오른손에는 여섯 개의 손가락이 있고, 왼쪽 팔도 활처럼 굽은 선천성 기형 환자다. 지난 10일 1차 수술을 받았고, 2개월 후 2차 수술이 잡혀 있다.

지구촌 한가족 캠페인은 지난 6월 시작돼 이번에 첫 결실을 맺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캠페인 대상으로 선정된 사람들이 사는 곳이 오지가 많아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심지어 캠페인을 통해 한국에 밀입국할 가능성은 없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수술·치료 대상으로 선정된 사람들을 일정에 맞춰 한국으로 초청하는 과정에서도 비자 발급이나 비행기 좌석 확보 등 숙제들을 풀어야 했다.

인하대병원 김정희 대외협력실장은 "다문화 가정에 사랑을 베푼다는 취지에 공감한 대사관과 영사관, 법무부 출입국 관리사무소 등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적극 도와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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