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K양은 밥을 먹을 땐 전혀 배가 부르지 않다가도 식사를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나면 그때부터 갑자기 배가 부를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왜 밥을 먹는 도중엔 배가 찬 것을 몰랐을까’ 하고 후회하기 일쑤다. K양처럼 밥을 먹는 도중엔 느끼지 못했던 포만감이 기립과 동시에 생기는 이유가 뭘까?

흔히들 밥을 먹은 뒤 일어서는 자세로 인해 위에 있던 음식물이 아래로 확 내려간다거나 쪼그라져있던 위가 확 펴지면서 포만감이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K양과 같이 식후 갑작스런 포만감을 느끼는 사람은 앉았다가 일어나서가 아니라 식사 도중에 한 곳에 머물러 있던 음식물이 식후 아래로 내려가는 과정이 빨라져서다. 위는 크게 이완작용으로 음식물을 저장하는 근위부와 수축작용으로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원위부로 나뉘는데, 음식물이 근위부에서 원위부로 갑작스럽게 내려가면 포만감이나 더부룩함 등을 느끼게 된다.

아주대 병원 소화기내과 이광재 교수는 “앉았다 일어나는 자세만으로 포만감이 생긴다면 식사 도중 계속 앉았다 일어서는 것을 반복하는 뷔페에 가면 계속 포만감을 느껴야 하지 않겠냐”며, “특히 밥을 빨리 먹게 되면 근위부에 음식이 머무를 시간적 여유가 없이 원위부로 음식이 빨리 내려가 밥도 더 많이 먹게 되고 식후에 포만감도 더 느끼게 된다” 고 말했다.

근육을 팽창시켜 음식물을 저장하는 위의 근위부의 용량이 선천적으로 크지 않거나 이곳에 있는 근육의 이완능력이 좋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근위부가 음식물을 잘 저장하지 못해 음식물을 빨리 내려 보내게 되므로 식후 더부룩함을 느끼거나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게 된다.

이 교수는 “특별히 위에 어떤 기질적인 문제가 없는 한 밥을 천천히 오래 씹어 먹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식을 하는 일도 없고 식후 이런 갑작스러운 포만감이 생길 일도 없게 된다” 고 말했다.
 

/ 홍유미 헬스조선 인턴기자 cbmass4136@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