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이른 배변훈련, 자신감 없는 아이 만든다

글·사진=백선미 헬스조선 기자

우리나라 엄마들은 아이 기저귀를 너무 빨리 벗기려는 경향이 있다. 무엇이든 다른 아이보다 앞서기를 원하는 엄마의 이기심과 기저귀에서 해방되고픈 욕심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일찍 배변(排便) 훈련을 시키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강박적 성향을 갖게 되는 등 인성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시장조사전문기관인 BAI 글로벌이 2001년 세계 11개국 0∼4세 아기를 둔 엄마 3477명을 조사한 결과, 배변훈련을 마치는데 걸리는 기간이 우리나라 23개월,멕시코 24개월, 스페인 26개월, 미국 27개월, 프랑스 29개월, 이탈리아 30개월, 독일 33개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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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변훈련을 하고 있는 어린이.
아이의 배변훈련 시기는 평생을 지배하는 성격의 기본이 형성되는 때다.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빨리 시작한 배변 훈련으로 인한 불안과 좌절 같은 스트레스는 아이의 강박적 성향, 자신감 결여, 짜증, 부정적 자아상 등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말한다. 또 변을 계속 참아 변비를 겪거나 야뇨증을 가져올 수도 있다.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신동원 교수는 "때가 되면 걷듯 배변 훈련도 마찬가지다. 혼내서 되는 것이 아니며, 엄마는 아이가 변을 가리기 시작할 때 칭찬을 해줘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배변훈련은 일반적으로 소변·대변을 보는 횟수가 규칙적이고, 배변 전후 아이 표정에 변화가 있고, 배변 전 거북하고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내거나, 배변하고 싶은 몸의 변화를 느껴 어떤 행동을 취하거나, 엄마에게 직접 변을 보고 싶다는 의사 표현을 할 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아이는 평균적으로 15개월 이후 자신의 감각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생후 18개월 즈음 이런 신호를 보내게 된다.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홍현주 교수는 "훈련을 시킬 때 아이가 대소변을 못 가리고 짜증을 낸다면 아직 훈련할 때가 안된 것이므로 즉시 훈련을 중단하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며 "두 돌 반이 넘어도 배변을 잘 못 가리는 아이도 있는데 그렇다고 비정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홍현주 교수는 "대소변을 가릴 준비가 된 아이는 배변훈련 시간이 길지 않으므로 3개월 정도는 혼내지 말고 지켜봐야 한다"며 "너무 야단치면 심리적으로 수치심과 좌절감을 느끼며 커서 자신감이 결여되기 쉽다"고 말했다.

신동원 교수는 "다른 아이보다 빨리 대소변을 가리게 해 주고 싶은 것은 기저귀에서 해방되려는 엄마의 욕심일 뿐 아이를 위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네이선 블럼 박사팀은 갓난아기 378명의 부모를 면접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배변훈련을 일찍 시작하든 늦게 시작하든 대소변을 가리는 시기는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2003년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선 생후 27개월 이전에 배변훈련을 시작한 아이는 10~16개월 뒤인 생후 35개월에 용변을 가렸고, 생후27~38개월에 시작한 아기는 생후 36개월에 용변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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