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몸속에 유리조각이 흐른다?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8/05/27 16:00
앰풀 주사액 안정성 논란
서울대 박광준 교수 개봉 실험, 유리 파편 수백 개 나와 녹색소비자연대 "혈관 막거나 세포 돌연변이 일으켜" 전문가들 "먼지만큼 작은 크기… 인체 무해하다" 주장
소비자연대는 이와 같은 문제점 때문에 미국에서는 비타민 C제제 등 화학분자가 안정치 못해 고무에 닿으면 성질이 변하는 일부 약품(약 20%)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리앰풀이 아닌 '바이알(고무마개가 있는 병)'을 쓰고 있으며, 유리앰풀 제품에는 파편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필터(앰풀에서 주사기로 주사액을 빨아들일 때 이물질을 거를 수 있게 만들어진 기구)를 부착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리앰풀이 무해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현재로선 더 많다. 이들은 첫째, 유리앰풀 파편은 공기 중에 떠 다니는 먼지만큼 작은 크기며, 일상 속에서 호흡을 통해 흡입하는 규소, 황 등의 물질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중앙대 약대 김대경 교수는 "청산가리 같은 독극물은 1g만 먹으면 즉사하지만 100만분의 1 정도의 양을 먹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와 비슷한 수준의 유리앰풀 파편을 문제 삼는 것은 '논쟁을 위한 논쟁'일 뿐이다"고 말했다.
둘째, 동물 실험 결과를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지금껏 유리앰풀 파편 실험에 대한 논문은 1940년대 1편, 60년대 1~2편, 올해 초 1편 정도가 발표됐다. 그나마 모두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화여대 약대 신윤용 교수는 "쥐나 토끼 등 실험용 동물은 청정지역에서 특정 목적을 위해 길러진 동물로 사람보다 면역력이 엄청나게 약하다"며 "사람은 면역체계, 대사체계, 혈관 크기 등에 있어 확연히 다르며, 따라서 동물실험 결과만으로 사람에게도 똑같이 해롭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셋째, 설사 유리조각들이 인체 내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곧 배출된다는 설명이다. 김대경 교수는 "5~70㎛크기의 유리 파편은 너무나 작기 때문에 전혀 날카롭지도 않고 사람 혈관에 들어가서도 상처를 낼 수 없기 때문에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생각하면 안 된다"며 "설혹 이런 조각들이 혈관 안으로 들어 가더라도 다른 유입 물질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후 대변, 소변, 객담 등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정청 김인범 사무관은 "유리앰풀은 194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사용돼 왔지만 인체에 유리조각이 발견됐다거나 건강에 이상을 일으켰다는 보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이번 실험을 통해 유리조각이 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밝혀졌지만 이 물질이 인체에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확실한 연구자료가 나올 때까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